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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6-30 10:15
[여수산단, 여수사람 ⑤] 사내하청은 밖으로 터지고 원청은 안으로 곪았다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4  
LG화학·롯데첨단소재 하청노동자 ‘해고통지’ 절망 … NCC기업 ‘공정 폐쇄’에 희망퇴직·임금피크제 내몰려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롯데케미칼 롯데첨단소재는 고부가합성수지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롯데케미칼 자회사였다가 2019년 합병됐다. 최근 공정 일부를 율촌산업단지로 이전하려는 계획을 세우면서 사내하청 노동자와 각을 세우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11일 오후 전남 여수시 여수산단 롯데첨단소재 공장 앞에서 선전전을 하는 노동자들을 만났다. 주휘상 화섬식품노조 롯데첨단소재 사내하청지회장은 “롯데첨단소재가 원래 여수산단에 있던 공정을 율촌산단에서 담당할 새 하청업체를 낙찰했다”며 “포괄적 고용승계 등 고용과 관련한 아무런 입장이 없어 최소 50명 이상 해고될 위기”라고 설명했다.

노동자는 이런 소식을 제대로 전달받지도 못했다. 지회는 여수산단에서 해당 공정을 담당했던 하청업체가 알려준 뒤에야 사정을 알게 됐다. 그나마도 공정이 율촌산단으로 이전해 해당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노동자를 해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었다. 주 지회장은 “원청도 입장을 내지 않고 낙찰받은 하청도 말이 없다”며 “여수산단의 위기라고 하는데 그 서막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실제 서막이 맞다. 가까스로 봉합에 성공했지만 LG화학 사내하청 노동자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규모는 더 커서 300명의 고용이 위태로웠다. 최진만 노조 LG화학 사내하청지회장은 “봉합은 했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크다”고 말했다.

LG화학 사내하청업체 5곳은 이달 30일까지가 마지막 근무라며 노동자 300명에게 지난달 30일 해고를 통지했다. 하청업체 입찰이 배경이었다. 5곳이던 하청업체를 4곳으로 줄이면서 전반적으로 하청업체를 재구조화한다는 원청 계획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 뒤따랐지만 노동자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산단 내 집회와 LG 본사 상경투쟁 등으로 바빴다.

LG화학 사내하청 노사는 25일 가까스로 고용승계에 합의했다. 입찰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덕분이 컸다고 한다. 최 지회장은 “최우선 협상대상자였던 낙찰기업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제시해 인수를 포기했고 차순위자도 마찬가지였다”며 “인수가 잘 안 되는 가운데 사내하청 고용승계가 주목을 받자 LG화학이 우선 포괄적 고용승계를 합의하고 인수과정은 나중에 처리하라는 식으로 다음 업체에 전달해 합의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불안감은 있다고 덧붙였다.

NCC 가동률 더 낮아지면 3분기부터 고용절벽 현실화

롯데첨단소재와 LG화학 사내하청 노동자 문제는 여수산단이 처한 위기의 단면이다. 여수산단에 입주한 기업은 지난해 기준 306곳이다. 이 가운데 137곳이 석유화학 기업이다. 44.8%를 차지한다. 여수시여수산단공동발전협의회가 별도로 지난해 11월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협력업체는 4천769곳이다. 이들 가운데 몇 개 기업이 석유화학 하청 또는 가치사슬 안에 포함된 곳인지는 확인이 어렵다. 여수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사내하청 고용인원은 2만4천686명인데, 지난해 1분기 2만5천123명보다 1.7%포인트 감소했다.

롯데첨단소재와 LG화학 같은 원청의 하청 구조조정 영향 아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 지회장은 “LG화학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만 2천200여명가량이고, 비조합원을 포함하면 당연히 더 규모가 크다”며 “여수산단 전체로 보면 유사한 사내하청 노동자 규모가 2만명가량 될 것으로 추산하는데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3분기부터 고용위기가 가시화할 것으로 본다. 최 지회장은 “NCC(나프타 납사분해설비) 가동이 감소하면서 유관산업은 라인을 축소하고 계약해지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라며 “아직은 기업들이 촉탁직이나 계약직을 먼저 해고하고 정규직을 전환배치 하는 방식으로 버티려는 모양인데, 이미 포화상태이며 가동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 8·9월 이후 계약해지가 실제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지회장을 포함한 화섬식품노조 광주전남지부 산하 7개 지회는 고용불안에 대비한 사내하청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지회 가운데 한 곳이라도 고용문제가 발생하면 동조파업까지 검토하고 있다.

신규채용 뚝, 간접 구조조정 원청도 무풍지대 아냐

원청에 해당하는 NCC 보유기업 노동자도 안심하기 어렵다. NCC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나프타를 분해해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설비다. 현재는 에틸렌 등 석유화학 위기가 사내하청 고용을 흔드는 수준이지만 NCC 가동 축소가 지속되면 NCC 보유기업 노동자도 사달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기업들은 이미 채비에 나서고 있다. 한 NCC 보유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정리해고 같은 상황이 올 것을 대비해 신규채용을 없앤 상태”라며 “무턱대고 채용했다가 구조조정을 해야 할 상황이 오면 인간적으로도 미안한 일이기 때문에 인력 효율화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직 노조도 대비를 강화하고 있어 마치 폭풍전야를 방불케 한다. 김종호 화섬식품노조 여천NCC지회장은 “사내하청 노동자가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지만 NCC 기업 정규직도 안전한 것은 아니다”며 “NCC 기업 내부에서는 공정을 스크랩하는 방식으로 부서를 없애고 해당 인원을 다른 부서로 전환배치 시킨 뒤, 전환 과정에서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자연스럽게 희망·명예퇴직을 유도하는 식으로 간접적인 구조조정을 이미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크랩이란 해당 공정을 완전히 철수하는 것으로, 공정은 물론 부서까지 폐쇄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말한다. 이런 스크랩이 지속되면서 NCC 기업 정규직들도 지난해 중순께부터 정유사나 다른 업종으로 이직하고 있다고 했다. 해고통지 같은 문건이 없을 뿐 정규직 역시 햇수로 2년째에 접어든 석유화학산업과 여수산단 위기의 무풍지대가 아닌 셈이다.

NCC설비 감축 등 개별기업 감당 못해 ‘산업정책’ 절실

이런 문제를 풀려면 결국 정부 정책이 필수다. 과잉생산이 초래한 문제이기 때문에 과잉생산의 매개가 되는 NCC 설비를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김종호 지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의뢰한 결과 여수지역 NCC 설비 중 150만톤을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NCC 설비 2~3곳의 가동을 멈춰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며 “NCC설비를 많이 보유한 여천NCC가 최소한 하나는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최소 200명 이상의 인원이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여수산단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NCC 7기가 가동 중이고, 여천NCC는 이 가운데 3기를 보유하고 있다. GS칼텍스 1기, LG화학 2기, 롯데케미칼 1기다. 여천NCC는 1999년 당시 대림산업과 한화석유화학의 NCC부문을 통합한 법인으로,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의정부 ‘빅딜’ 과정에서 출범해 NCC 설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NCC 구조조정의 주요 대상으로도 인식된다. 다만 여천NCC 입장에서 억울한 것은 정유사인 GS칼텍스와 LG화학이 2021~2022년께 동시에 NCC 부문에 진출하거나 투자를 늘리면서 과잉생산이 된 맥락을 도외시한다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결국 정부의 산업정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다시 힘을 얻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과 NCC 과잉생산 경고가 끊이지 않았는데도 정유사의 NCC부문 진출을 좌시하고 LG화학의 공장 증설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후과가 너무 크다. 이광민 여수산단 산별노조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현재 상황은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은 물론 개별기업 단위에서 결정을 내려 돌파할 수 있는 규모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며 “정부가 방향을 설정해 산업정책을 빠르게 수립하고, 기업을 규제하면서 노동자와 공동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갖추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짚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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