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곳 에어컨 없고, 85곳은 고장 … 급식노동자 87% 온열질환 경험
이수연 기자 입력 2026.06.10 06:30
본격적인 폭염을 앞두고 전국 10개 학교 급식실에는 에어컨 자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85개 학교 급식실에는 에어컨이 고장 난 채 방치된 것으로 나타나 급식노동자의 온열질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부 고장’ 6개 학교,
에어컨 1대 의존 다반사
<매일노동뉴스>가 9일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이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전국 유·초·중·고교 1만4천121곳의 급식실 에어컨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4월29일 기준 실제 조리가 이뤄지고 있는 1만444개 학교 가운데 10개 학교에는 급식실에 에어컨이 아예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 수원시 세류초등학교, 부산진중학교 등이다.
85개 학교는 급식실 에어컨 일부 또는 전부가 정상 가동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23개 학교는 급식실에 설치된 에어컨 절반 이상이 작동하지 않았고, 경북 포항시 이동초등학교 등 6개 학교는 모든 에어컨이 고장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 새뜸초등학교는 에어컨 4대 중 3대(75%)가, 경기도 용인시 신리초등학교 등 3곳은 에어컨 3대 중 2대(67%)가 작동하지 않아 사실상 1대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에어컨이 있지만 급식실 자체에서 냉방을 조절할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604개 학교는 급식실 에어컨을 중앙통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었고, 284개 학교는 일부만 급식실에서 조작할 수 있는 혼합통제 방식을 적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급식실은 대형 조리기구와 화구, 스팀 설비가 밀집해 있어 여름철 체감온도가 40도를 넘는 사례가 빈번하다. 급식노동자는 물에 젖은 방수앞치마와 꽉 끼는 고무장갑, 마스크, 조리모 등을 착용한 채 일해야 해 폭염에 더 취약하다. 에어컨 등 냉방기기가 사실상 필수라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경기도 화성시 발안초등학교 급식실에서는 천장형 에어컨 12대가 고장 난 채 방치됐고 체감온도는 37.4도, 습도는 67.2%까지 치솟았다. 당시 환기시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500인분의 급식을 조리하던 노동자가 메스꺼움과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이송됐다.
정부 폭염대책 실효성 의문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은 체감온도 31도 이상 공간에서 2시간 이상 작업시 사업주가 실내외를 불문하고 냉방·통풍장치를 설치·가동하는 등 온열질환 예방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에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도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폭염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가 지난달 21일부터 29일까지 급식노동자 3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급식노동자 87.4%(333명)가 온열질환 증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노동부의 ‘2026년 온열질환 예방 사전점검표’를 토대로 현장 이행실태를 물었더니 냉방·통풍장치 설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4.5%(171명)였다. ‘체감온도 31도 이상시 휴식’과 ‘33도 이상시 2시간마다 20분 휴식’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각각 71.9%(276명)와 75.8%(291명)로 높게 나타났다. 본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실태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정혜경 의원은 “에어컨이 설치돼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고장 난 냉방기기는 즉시 교체·수리하고, 현장 노동자들이 필요할 때 냉방을 가동할 수 있도록 중앙통제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정 학교비정규직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학교급식 노동자는 폭염 속에서도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식사를 책임지고 있지만 최소한의 냉방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급식실을 폭염 취약사업장으로 인식하고 냉방 실태를 전수 점검해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어컨 설치와 가동만으로는 폭염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민정 교육공무직본부 노동안전국장은 “고열 조리를 할 때는 에어컨을 가동해도 체감온도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며 “볶음이나 구이, 튀김 등 조리 공정을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수연·우다영 기자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