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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04-23 08:54
[단독] 재가동 아세아제지 “달라진 건 없다”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48  
작업절차서 지켜지지 않고 기존 방법 반복 … “부족한 인원으로 대량 파지 처리”

임세웅 기자 입력 2026.04.23 06:30

지난달 24일 청년노동자가 사망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인 아세아제지 세종공장이 지난 20일부터 재가동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용자쪽은 사고 발생 공정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혀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서 조건부 작업중지 해제 승인을 받았다. 청년노동자는 파지를 ‘팔퍼’로 밀어넣는 파쇄 공정에서 일하다 열려 있는 개구부로 떨어져 숨졌는데, 개구부를 폐쇄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이전처럼 작업이 진행됐다. 이에 더해 회사쪽은 생산량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된다며 주간에만 일하기로 정해진 촉탁직을 야간조로 편성했다. 노동자들에게 주 52시간을 넘게 일할 수 있도록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를 위한 동의서를 요구했다.

회사, 파지 대량 발생시 작업 중지 계획

2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아세아제지는 지난 17일 작업중지명령 해제 심의위원회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제시된 조건을 충족하면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아세아제지 세종공장은 20일 초지기(종이 생산 대형기계) 1대를 가동하고, 21일 야간근무조부터는 사고가 났던 초지기도 가동했다.

당시 제시된 조건은 네 가지로 △파지를 치우는 과정에 대한 표준작업절차서를 노동자 의견이 반영된 상태로 제출할 것 △사고 발생 기계에서 파지를 어떻게 치울지 작업계획서를 제출할 것 △자체진단 위험요소 개선을 80% 이상 진행할 것 △전체 노동자에 대한 특별안전교육 계획 수립 후 제출할 것이었다.

본지가 입수한 ‘안전작업표준서’와 ‘작업계획서’에는 와인더에서 대량 파지 발생시 천장주행크레인을 통해 전체 파지를 임시보관소에 이동하고, 임시보관소로 이동한 파지는 기계를 중지한 후 공정 청소시간을 이용해 처리한다는 계획이 적혀 있다. 기계를 중지한 후 천장주행크레인을 이용해 하역하고, 운반차량을 호출해 처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운송시에는 주변을 통제하고 경광등을 작동시키며 통행자가 없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대형 파지가 아닌 경우에는 한 곳에 모아서 크레인을 통해 치우고, 적게 나오는 파지들은 지금까지처럼 팔퍼 아래 개구부에 넣어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와 달리 개구부는 열고 닫는 방식이 아니라 항상 열려 있고, 다만 폭을 좁게 했다. 모든 작업은 작업자 간 소리내어 소통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파지 처리는 촉탁직이나 주간근무자가 지원하도록 했다. 안전작업표준서는 17일 개정했다. 작업중지명령 해제 심의위원회가 열린 날이다.

자체진단 위험요소는 393개로 진단하고 이 중 352개를 완료해 진도율이 89.6%라고 평가했다. 본지가 입수한 개선 현황 보고서를 살펴보면 대부분 추락방지대, 안전대, 안전 덮개를 보완하고, 통행로에 어질러진 자재를 치웠다는 등의 내용이다.

“노동자 의견 반영 안 된 ‘요식행위’”

현장 노동자들에 따르면 회사쪽 구상은 그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21일 야간조로 일한 한 현장노동자는 “치우던 방식대로, 직접 팔퍼에 폐지를 집어넣는 방식으로 계속 일했다”며 “개구부가 좁아졌지만 틈이 있긴 하다. 그곳으로 파지를 계속 집어넣는 방식으로 업무가 돌아갔는데 강도만 더 높아졌다”고 증언했다. 작업계획서대로라면 임시보관소로 놓아야 할 파지도 개구부에서 처리됐다는 것이다. 다른 노동자는 “사고 트라우마 때문에 가지 못하겠다는 작업자와 빨리 내려야 한다는 작업자 간 갈등도 발생했다”며 “사고현장 옆인 걸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토로했다.

애초에 현장노동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기에 작업안전표준서대로 현장이 돌아갈 수 없다는 게 노동자들의 입장이다. 김상수 아세아제지노조 위원장은 “표준서는 회사쪽이 만들어서 내리는 식이었다. 의견청취 참여자라고 했던 인원들은 회사쪽이 안전작업표준서를 읽어줄 때 옆에서 들은 사람들이다. 존재 유무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작업순서만 적혀 있고 어떤 작업을 어떤 작업자가 하는지 명시돼 있지 않았다. 크레인 작업시 조작자와 신호수, 작업자 등 개념을 명시하지 않았다”며 “만약 관리감독자가 크레인을 조작하면 감시자가 없으니 전체 안전관리에 공백이 생기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고려는 없다”고 꼬집었다. 또 “현장은 90데시벨(db)을 넘나들며 귀마개를 착용하기 때문에 육성으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함에도 소통하라고만 돼 있다”며 “노동부에 의견을 전달했지만, 감독 나갈 때 점검하겠다는 정도의 답변만 줬다”고 전했다.

회사는 인력 ‘쥐어짜기’ 3조3교대 제안

회사는 공장을 계속해서 재가동하겠다는 입장이다. 중대재해 발생 후 충격에 빠진 동료들이 정신과 상담을 받고 트라우마 센터 등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인력이 부족해지자, 회사는 정년 후 2년간 ‘기술선임’으로 주간근무만 하기로 했던 촉탁직들을 야간조에 투입했다. 동료들에게는 5월부터는 휴일을 이용해 병원을 방문하라고 했고, 노동자들에게는 4조3교대제를 3조3교대제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조가 제안을 거부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현장노동자는 “개구부를 막은 후 파지 제거 작업 강도는 크게 증가해 인원을 증원해 달라고 했지만, 회사는 경쟁력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며 “파지량이 증가하면 결국 기존과 동일하게 부족한 인원으로 대량의 파지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또 다른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위험요소”라고 지적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사람이 추락할 수 없도록 조치가 취해졌기 때문에 작업중지를 승인한 것”며 “미비한 부분들이 있는지 근로감독을 통해서 살피겠다”고 설명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작업중지명령 해제 이후 1개월 이내 현장에 안전·보건조치 이행 여부를 확인한다.

본지는 아세아제지쪽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관계자에게 여러 차례 전화하고 연락처와 메모를 남겼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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