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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06-21 11:52
삼성전자 교섭, 한국 노사관계에도 변화 줄까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72  
성과주의·기업별 교섭의 극단적 작동 … 조직 없는 노조와 ‘총대’의 노사관계 판형

이재 기자 입력 2026.06.16 06:30

한국 노사관계 관행에서 삼성전자 노사 교섭은 다층적인 충격파를 남겼다. 교섭이나 합의 과정도 그렇지만 대표 노조의 명멸, 변화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기업별 노사관계가 극단적으로 작동한 결과라는 해석도, 기업 이윤의 성격을 묻는 사회적 논쟁의 시작이라는 해석도 공존한다. <매일노동뉴스>가 몇 가지 드러난 쟁점을 진단했다.

◇생경한 요구 “조합원 차등 용인”= 삼성전자 교섭을 바라보는 노사관계 전문가들이 가장 생경하게 꼽는 대목은 조합원 내부 차등을 용인하는 노조의 요구다. 결국 노조 내부의 갈등이 밖으로 분출되는 결과로 나타난 이 요구는 기존 국내 노사관행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도 할 말은 있다. 최승호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초기 공동교섭단 논의 과정에서 반도체부문 성과급을 달성한 뒤 다른 부문에 대한 합리적인 성과 배분도 지속적으로 다루기로 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한다.

다만 결과적으로 반도체부문 성과급이 크게 반영된 점 등을 고려하면 기존 노사관계 관행에서 일탈한 것은 분명하다. 김준영 금속노련 위원장은 “노조는 적어도 조합원 간 차별을 용인하지 않으며, 호봉 같은 수용 가능한 기준을 토대로 기계적인 차등은 발생하더라도 성과에 따른 조합원 간 차등을 요구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며 “SK하이닉스조차도 성과에 대한 기여도를 따져 차등을 둔다고 하면 노조 내부가 매우 시끄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요구의 배경으로 삼성그룹의 오랜 성과주의 전통이 꼽힌다. 부문과 부서는 물론 생산라인 간 상대평가를 통한 성과의 차등지급에 익숙했던 오랜 전통이 노동자에게 체화됐다는 설명이다.

무노조 경영과 상대평가로 노동자를 줄 세우기 했던 삼성그룹의 인사제도가 자초한 측면도 크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김준영 위원장은 “삼성 계열사는 임금을 5% 올린다고 하면 상대평가를 통해 평균 5% 인상률을 맞춘다”며 “임금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으므로 실제 5%가 인상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라고 전했다.

◇“집행부 4명” ‘기그(gig)노조’ 혹은 성숙기 사이= 최 위원장은 앞서 본지 인터뷰에서 집행부가 4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당시 조합원이 7만명에 육박한 노조 치고는 지나치게 소박한 집행부 규모다. 물론 실제 교섭 과정에는 전국삼성전자노조 간부 등이 측면 지원했다지만 조합원 대비 집행부가 태부족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고시로 봐도 조합원 1천명 수준이면 풀타임 전임자를 5명 둘 수 있다.

관점은 두 가지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기 노조 형성 과정의 진통으로 본다. 박 연구위원은 “80년대 초기 노조 태동기에도 유사한 과정을 겪었다”며 “집행부에 비해 조합원 규모가 크고, 이후 노조가 일정하게 간부 규모를 늘리는 과정이 있었다. 현 시점의 양태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지부가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단시간에 결집한 데 주목한다. 일부에서는 ‘기그(gig)노조’라는 표현까지 쓴다. 필요에 따라 임시직을 채용해 단기업무를 맡기는 기그노동에 빗댄 표현이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의원 같은 체계를 갖추지 못했고 노조 민주주의 채널 등이 형해화한 조건에서 성과급이라는 명백한 단기적 이해를 토대로 싸웠고 과실을 땄다”며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부르는 노조의 민주적 리더십과 참여, 발언 채널 등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형태는 외형적 원류가 없지 않다. 2021년과 2024년 노조 없는 사업장인 스타벅스에서 본사의 과도한 프로모션에 항의한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트럭시위를 벌인 게 대표적이다. 조직 없는 시위 그리고 ‘총대’를 맨 소수가 행동에 나서는 형태가 삼성전자지부와 똑 닮았다.

◇디지털 전환 시대, 노사관계는 양극화의 해답인가= 삼성전자의 교섭 형태는 국내 노사관계 전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당장 n% 성과급 요구 확산은 단기적인 노사 간 분쟁 가능성을 키운다. 한국경총은 삼성전자 교섭 뒤 성과급은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선언했지만, 현실에서는 카카오 교섭과 셀트리온 교섭 같은 다양한 업종 교섭에서 확산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조직 없는 교섭과 조합원 간 차등을 수용한 교섭의제는 이미 형성된 전통적인 노사관계를 흔들 정도의 파급력을 갖진 못할 전망이다.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삼성전자라서 화제가 된 측면이 크다.

오히려 더 큰 질문은 노사관계의 방향성이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n% 성과급 요구가 확산해 관철되고 기업 내부의 노사가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성한다면 그것으로 노사관계는 괜찮은 것이냐”고 되물었다. 노사관계의 목표가 단지 기업 내부의 노사관계 안정에 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막대한 초과이윤이라는 의제는 물론 인공지능의 도입과 고용안정 그리고 결국 사회적 양극화의 해소 같은 사회적 질문에 노사관계가 새롭게 답해야 한다”며 “기존의 노사관계가 대답하기 어려운 전환 시대의 의제가 드러난 만큼 한국식 갈등조정 방식, 물적 성과에 대한 배분 원칙과 그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논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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