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족 측 카카오톡 메시지 공개 … 전교조 “병가 의무화 촉구”
엄재희 기자 입력 2026.03.31 07:30
독감 확진 뒤에도 나흘간 출근하다 사망한 부천 사립유치원 교사가 생전에 남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고인은 38도를 넘는 고열에 수차례 고통을 호소했지만 병가를 사용할 수 없었다.
전교조(위원장 박영환)와 유족은 3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부천 사립유치원 교사 사망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24)이 지인, 원장 등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고인은 지난 1월27일 B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1월30일까지 출근했고, 다음 날 응급실로 이송된 후 2월14일 B형 독감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B형 독감 확진 다음 날 출근
39.8도까지 오른 뒤에서야 조퇴
유족이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고인은 25일부터 감기 증상을 보이다 27일 오전 8시께 지인에게 “몸이 찢어질 것 같다. 눈물이 계속 맺힌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고인은 당일 퇴근 후 병원 진료에서 B형 독감 확진을 받고 원장에게 “몸 관리에 신경 써야 했는데 죄송하다. 내일 마스크 쓰고 출근하겠다”고 보고했다. 원장은 “네ㅠㅠ”라고 짧게 답했다.
고인은 29일에도 38.6도까지 오른 체온계 사진과 함께 “너무 아파 눈물 나”라며 고통을 토로했다. 30일에는 39.8도의 고열 증세가 나타나자 오후 1시55분께 조퇴했다. 고인은 이보다 1시간 앞서 조퇴 의사를 밝혔으나 인수인계 때문에 바로 퇴근하지 못했다. 고인은 다음 날 오전 응급실로 이송된 후 의식불명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인의 아버지는 “딸이 독감 판정을 받은 다음 날 출근을 만류했지만 ‘쉬라고 말 안 했는데 어떻게 쉬냐’며 열이 나는 몸을 이끌고 출근했다”며 “아픈 몸으로도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교사들의 상황을 생각하면 부모로서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부천 유치원 교사뿐 아니다
“관리자 눈치에 쉬지도 못해”
유치원 교사들은 기자회견에서 아파도 연차를 쓰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다고 고발했다. 경기지역 병설유치원 교사인 박도현 전교조 경기지부 부지부장은 “독감에 걸려도 관리자의 눈치와 동료 교사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쓰러져도 교실에서 쓰러져야 순직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교사들의 뼈아픈 농담은 우리들의 가혹한 노동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전교조는 이번 사건을 통해 유아교육 현장의 구조적 모순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고인은 살인적인 고열 속에서도 학기 말 유치원 행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과 홀로 책임져야 하는 ‘독박 교실’이라는 노동환경 탓에 차마 교실 문을 나서지 못했다”며 “독감에 걸렸어도 관리자에게 죄송하다고 말을 해야 하는 현실이 유아교육 현장의 민낯”이라고 꼬집었다.
전교조는 정부에 고인의 죽음을 직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법정 감염병에 걸린 교사의 병가 사용 승인을 의무화하라고 요구했다. 또 사립유치원의 공적 책무를 강화하고 법인화 전환 등 제도 개선도 촉구했다. 박영환 위원장과 유족은 기자회견 후 청와대에 이번 사건과 관련한 요구서를 제출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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