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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02-19 08:22
목천센터 급식노동자 사망사고, 쿠팡은 왜 도급인 책임을 면했나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02  
검찰, 2022년 산안법 위반 무혐의 결론 … “김범석 도급인 계약 변경 지시, 재수사해야”

정소희 기자 입력 2026.02.19 07:30

2020년 쿠팡 목천물류센터 구내식당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사고 직후 김범석 쿠팡의장이 계약 당사자 변경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 책임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1월16일부터 시행한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의 안전보건 책임을 강화했지만, 검찰은 당시 목천물류센터 사망사고에 대해 쿠팡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도급인 책임을 강화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취지를 고려하면, 당시 무혐의 처분은 법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고 전 법개정 따르면 혐의 짙어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쿠팡은 2020년 10월께 목천물류센터에서 숨진 고 박현경씨 사망사고와 관련한 회의 내용을 임원들에게 공유했다. 해당 ‘회의 요약’ 이메일에는 김범석 의장이 계약 당사자를 본사에서 자회사로 변경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목천물류센터의 계약 주체가 쿠팡 본사였던 만큼, 이를 물류센터 운영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로 바꾸라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 의장이 쿠팡 대표였던 점을 감안하면, 책임을 자회사로 돌리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임원회의에서 다뤄진 사망사고는 2020년 6월1일 발생했다. 고 박현경씨는 쿠팡 목천물류센터 구내식당에서 조리보조원으로 일하던 중, 바닥 청소를 하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당일 숨졌다. 30대 젊은 여성이 입사 1년여 만에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이다.

유족은 고인이 생전 조리보조 업무뿐 아니라 청소 업무까지 병행하며 독한 화학약품에 노출됐고, 고강도 노동에 시달려 왔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식수 인원이 늘고, 배식 횟수도 증가했지만 인력은 충원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방역 조치가 강화되고 쿠팡 매출이 급증하며 청소에 대한 부담도 한층 커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시민사회단체와 유족은 원청인 쿠팡과 구내식당 운영업체인 동원홈푸드, 파견업체 아람인테크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2020년 10월 고소·고발했다. 같은해 전부 개정·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책임을 한층 강화한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쿠팡은 당시 입장문에서 “쿠팡은 구내식당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식당은 동원그룹이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인이 파견업체를 통해 동원홈푸드와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들어, 원청으로서의 책임을 부인한 것이다.

검찰 수사는 쿠팡 주장대로 흘러갔다. 사건이 발생하고 2년이 넘어서야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2022년 9월 쿠팡과 인력업체 아람인테크에 대해 무혐의를, 동원홈푸드만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하지만 검찰의 이 같은 처분은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계약의 명칭과 관계없이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에게 맡기는 경우를 모두 도급으로 규정했다. 정부가 2020년 3월 발표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에 따른 도급시 산재예방 운영지침’ 역시 사업 목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구내식당 등 복리후생시설 운영도 도급에 해당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쿠팡이 구내식당 운영을 동원홈푸드에 맡긴 행위는 도급에 해당하고, 쿠팡은 도급인으로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 책임을 부담하는 원청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박씨 사망사건과 관련해 쿠팡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업무상 재해 인정됐는데 원청은 무혐의?

특히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김범석 의장이 도급인 계약 주체 변경을 지시한 정황이 공개되며, 쿠팡도 스스로를 도급인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 당사자를 본사에서 자회사로 바꾸라고 한 배경에 법적 책임을 의식한 판단이 깔려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산재 은폐 의혹과 쿠팡의 책임 회피를 둘러싸고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의 ‘부실 수사’ 책임도 재차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전국택배노조는 2020년 10월 발생한 쿠팡 칠곡물류센터 노동자 고 장덕준씨 사망사고에 대한 수사가 부실했다며 고용노동부에 감사를 요청했다. 당시 노동부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특수건강검진 미실시에 대해서만 쿠팡에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 그쳤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쿠팡 임원들을 산업안전보건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대구지청은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최강연 공인노무사(노노모)는 18일 “김범석 의장의 도급인 계약 변경 지시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계약 형식을 사후적으로 조정하려 한 시도로 볼 여지가 있다”며 “검찰은 이를 산재 은폐 및 도급인으로서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황으로 보고 재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다는 점에서, 물류센터 시설을 소유·운영하는 주체로서 쿠팡의 책임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의 방역 지침에 따라 구내식당 노동자들이 매일같이 청소와 소독 업무를 수행해야 했고, 도급인으로서 위험요인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할 권한 역시 쿠팡에 있었다는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는 2021년 10월 고 박현경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업무상 재해 역학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원은 고인에게 발생한 급성심근경색증에 대해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연구원은 “고인이 식자재 운반과 청소 업무 등으로 육체적 부담이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긴급 합동점검을 대비해 평소보다 바닥 청소와 방역 소독 업무가 과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인은 재해 당일 초여름 날씨와 음식 조리로 급식실 온도가 상승한 상태에서 오전 9시부터 기온이 가장 높을 오후 2시30분까지 5시간30분 동안 휴식 없이 바닥 청소와 방역 소독 등 고강도 육체노동을 수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료들 대부분이 60대 고령 여성으로, 30대였던 고인이 중량물 취급 업무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맡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2020년 3월부터 하루 평균 식수 인원이 전년 대비 23% 증가했고 청소·소독 업무도 늘었지만, 사측은 인력을 충원하지 않았다. 여러 차례 충원과 업무 조정을 건의했음에도 고인은 가장 힘든 바닥 청소를 자청해 맡았다는 게 동료들의 설명이다. 한 동료 노동자는 “다른 구내식당에서도 일해봤지만 이렇게 식수 인원에 비해 주방 인력이 적고 바닥 청소를 매일 하며 독한 약품을 많이 쓰는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증언했다.

이처럼 인원 증가와 업무 부담이 가중됐음에도 추가 인건비 지출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사실상 쿠팡에 있었지만 충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고인이 매일같이 청소 노동을 수행한 배경에는 당시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해 정부의 긴급 점검이 진행되면서 방역 강도가 강화된 사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강연 노무사는 “업무 부담의 근본 원인은 원청인 쿠팡의 경영 상황·방역 지침에서 비롯됐다”며 “최근 고 장덕준씨 사고에 대한 부실 수사 의혹도 제기된 만큼, 쿠팡이 장소와 업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 원청인지 여부를 포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엄중히 재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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