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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10-18 08:19
[단독-중대재해 리포트 ⑤] ‘집행유예’ 선고되면 검찰은 항소 포기했다
 글쓴이 : 동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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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판결문 전수분석 ‘징역 1년 집유 2년’ 반복 … 검찰 28%만 항소, 대형로펌 참전 2심서 30% ‘무죄’

홍준표 기자 입력 2026.10.15 06:30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4년8개월이 지났다. 78년 만의 형사사법체계 대전환으로 중대재해 수사도 변곡점을 맞았다. 지난 2일 검찰청이 폐지되면서 고용노동부가 수사한 사건의 기소 여부는 이제 공소청이 가린다. 법원에서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달 중대재해처벌법 첫 양형기준안을 내놓았다. <매일노동뉴스>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손솔 진보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235건의 공소장과 직접 입수한 1심 판결 167건을 분석했다. 공소장과 판결문 전수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중대재해 처벌의 현주소를 진단한다.<편집자>

2022년 7월 경기 용인시의 합성수지 제조업체 공장에서 노동자가 돌아가는 롤러의 필름 이물질을 맨손으로 떼어내다 어깨가 말려 들어가 숨졌다. 회사 ‘케이피텍’ 대표에 대해 1심 법원은 지난해 8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과거 끼임 사고가 수차례 발생했는데도 법원은 합의금 지급과 유족 처벌불원을 이유로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그런데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회사쪽만 항소했고 2심은 올해 4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2심 변호는 대형로펌인 법무법인 율촌이 맡았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은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어 형량은 높아질 수 없었다.

집행유예 122건 중 검사 항소는 34건뿐

14일 <매일노동뉴스>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1심 판결 167건의 항소·상고 경과를 전수분석한 결과, 검사는 경영책임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판결의 경우 10건 중 7건은 항소를 포기했다. 항소해도 형이 무거워진 사건은 드물었다. 반면 대형로펌이 변호한 사건에서는 10건 중 3건꼴로 무죄가 나왔다. 본지는 대법원 사건검색을 통해 1심 판결 167건의 상급심 계류 여부를 직접 확인했다.

2심 법정으로 향한 1심 사건은 167건 중 96건(57%)으로 절반 남짓에 그친다.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으면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셈이다. 검사만 항소한 사건은 23건(14%),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은 24건(14%)으로 엇비슷했다. 검사와 피고인 모두 항소한 사건은 49건이다.

특히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122건에서 검사가 항소한 사건은 34건(28%)에 불과했다. 1심이 그대로 확정된 73건은 모두 집행유예나 벌금형이었다. 1심에서 가장 많이 선고된 형량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70명)이다. 대법원이 지난달 발표한 첫 양형기준안의 기본범위 하한에 한참 못 미친다. 반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16건은 모두 검사가 항소했다. 실형 13건은 모두 피고인이 항소했고, 검사도 이 중 9건(69%)에 함께 항소했다. 벌금형은 15건 중 13건(87%)에 검사가 항소했다.

형량 가중되는 사건도 검찰은 ‘항소 포기’

특히 형량을 가중할 만한 사정이 있는데도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사건이 대부분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양형기준의 ‘특별가중인자가 2개 이상’인 사건은 17건인데, 이 중 12건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검사는 12건 중 8건은 항소하지 않았다. 4건은 아무도 항소하지 않아 1심 형이 확정됐다.

2024년 9월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고소작업대에 탄 노동자가 추락사한 ‘삼정엔지니어링’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17일 1심은 대표가 현장대리인의 보고와 현장방문으로 노동자들이 안전장비 없이 일하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며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작업 시간과 작업 일수를 줄이기 위해 작업대 앞면을 열어뒀다고 봤다. 삼정엔지니어링 사업장에서는 2010년과 2022년에도 아파트 외벽 작업 중 노동자가 달비계에서 떨어져 사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사는 항소하지 않았고 피고인쪽만 항소했다.

또 항소 여부를 가른 건 형량보다 종류로 조사됐다. 1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경영책임자 가운데 1심이 확정된 사건의 평균 형량은 징역 12.7개월이고, 항소된 사건은 15.2개월로 약 3개월 차이에 불과했다. 1심에서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사건을 빼면 항소된 사건도 형량은 12.7개월로 같았다.

검사 항소해도 형량 오른 건 3건

무엇보다 검찰의 ‘공소유지’가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심 판결이 선고된 41건 가운데 검사만 항소한 사건은 11건(27%)에 그친다. 검사와 피고인 쌍방 항소한 22건이다. 검사만 항소한 11건에서는 경영책임자의 형량이 바뀐 사건이 전무했다. 쌍방 항소 사건으로 넓혀도 경영책임자의 형이 무거워진 사건은 △일광폴리머(집행유예→징역 3년) △SPL(집행유예, 징역 1년→2년) △한영피엔에스(벌금 5천만원→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 3건에 불과했다. 3건(바론건설·아리셀·대일개발)은 오히려 형량이 가벼워졌다.

상급심에서 형량이 증가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실형이 확정된 3건 가운데 ‘일광폴리머’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지만 2심에서 징역 3년으로 형량이 올랐고, 대법원이 확정했다. 2심은 경영책임자가 “안전관리 시스템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봤다. 2022년 10월 SPL 평택 제빵공장 사고와 관련해선 2심은 1심이 인정하지 않은 반기 점검 의무 위반을 유죄로 보고 검사 항소를 일부 받아들였다.

더구나 검찰이 항소해도 ‘무죄’는 뒤집지 못했다. 검사가 항소한 1심 무죄 사건 가운데 2심 판결이 난 5건은 모두 무죄가 유지됐다. 무죄가 확정된 3건(평화오일씰공업·지디종합건설·SK멀티유틸리티)과 2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죄로 바뀐 대일개발 등 4건은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형량은 사실상 2심에서 끝났고, 상고된 14건 가운데 확정된 10건은 모두 상고가 기각됐다. 형사소송법(383조)에 따르면 사형·무기나 10년 이상 징역·금고가 선고된 사건이 아니면 양형부당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

대형로펌 45건 중 13건 무죄, 율촌 12건 중 7건

반면 대형로펌의 중대재해 대응은 치밀했다. 선고 사건 중 대형로펌이 변호해 무죄가 나온 비율은 30%였다. 대형로펌은 대부분 대기업을 변호했다. 현재까지 선고된 사건 30건 가운데 50명 미만 사업장은 2건뿐이다. 대형로펌 10곳(김앤장·광장·태평양·세종·율촌·화우·지평·바른·대륙아주·동인)이 원·하청 경영책임자와 법인을 변호한 사건은 45건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13건(29%)에서 경영책임자에게 무죄(확정 3건·계류 10건)가 선고됐다. 1~3심에서 가장 많이 변호한 법무법인은 법무법인 율촌(12건)으로 나타났다. 김앤장 법률사무소(9건), 법무법인 광장·법무법인 YK(각 6건)가 뒤를 이었다.

특히 ‘율촌’이 맡은 12건 중 7건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 가운데 4건은 인과관계나 예견가능성, 2건은 법 적용 유예가 무죄 근거가 됐다. 지난 1일 율촌이 수행한 사건 2건(KCC건설·현대스틸산업)의 경영책임자가 같은날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원청이 사고를 예견하거나 피할 수 없었다고 보거나 의무 불이행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율촌이 맡은 ‘평화오일씰공업’ 사건에선 원청이 안전보건 전담조직을 두지 않은 사실이 인정됐지만 사망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부정돼 무죄가 확정됐다. 김앤장이 수행한 무죄 2건은 그룹 회장이 경영책임자로 기소된 ‘삼표산업’과 공사액 50억원 미만 적용 유예가 쟁점이 된 ‘한화오션’이다. 대형로펌이 변호한 사건 중 실형 비율은 9%에 그쳤다.

2심서 형 줄어든 6건, 모두 대형로펌 변호

대형로펌은 검찰과 달리 항소심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2심에서 형이 가벼워진 6건(엠텍·신성산업·바론건설·아리셀·케이피텍·대일개발)은 모두 대형로펌이 2심을 맡았다. 대형 로펌이 2심을 맡은 17건 중 6건이 형량이 가벼워졌다. 3건(엠텍·신성산업·바론건설)은 실형이 집행유예로 바뀌었고, 아리셀 대표는 징역 15년에서 4년으로 대폭 감형됐다.

김앤장이 1·2심 모두를 변호한 ‘아리셀 참사’는 가장 큰 형량 변화를 보인 사건이다. 2심에서 유족 전원과의 합의 등이 감형 이유가 돼 대표의 형량이 크게 가벼워졌다. 아리셀 사건은 20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대형로펌이 방어하면 실형도 집행유예로 바뀐다. 금형 기계 사이에 머리가 끼여 노동자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신성산업’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로 형이 가벼워졌다. 신성산업은 세종이 1·2심 모두 변호했다. 율촌과 대륙아주가 각각 1·2심을 변호한 ‘바론건설’ 사건은 1심 징역 2년에서 2심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됐다,

대형로펌은 중대재해 ‘감형과 무죄’를 실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율촌은 지난해 10월 외국인 노동자 사망사고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대표의 2심에서 집행유예를 이끌어 냈다고 홈페이지에 올렸다. “피해자의 예측 불가능한 작업 방식이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한 점”을 증명했다고 홍보했다. 올해 2월 소식지에서는 ‘최근 2건의 율촌 수행 무죄 사례’를 소개했다.

“소극적 공소유지,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이러한 통계는 검찰의 ‘공소유지’ 기준이 명확지 않다는 데서 기인한다고 중대재해 전문가들은 짚었다. 지난 2일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돼 중대재해 사건의 공소 제기와 유지는 공소청이 맡는다. 하지만 그동안 검찰은 집행유예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이유와 구형량을 관리하지 않은 부분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박다혜 변호사(법률사무소 고른)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서 검찰의 높은 항소 포기율에 대해 “검찰이 통상적인 형사사건과 동일한 기준으로 항소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지, 중대재해 사건의 공소유지에 특별히 소극적인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의 소극적인 항소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양형 수준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낮은 형량이 그대로 확정되는 사례가 축적되면 결국 선례가 되고, 향후 양형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법정형과 실제 선고형 사이의 간극이 검찰의 항소 포기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조안전 대표)도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건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는 피고인의 법적 지위를 조속히 확정시켜 준다”며 “중대재해 사건에서 책임져야 할 경영책임자에게 실형을 위한 상소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호의를 베풀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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