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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10-15 15:51
[단독-실종된 ‘모범사용자’ ①] 사용자 책임 피하려 로펌에 수천만원 쓰는 국가기관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507  
중앙부처·공공기관 8곳 노동위 사건 대응 자료 분석 … 교섭 회피에 공적 재원 투입 비판

어고은 기자 입력 2026.10.12 06:30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 이후 중앙부처부터 공기업까지 하청 노조와 단체교섭 테이블에 마주앉지 않으려고 막대한 법률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정부는 공공부문의 ‘모범사용자’로서 역할을 강조해 왔지만 실제로는 사용자 책임 회피에 앞장서면서 공적 재원을 낭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1일 <매일노동뉴스>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중앙부처·공공기관 8곳의 원·하청 교섭 관련 노동위원회 사건 대응 자료를 확보했다. 고문변호사를 활용해 50만원을 지출한 기관이 있는가 하면 대형로펌을 선임해 1천650만원을 쓴 정부부처도 있다. 별도 비용 지급 없이 이미 체결한 자문 용역계약에 포함해 진행한 경우도 있었다.<표> 단순한 법률 자문이나 사건 대응 차원이라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원·하청 교섭을 회피하고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목적이었다. <매일노동뉴스>가 해당 자료와 각 사건의 지방노동위원회 결정문을 교차 분석한 결과다. 부산항만공사·인천항만공사·한국도로공사의 경우 박해철 의원실 관련 질의에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했다.

율촌 선임한 중기부, 혈세 1천650만원 들여

중소벤처기업부가 박해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노동위원회 답변서 작성과 법률 자문’으로 법무법인 율촌에 사건을 맡겼고 1천650만원을 지출했다. 하청 노동자들의 사용자가 되지 않으려고 대형로펌까지 동원한 셈이다.

중기부는 2005년부터 1357중소기업통합콜센터를 운영해 왔고, 2018년부터 콜센터 운영을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지부장 김현주)는 4월8일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으나 중기부가 이에 응하지 않아 노동위원회에 5월18일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을 했다.

율촌이 작성한 답변서를 보면 지부의 주장을 모두 부정하면서 노조법상 사용자가 아니라고 맞받았다. 특히 업무지시와 관련해 “정책·사업 담당기관과의 연락은 민원 전달 및 정보확인 차원일 뿐 지휘·명령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설비 제공에 대해서도 “경제적 종속성의 지표가 아닌 콜센터 운영상 불가피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했다. 하지만 충남지노위는 중기부가 콜센터 노동자의 ‘감정노동자 보호 체계 구축 및 안전한 상담환경 조성’에 대해 노조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김현주 지부장은 “(국민은행·하나은행·KB국민카드 등) 하청 콜센터 상담사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고 있었던 만큼 어느 정도 결과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굳이 대형로펌을 선임해 큰 비용을 써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정보제공 등 최전선에서 일하는 상담사들에게 이렇게까지 했다는 것 자체가 큰 상처”라고 말했다.

1천150만원 쓴 JDC, 법원 판결에도 교섭 회피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백화점·면세점 입점업체 판매노동자의 노조법상 사용자라는 법원 판결에도 교섭을 회피하고 노동위에서도 사용자성을 부정했다. JDC는 박해철 의원실에 “사내 변호사와 노무사가 없어 노조법 개정 이후 원·하청 교섭 관련 노동위 사건 3개를 외부 변호사와 노무사에 수임해 총 1천150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 JDC가 백화점·면세점 입점업체 판매노동자에 대한 △연장영업 제한·정기휴점 등 공동휴식권 보장 △고객응대 노동자 보호 매뉴얼 일원화 △화장실·휴게실·락커 등 시설 이용 보장·개선 3가지 의제 모두 실질적 지배·결정할 수 있다고 봤다. JDC는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에도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의 교섭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노동위에서도 노조법상 사용자가 아니어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제주지노위는 원청이 판매사원들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국토부 산하 또 다른 공공기관 한국공항공사는 총 3건을 수임해 550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 사건 대리로 100만원을 쓰고 교섭단위 분리신청 사건 초심과 재심 대리로 각각 300만원, 150만원을 냈다. 공사가 선임한 노무법인은 전국공항노조가 요구한 교섭의제에 대한 노조법상 사용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서울지노위는 한국공항공사가 노조법상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가 맞다고 봤다.

청소작업 횟수·방법까지 지시하고선
사용자 아니라는 산업단지공단, 900만원 지출

산업통상부 산하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자회사 노동자들의 교섭요구에 응하는 대신 노동위 사건 대응에 900만원을 지출했다. 공단은 2019년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자회사 키콕스파트너스를 설립해 경비·미화·시설관리 등 업무를 하는 하청노동자를 자회사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공단은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 사항 대부분은 해당 노조와 하청 간 노사자치 원칙에 따라 구체적으로 결정해 온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며 “원청은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시정신청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공단 원·하청 과업지시서 내용을 보면, 원청은 하청노동자의 작업 횟수와 작업방식까지 세세하게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구역을 현관·회의실·복도 등, 계단·화장실·주차장·방재실 등으로 구분하고 “현관 출입문에 부착된 금속물 이외에도 광택을 필요로 하는 곳은 ‘주 2회’ 광택을 하라”거나 “엘리베이터 터치판 주위, 개폐문 부위는 ‘부드러운 천’을 사용해 일 2회 이상 세척작업을 실시하라”는 식이다.

원청은 “과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은 구체적인 지시가 아니라 품질관리를 위해서였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북지노위는 “원·하청의 과업지시서 내용을 보면 단순히 도급 업무의 실행 과정에 수반되는 일반적인 협조 또는 설명 수준으로 보기 어렵고 해당 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작업횟수와 작업방식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항 없다”더니, 뒤늦게 말 바꾼 한전

해양수산부 산하 울산항만공사는 자회사 울산항만관리 노동자들이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 대응으로 800만원을 지출했다. 공사는 “조합의 교섭희망 의제를 알려줄 것과 해당 의제와 관련한 공사의 사용자성 여부에 대해 노동부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에 자문을 의뢰할 것으로 제안”했으나 “노조가 지방노동위원회에 사건(을) 접수”했다고 박 의원실에 밝혔다.

노동위에서 공사는 “자회사가 경비업법에 근거한 독립된 법인으로 공사와 업무위탁계약을 통해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 외에는 조직 운영, 인사·노무관리, 예산집행, 임금·복리후생, 산업안전 등 근로조건 전반에 독자적으로 의사를 결정·수행한다”며 사용자성을 부정했다. 하지만 울산지노위는 “업무위탁계약과 과업지시서 등을 통해 자회사 업무 전반에 대해 구조적으로 통제하고 있고 산업안전 분야 등 일부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봤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당초 의원실 질의에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답변했는데, 노동위 결정문을 토대로 재질의하자 한 노무법인을 선임한 사실을 시인했다. 한전은 건설노조(배전사업 협력업체 노동자)가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신청 사건에 대응하려고 500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한전측은 “하청노동자의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전남지노위는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박해철 의원은 “모범적 사용자가 돼야 할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이 하청노동자와 대화에 나서기보다 사용자 책임 회피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사용자로서 성실히 교섭에 임하도록 정부는 적극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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