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6-10-2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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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방통행’ 제조 암묵지 AI 개발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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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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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부터 조색·품질검사까지 제조 노동자 일 베끼기 … 고용 고민 없는 산업부, 노동부와 사업 협의 ‘없음’
강한님 기자 입력 2026.10.22 06:30
‘제조 암묵지 기반 AI모델 개발사업’이 자동차 용접부터 색을 배합하는 조색 기술, 제품의 불량 여부를 가려내는 검사까지 제조 현장에서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을 망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련노동자가 오랜 기간 몸으로 익힌 기술을 인공지능(AI)이 정부 지원을 받아 베끼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숙련노동자의 기술을 어떻게 보호하고 보상할지에 대한 기준은 참여 기관마다 제각각이었다. 노동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사업을 추진하는 산업통상부 간에 사전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사회적 합의 필요성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용접·불량검사·품질검수까지 전방위적 학습 중
21일 <매일노동뉴스>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제조 암묵지 기반 AI모델 개발사업 과제별 숙련노동자 보상현황’ 등의 자료를 받아 살펴보니, AI가 산업부 사업을 통해 학습 중인 숙련기술은 자동차·철강·반도체·정유·석유화학·조선·우주발사체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있었다.
산업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국비 480억원을 투입해 30개 과제의 제조 암묵지 데이터셋 구축과 AI 모델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숙련된 제조노동자의 경험과 노하우, 작업 요령과 판단기준 등을 데이터화한다는 취지다. 지난 6월부터 내년 2월까지 9개월 동안 사업에 참여할 조선·자동차 등 30개 과제를 선정했고, 참여 기관에 16억원씩을 지원한 상태다. 포항공대와 한국자동차연구원 등 연구기관부터 금형업체인 에이테크솔루션, 강판 등을 생산하는 동국씨엠 등 다양한 기관이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과제명을 들여다보면 AI가 학습하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금형 육성 용접, 조선해양 중대형 파이프 용접, 자동차 차체 저항점용접 전공정 등 용접 기술이 포함됐다. 제품을 보고 불량을 판단하는 숙련자의 기술도 AI 학습 대상이다. ‘성형제품 외관검사 공정에 대한 명장의 암묵지 데이터셋 구축 및 지능형 품질검수 모델’을 개발하고, 도장공정에서는 명장의 지식을 활용해 불량 원인을 분석하고 자율적으로 품질을 판단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겠다는 과제도 있다.
AI가 기술 베껴가는데 지식재산권 부여 1곳뿐
조색 공정에는 아예 ‘가상명장’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다. 숙련노동자가 색을 맞추면서 축적한 경험과 판단을 AI 모델에 담아 노동자의 역할을 대신하려는 취지다. 우주발사체 카본프리프렉 본체 제조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도 과제 대상이다. 배합 숙련공의 경험을 AI에 접목해 미래차용 고성능 고무 소재의 성능을 예측하도록 만들겠다는 과제도 있다.
문제는 이렇게 AI에 숙련노동자의 기술을 넣는 과정에서 그 기술을 제공하는 노동자에 대한 보호·보상 기준이 통일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왕진 의원이 확보한 과제별 자료를 보면 30개 수행기관 중 8곳은 별도의 숙련노동자 보상 기준을 두지 않았다. 연구수당 지급(19곳), 직책수당 부여(1곳), 인터뷰 및 평가 진행시 수당 지급(1곳), 연구수당 외 업무시간 조정 등 보상(1곳) 등 제각각이었다. 지식재산권을 숙련노동자에게 부여하겠다는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AI 모델 개발에 자신의 숙련기술을 제공한 노동자가 특허상 ‘공동발명자’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정부 판단도 나왔다. 서 의원이 받은 서면답변에 따르면 지식재산처는 “명장이 AI모델의 핵심 공정 인자 도출, 판단기준 설계 등에 직접 기여한 경우 공동발명자로 인정될 수 있다”며 “공동발명자로 인정되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공유하고, 출원도 공동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정 요건이 제시되긴 했지만, 숙련노동자가 단순히 사업 참여에 따른 수당을 받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사회적 합의해야” 노동계 주장, 부처 간 협의는 없어
노동계는 사업 절차를 사회적으로 합의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숙련노동자뿐 아니라 제조업 전 영역의 노동자에게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다. 남민우 한국노총 정책국장은 “어떤 기술을 빼갈 것인지, 보상은 어떻게 할 것인지, AI가 학습을 끝내고 난 뒤 이익과 일자리까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다음에 사업을 추진하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AI가 도입되면 추후 노동자들의 일자리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인데, 개별 사업장 노동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점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이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되는 것에 대한 우려다. 노동 주무부처인 노동부와도 협의가 미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 의원이 노동부에 제조 암묵지 AI 사업과 관련해 숙련노동자의 보호·보상 문제를 산업부와 협의하거나 검토했는지를 질의한 결과 노동부는 ‘해당 없음’이라고 답했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숙련기술을 AI 데이터로 전환하는 사업을 산업부가 추진하는 동안, 노동부는 관련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지켜본 셈이다.
서 의원은 “노동부가 숙련기술의 AI 학습 이용에 따른 세부 보상기준과 지식재산권 부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숙련노동자들의 기술을 학습한 AI 모델을 활용한 자동화, 고도화로 인한 수익 일부를 노동자 직능지원과 직업전환 지원에 사용하도록 해 AI 기술발전이 노동자와의 공존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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