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6-10-2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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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스마트한 노인돌봄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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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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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이 독립연구자
안진이 입력 2026.10.29 06:30
중국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역(E-town)의 4층짜리 건물.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지만 하루 이곳을 찾는 고객은 300명이 넘고, 내부에서 작동하는 로봇만 60종 이상이다.
이곳은 올 3월 운영을 시작한 스마트 노인돌봄센터로, 모든 서비스에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 도구가 통합돼 있다. 이곳을 찾는 지역 주민들은 주방의 조리 로봇, 음식배달 로봇, 체스와 오목을 두는 로봇, 차 끓이는 로봇, 마사지와 뜸을 뜨는 로봇, 건강 모니터링 장비, 이동 보조 장비, 외골격 웨어러블 로봇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로봇의 80퍼센트는 중국 정부가 비용을 대부분 부담해서 구매 또는 대여했고, 나머지 20퍼센트는 로봇 제조사들이 제품 홍보와 테스트를 위해 무상 제공했다.
센터 1층에 있는 식당에서 주민들은 스마트 시스템으로 음식을 주문한다. 안면 정보 및 건강 정보를 저장해 둔 고객에게는 그날 피해야 할 메뉴를 자동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주문이 끝나면 조리 로봇이 표준화된 과정을 따라 정확히 음식을 조리하고, 배달 로봇이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음식을 나른다.
센터의 핵심 기능인 노인돌봄은 3층에서 주로 이뤄진다. 여기에는 베이징의 야오얀 AI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비접촉식 AI 건강 모니터링 장비가 있다. 카메라로 간단한 안면 스캔과 혀 스캔을 수행해서 수십 가지 건강지표를 분석하고 수면의 질, 빈혈 위험, 혈중산소 농도, 치매 초기 증상 등을 감지한다. 이런 장비가 임상 진단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전통적인 혈액검사보다 간단한 데다 정확도가 85퍼센트 이상이라고 하니 일상의 빠른 건강 점검에는 나쁘지 않을 듯하다.
또 하나의 독특한 기계는 브이시크(VSEEK)라는 회사의 스마트 물리치료 로봇이다. 중국 전통의학 데이터로 학습한 이 로봇은 사람 몸에서 스스로 혈자리를 찾아내며,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치료 계획을 제시한다. 한 번에 20~30분 동안 로봇 팔이 마사지를 수행한다.
센터의 사교 활동 공간에는 체스 두는 로봇과 차를 끓이는 로봇이 있다. 고령자들은 언제든지 로봇과 체스를 두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로봇은 직접 기물을 움직여 사람과 체스 대결을 벌이고, 상대가 게-임에서 지면 위로의 말까지 건넨다. 또 이 센터에서는 로봇의 시연을 따라하는 방식의 태극권 수업도 진행된다. 물론 모든 수업이 로봇 따라하기는 아니고, 인간 강사의 공예 수업이나 건강 강연도 열린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 10월 이 센터에서는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된 장비 10여종을 퇴출 처리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계 팔로 차를 따라주는 로봇은 가격이 비싸고 차 한 잔을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사용이 중단됐다. 연속 혈당 측정기는 고령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더 가볍고 한 손 조작이 가능한 제품으로 바뀌었다. 마사지 로봇에도 음성 제어 기능이 추가돼 고령 사용자가 “더 세게 해줘” “살살 해줘”처럼 음성으로 지시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매일 수백 명이 로봇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쌓이는 사용자 피드백과 데이터는 기업에도 큰 자산이다.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역에는 이미 300개 이상의 로보틱스 기업이 있으므로, 스마트 노인돌봄센터와 같은 시설은 앞으로 더 확대될 수도 있다. 베이징만의 이야기도 아닐 것이다. 급격한 인구 변동으로 돌봄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국 정부는 AI·로보틱스·사물인터넷을 결합한 ‘스마트 양로’ 패러다임을 채택했다. 2023년에는 양로 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과 생성형 AI 기술을 적극 도입한다는 정부 지침을 발표했고, 2025년에는 국가 시범사업으로 노인돌봄 로봇 시범 프로젝트 32개를 선정했다. 2035년까지 전국 단위에서 기술 기반 양로 서비스 체계를 완비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즉 중국의 돌봄 로봇 개발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돌봄 인력 부족이라는 도전 앞에서 국가 주도로 이뤄지는 거대한 기술사회적 실험이다.
이 실험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로봇만으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물리적 이송과 생체 모니터링을 기계가 잘 해낸다 치더라도, 진정한 정서적 교감과 안도감은 로봇으로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따라서 인간의 역할로 남길 영역과 기계를 활용할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 또 기술의 설계는 현장의 필요에 기반해야 한다. 때로는 첨단 휴머노이드보다 간단한 보조 장비와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답일 것이다. 실험의 성패는 로봇의 성능보다 돌봄의 윤리적 원칙을 얼마나 잘 확립하느냐에 좌우될지도 모르겠다.
독립연구자(livewithall@naver.com)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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