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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6-30 10:14
[여수산단, 여수사람 ④] 줄어든 물류, 하염없이 배차 기다리는 화물운송 노동자들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8  
여수산단 생산·내수 출하량 지속 감소 … 10회전 20일 일해 저축한 건 옛날 이야기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주요 원청 중 한 곳인 LG화학의 생산물 내수 출하량은 2022년 92만9천22톤에서 지난해 79만6천796톤으로 14.2%포인트 줄었다. 다른 원청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롯데케미칼은 같은 기간 생산량이 713만톤에서 470만톤으로 감소했고, 내수 출하량은 50만7천459톤에서 46만2천208톤으로 줄었다. 이런 지표의 변화는 대형화물차를 통한 여수산단발 국내 물류가 위축한다는 의미다.

<매일노동뉴스>가 11일 여수 화물터미널에서 만난 화물노동자들은 여수산단 불황의 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당사자들이었다. 늦은 오후 방문한 화물터미널에는 그나마 차량이 빠졌지만 아침까지는 수톤급 화물차와 탱크로리차량 등이 꽉 차 있었다고 했다.

주차장 떠나지 못하는 대형화물차들

조용환(53·사진)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여수지부장은 “아침까지 차량이 줄을 서 있다가 오후 늦게 겨우 일감을 배차받아 빠졌다”며 “물류가 줄어 배차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산단 화물운송 노동자는 생산업체인 여천NCC나 LG화학·롯데케미칼·GS칼텍스 등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 이들 업체를 비롯해 이들이 생산한 소재를 제품으로 가공하는 중견업체들과 화물운송 노동자 사이에는 운송사가 끼어 있다. 운송사가 계약물량을 배차해 주면 시동을 건다. 여수산단 화물운송 노동자는 이를 “루트를 따 준다”고 표현했다.

노동자들은 통상 배차를 받아 물건을 싣고 출발해 하역지에 하역하고, 다시 배차를 받아 여수로 돌아온다. 여수로 돌아오면 관례상 먼저 기다리고 있는 화물운송 노동자가 먼저 배차를 받기 때문에 순번을 기다리며 대기해야 한다. 조 지부장은 “사무실에 대기하거나 멀지 않은 곳에서 대기하면서 휴대전화만 바라보게 된다”며 “물량이 오후에라도 잡히면 다음날 출발하는 것이라 사실상 하루를 날린다”고 말했다. 특수차량은 틈바구니를 뚫고 먼저 배차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게다가 석유화학제품은 납품처에서 입금을 해야 배차가 최종적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돈을 받아야 물건을 내주는 것이다. 그래서 알음알음 배차건이 있다는 사실을 화물운송 노동자가 알고 있는데도 입금이 지연돼 출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화물운송 노동자가 여수산단 불황을 체감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조 지부장은 “재작년과 비교해 지난해부터 감소가 시작돼 현재 체감 35% 정도 내수 운송이 줄어들었다”며 “여수산단에서 출발하는 물량만 기준으로 한 것으로, 화물운송 노동자는 다시 돌아올 때도 빈 차로 올 수 없는데 역시 운송량이 줄었다고 보면 두 배 가까이 타격을 입은 격”이라고 설명했다.

바퀴만 14개 달린 화물차 ‘돈 먹는 하마’

화물운송 노동자는 장거리 운송을 할 때 이틀 정도를 할애한다. 아침에 물량을 배차받으면 오후에 물건을 싣고 저녁식사를 한다. 저녁에 출발하는 셈인데 고속도로 할인 때문이다. 자정에 가깝게 거래처에 도착하면 주차하고 화물운송차량 침대칸에서 눈을 붙인다. 이후 다음날 아침에 물건을 내리고, 미리 잡힌 배차가 있다면 오후에 상차해 운반하고 아니면 다시 하루를 기다려야 하는 식이다. 조 지부장은 “사람에 따라 일주하듯 노선을 따라 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여수산단을 출발해 서울로 갔다가, 서울에서 충청도나 영남 등 다른 산단으로 전국을 일주하듯 움직인다는 얘기다.

운송사 배차가 빠진 자리는 화물운송 플랫폼이 끼어든다. 월 5만원 정도 어플 이용료를 내고 쓰는 방식인데 배달노동자의 ‘콜’과 유사한 형태다. 별도 주선업체를 활용하기도 하고 인맥이 좋은 화물운송 노동자는 자신이 소화할 수 없는 배차를 다른 화물운송 노동자에게 소개해 주기도 한다.

장거리 왕복 1회를 통상 1회전이라고 부르는데, 이틀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영업일로 따지면 10회전 하면 20일을 채운다. 이런 식으로 하면 한 달에 250만~300만원 정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실제 매출은 더 많지만 차량유지비나 보험료 등이 크기 때문이다. 화물운송 노동자에게는 차량유지비가 정비와 주유비만 의미하지 않는다. 차량 대출비도 갚아야 하고 번호판 비용인 지입료도 운송사에 내야 한다. 기름값도 한 달 400만원 정도가 든다. 대형화물차는 타이어만 14개다. 이것저것 도로경비까지 내고 나면 한 달 저축도 빠듯하다. 조 지부장은 “과거엔 저축이라도 했지만 지금은 불황이라 수입이 줄어 못 한다”고 말했다.

10년 뒤도 예측 못한 ‘굴지의 대기업’에 원망 가득

조 지부장은 “여수산단 화물운송업은 코로나19도 버텼던 산업”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일회용품 소비가 늘면서 석유를 원재료로 하는 플라스틱 소비가 늘었던 탓이다. 조 지부장은 “코로나19 경기침체에도 평균은 유지했는데 2022년도까지는 괜찮다가 2023년 4분기부터 감소가 느껴지기 시작했고 올해는 완전히 돌아섰다”며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신규투자를 하지 않고 있어 공장 가동률이 눈에 보이게 줄었다”고 말했다.

예상 가능한 변화조차 대응하지 못한 정부와 기업에 대한 원망도 내놨다. “큰 지식이 있는 게 아니더라도 플라스틱 중에서도 범용제품을 우리가 주력으로 생산했다고 하고, 그 흔한 제품에 중국이 생산자로 치고 올라왔다고 하는데 2000년대 초반부터 위기가 올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조차도 예상을 못 했느냐.” 조 지부장은 “굴지의 대기업들이니 다른 것이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어림없었다”고 개탄했다. 이대로라면 한국지엠 철수 뒤 군산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당장 조 지부장의 걱정은 차를 바꿀 때까 됐는데 유지할 수 있느냐다. 2004년 군을 제대하고 20대 초반 처음 화물운송업을 시작할 당시 9천만원가량이던 25톤 화물차는 현재 거의 3억원에 가까운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화물운송용 차량은 통상 10~12년 정도를 타면 ‘정년’이라고 한다. 2013년에 바꿨으니 딱 교체시기다. 문제는 대출금이다. 조 지부장은 “지금 차량을 교체하면 할부금을 갚을 수 있을지 장담이 안 된다”고 말했다.

여수산단 불황이 지속되면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여수가 고향인 배우자는 맞벌이를 하며 경제부담을 나눠 지고 있다. 조 지부장은 “큰 아이는 포항에서 일을 하고 있고 둘째는 취업준비를 위해 여수 집에서 공부를 하는데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다”며 “주거비나 학비 등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생활비도 부족할 때가 많아 자산을 쌓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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