작성일 : 25-03-27 10:37
캄보디아 노조, 현장 권력 강화해야
|
|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35
|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글로벌노조가 후원하는 노조간부 교육에 참가했다. 섬유·봉제·피혁·신발 산업의 노조연맹과 공장노조 간부들이 ‘조직화 전략 워크숍’과 ‘단체교섭 전략 워크숍’을 진행했다. 각 워크숍에는 연맹 간부 10명과 공장노조 간부 15명이 참가했다.
두 워크숍에 참가한 공장노조는 모두 합쳐 20개 정도 되지만, 단체협약을 체결한 공장노조는 한두 개에 불과하다. 공장에 노조는 있으나, 단체협약이 없는 상태로 오랜 기간 방치돼 있다.
노조의 현장권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산업 수준에서 노조연맹이 있더라도 공장 내부에서 노조의 현장권력이 받쳐주지 못하니 상급단체인 노조연맹은 사용자를 상대로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노조활동과 노사관계의 핵심 영역인 단체교섭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노조의 현장권력은 단체교섭의 유무를 결정하고, 단협의 질을 좌우한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노조의 심대한 분열이 노조의 현장권력을 침식하고 있다. 교육에 참가한 노조 대부분이 공장 안에서 복수노조 상황에 처해 있다. 한 공장 안에 2개면 양호한 편이고, 3개나 4개인 곳이 많고, 심지어 25개 노조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섬유·봉제·피혁·신발 산업을 조직하는 노조연맹도 10개가 넘는다. 기업별노조주의와 맞물려 ‘분열의 자유’로 전락한 ‘결사의 자유’의 민낯을 본다.
둘째, 노조의 분열상에 비해 국가권력의 노조통제는 강력하다. 특히 국가가 정하는 최저임금이 공장의 임금을 사실상 결정한다. 20개 공장 모두 하루 8시간, 주 48시간을 일하면 월 208달러로 월급이 똑같다. 여기에 연장근로수당이 붙으면 월급은 220달러와 280달러 사이에서 지급된다. 재미난 점은 월급은 미국 달러로 지급된다. 따라서 매달 환율의 등락에 따라 노동자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셋째, 공장 안에 노조사무실이나 노조전임자 같은 노조의 권력기반이 존재하지 않는다. 노조의 현장권력이 약한 결과이기도 하고, 역으로 그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개 공장 가운데 노조전임자가 있는 곳은 없다. 공장 안에 노조사무실이 있는 사례는 단 한 건 보고됐다. 그런데 공장을 방문한 국제노동기구(ILO)의 캄보디아 사무소 직원이 회사의 노조사무실 제공은 ‘사용자에 의한 뇌물’이라 선언하면서 공장 관행에 근거해 멀쩡히 잘 있던 노조사무실을 공장주가 없애 버렸다. 캄보디아에서는 ‘Better Work’라는 프로젝트하에 ILO가 공장의 근로조건을 조사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ILO 자문관이 공장주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다.
ILO는 ‘결사의 자유와 조직할 권리 보호’ 협약 87호, ‘조직할 권리와 단체교섭’ 협약 98호,’ ‘사업장에서 노동자대표 보호’ 협약 135호에 의거해 노조활동을 위한 회사의 편의(facilities) 제공은 노사 간에 이뤄지는 자율적 교섭의 결과에 따라 보장된다고 판단한다. 노조활동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뜻하는 노조전임자와 노조사무실은 회사가 제공하는 대표적인 편의 사례들이다. 그리고 ILO 협약 135호가 말하는 노동자대표에는 조합원이 선출하거나, 혹은 노조가 임명한 노조간부가 당연히 포함된다.
넷째, 노동법상 대표의 이중구조(dual system of representation)가 공장노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캄보디아 노동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공장에는 종업원들이 근로자대표(shop steward)를 반드시 선출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shop steward라 함은 단위노조의 현장간부를 뜻한다. 하지만 캄보디아 노동법에서 shop steward는 노조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근로자대표를 의미한다. 재미난 점은 이들 근로자대표에게는 근로시간 면제와 사무실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근로자대표는 공장주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섯째, 대한민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그렇듯이, 국제노동기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191개 ILO 협약 가운데 캄보디아가 비준한 협약은 13개(기본협약 10개 중 8개, 노동행정 우선협약 4개 중 1개, 기술협약 177개 중 4개)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의 협약 비준은 2006년 3월 있었다. 이후 지난 20여년 동안 단 한 개의 협약도 비준하지 않고 있다. 공장 안의 근로조건과 근로환경을 규율하는 국제노동기준으로,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핵심적인 기술협약은 1969년에 4개를 비준한 이래 단 하나도 비준되지 않고 있다.
두 워크숍을 마무리하면서 교육 참가자들이 연맹과 공장에 돌아가서 실천할 활동계획을 세웠다. 조직화와 단체교섭은 결국 공장 안에 노조권력(union power)이 수립할 때 가능하므로, 노조전임자와 노조사무실 확보를 행동계획의 목표로 잡았다. 그 전 단계로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을 명시한 노동법을 조합원들이 같이 읽는 학습소모임 활동을 조직하기로 결의했다. 연맹 참가자들은 노동법의 조항을 바탕으로 단체협약 모범안을 만들기로 했다. 다음 일정을 위해 프놈펜 국제공항으로 가면서 캄보디아 노조운동이 그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할 것을 기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