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23 07:42
[2025 최악의 살인기업] ‘위험의 외주화·이주화’ 노동자 23명 숨진 아리셀 1위
|
|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8
|
20년간 최다 1위 기업에 현대건설 … 시민이 뽑은 살인기업은 시·도교육청
지난해 화재 참사로 23명의 노동자가 숨진 아리셀이 2025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됐다. 아리셀 참사는 ‘위험의 외주화’에 ‘위험의 이주화’가 중첩돼 발생한 중대재해로 한국 사회 구조적 모순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매일노동뉴스>와 노동건강연대·민주노총으로 구성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2025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었다.
공동캠페인단은 2006년부터 매해 4월28일 산재노동자의 날을 앞두고 전년도 기준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해 발표해 왔다. 올해 살인기업은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2024 재해조사대상 사망사고 현황’ 자료를 토대로 선정됐다.
아리셀이 올해 최악의 살인기업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해 6월24일 경기 화성시 전곡산업단지 소재 1차 리튬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배터리 폭발사고가 발생해 23명이 사망했다.
아리셀 참사는 불법파견을 통한 ‘위험의 외주화’와 이주노동자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위험의 이주화’가 중첩돼 발생한 사고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아리셀은 ‘값싼’ 일용·단기 이주노동자 위주로 공정을 운영하면서 안전보건조치는 다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지난해 9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올해 2월 보석 석방돼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아리셀 참사로 가족을 잃은 여국화씨는 기자회견에서 “아리셀 참사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법정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며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대우건설 공동 2위
지난해 사망자 15.6% ‘외국인’
한국전력공사와 대우건설에서 각각 7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면서 공동 2위에 올랐다.
지난해 한전에서는 △감전(3명) △떨어짐(2명) △깔림(1명) △물체에 맞음(1명)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 7명 중 6명이 하청노동자였다. 대우건설에서는 △떨어짐(2명) △찔림(1명) △기타(수압에 빨려 들어감·1명) △부딪힘(1명) △깔림(1명)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 7명 모두 하청노동자였고, 사망자 가운데 2명은 외국인이었다.
4위를 차지한 GS건설에서는 지난해 △깔림(2명) △떨어짐(1명) △끼임(1명)으로 총 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 중 3명이 하청노동자였다.
지난해 발생한 중대재해 중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는 총 553건이며 노동자 589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가운데 하청노동자가 281명(47.7%)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사망자 중 외국인 노동자가 92명(15.6%)이었다.
상위에 오른 기업들의 중대재해는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됐다. 상위 4개 기업에서 18건의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41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36명이 하청노동자다. 외국인은 20명이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에 일하고, 사업주들이 법도 제대로 안 지키고 안전의식이 낮아서 산재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며 “사업장 변경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어서 위험한 곳에서 강제로 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553건 중 건설업이 272건(사망 276명)으로 49.2% 절반에 가까웠다. 제조업(146건, 사망 175명)이 뒤를 이었다.
유형을 보면 ‘떨어짐’이 235건(42.5%)으로 가장 많았고, ‘물체에 맞음’ 82건(14.8%), ‘끼임’ 78건(14.1%), ‘깔림’ 64건(11.6%) 순이었다. 기본적 안전보건조치만 이뤄졌다면 막을 수 있는 재래식 사망사고가 여전히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산재 사망사고는 어쩔 수 없는 사고도, 개인의 책임도 아니다”며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의 태도와 이를 방관하는 법과 제도에 의한 구조적 살인”이라고 지적했다. 강규혁 매일노동뉴스 대표는 “사망자 가운데 하청노동자와 이주노동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며 “조기대선 국면에서 후보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에 대한 공약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대건설 20년간 네 차례 1위
급식실 폐암산재 ‘방치’한 시·도교육청
올해에는 살인기업 선정식 20주년을 맞아 ‘20년간 최다 선정기업’, ‘시민이 뽑은 최악의 살인기업’ 시상도 함께 진행됐다.
2006년부터 2025년까지 역대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때 가장 많이 1위로 선정된 곳은 현대건설(4회)이었다. 현대건설은 2007년(10명 사망)·2012년(10명)·2022년(6명) 선정식 당시 1위에 올랐다. 선정식 10주년이었던 2015년에도 지난 10년간 110명이 사망한 현대건설이 1위의 오명을 얻었다.
대우건설이 3회(2011년, 2014년, 2020년)로 2위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과 GS건설·현대제철이 각 2회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올해 살인기업 선정의 기준이 된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에는 과로사나 직업성암 같은 업무상 질병에 따른 사망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공동캠페인단은 과로사·과로자살·직업성암 등 문제를 포괄할 수 있도록 투표 후보자 9곳을 선정했다. 후보 9곳은 △시·도교육청 △삼성전자 △영풍 석포제련소 △인사혁신처 △쿠팡 △한국전력공사 △한화오션 △현대건설 △HD현대중공업이 올랐다. 9곳 중 2곳에 중복투표해 가장 많이 뽑힌 대상을 1위로 선정했다.
시민이 뽑은 살인기업에는 학교급식실 폐암 발생과 관련해 시·도교육청이 뽑혔다. 14일부터 20일까지 온라인 투표를 통해 6천755명이 참여한 결과 시·도교육청이 2천706표(40.1%)로 1위를 차지했다.
근로복지공단의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현황(지난해 12월31일 기준)에 따르면 산재신청 214건 중 169건(79%)이 승인됐다. 폐암으로 숨진 노동자는 12명(승인 9명·불승인 3명)이었다. 지난달 급식실 조리노동자 1명이 폐암으로 숨지면서 사망자는 13명으로 늘어났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