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소조항’ 담긴 인사발령서 보내 … “명목상 조직개편, 우회적 구조조정”
어고은 기자 입력 2026.07.16 06:30
스웨덴 글로벌 가구 기업 이케아(IKEA)코리아가 조직개편 과정에서 직무가 변경된 직원들에게 ‘6개월 이후 동등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인사발령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업무와는 전혀 다른 곳으로 배치하거나, 강등을 통보하는 등 원치 않는 인사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사실상 ‘싫으면 나가라’는 식의 인력 구조조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매일노동뉴스>가 확보한 이케아코리아의 인사발령서를 보면 사측은 최근 대상자에게 발령기간(6개월), 변경 전후 직무를 명시하면서 “발령기간이 종료됐을 때 회사는 본 발령 전과 동일한 업무 또는 동등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를 보장하지 않으며 기간이 종료되기 전 귀하는 스스로 다른 직무의 기회를 찾고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6개월 이후에는 동등한 임금을 지급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어 해당 직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케아코리아는 올해 4월1일 국내 리테일 사업운영을 지원하는 Service Office(SO·본사) 조직을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직무가 변경·통합되고, 새로운 직무가 신설되기도 했다. 사측은 “이번 개편은 운영 효율성과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국내 리테일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빠른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운영 효율성’을 위한 개편 과정에서 본인의 직무가 사라진 노동자들은 원치 않는 인사발령을 수용하거나 퇴사하는 선택지를 강요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무직→콜센터·물류팀 발령내고 ‘싫으면 나가라’?
<매일노동뉴스>는 최근 이케아코리아에 재직 중인 SO 소속 노동자 4명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인터뷰했다. 이들 증언을 종합하면 직무가 사라진 직원들은 다른 직무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내부 채용 절차를 통해 다른 지원자들과 경쟁해야 했다. 여기서 ‘합격’하지 못하면 사측과 면담을 거친 뒤 특정 직무로 발령을 받거나, 퇴사를 권유받았다.
인사발령을 받은 직원들은 기존에 하던 업무와는 무관한 곳에 배치되기도 했다. 행정업무를 하던 직원을 콜센터로 보내거나 물류팀으로 보내는 식이다. 10년 넘게 이케아코리아에서 일한 A씨는 조직개편에 따라 본인의 직무가 사라진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다른 직무에 지원했지만 채용 절차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후 인사담당자는 “자발적으로 새로운 직무를 찾지 않을 경우 회사가 제안하는 발령 직무와 퇴직 패키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에 남기를 원한 A씨가 배치된 곳은 고객서비스센터 소속 민원 등에 대응하는 일이다.
또 다른 직원 B씨도 조직개편 이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사무행정업무를 하던 B씨는 최근 물류팀으로 발령받았고, 입·출고 업무를 하게 될 예정이다. 인사발령서를 받은 직원들은 해당 발령이 근로자의 동의나 서명 없이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깜깜이’ 발령도 문제다. 대상 직원들은 본인이 앞으로 맡아야 할 직무의 구체적 업무 내용, 근무체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전달받지 못했다.
“반강제로 퇴사 선택 … 근속이 배신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인사발령서에 포함된 ‘발령기간 종료 이후 동등한 임금 보장이 어렵다’는 취지의 문구는 사실상 퇴사를 종용하는 협박처럼 받아들여졌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정규직 근로계약을 무력화하고, 6개월 뒤 ‘알아서 퇴사하라’는 부당한 압박”이라며 “일부 직원들은 일방적 직무변경과 불확실성에 지쳐 반강제로 퇴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도 “(10년 넘게 일한) 근속이 배신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며 “6개월 이후 고용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는데, 그사이에 어떤 직무에서 얼마나 직원을 뽑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니냐”고 호소했다.
장종수 공인노무사(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사무처장)는 “일방적 인사조치가 인사권의 영역으로 ‘유효’하다고 보더라도 (급여 삭감 등) 이미 계약한 근로조건을 일방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며 “일방적 인사명령과 퇴사 권유를 병행하고 있다면 직원 입장에서 (해당 문구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6개월 이후 급여가 깎이면 업무상 필요성에 비해 생활상 불이익이 크다고 보고 부당한 전직 명령으로 판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은성 공인노무사(샛별 노무사사무소)는 “명목은 조직개편 과정에서 진행된 인사발령이지만, 실질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우회한 구조조정으로 보인다”며 “인사발령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보이고 근무체계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발령부터 했다는 점은 업무상 필요성이 부인될 수 있는 사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사발령서 문구도 인사발령의 목적을 의심케 하는 사정”이라며 “해당 문구로 인해 2차 인사발령의 정당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지만, 인사발령을 받은 직원이 스스로 그만두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ESG 모범기업? “윗선 입맛 맞추는 ‘물갈이’ 아니냐”
이케아코리아는 2014년 12월 광명점 개점을 시작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광명·고양·기흥·동부산·강동 등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고용형태 공시에 따르면 소속 근로자수는 지난해 기준 1천660명이다. 성평등, 가족친화적 근무환경을 핵심 기업가치로 내세우며 모범적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2017년 노동부의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10년 넘게 재직한 C씨는 “육아휴직을 쓴다고 하면 달가워하지 않던 10여년 전에도 이케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메리트가 있었다”며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복지 혜택 등을 한국의 노동법 틀 안에서만 운영하려는 쪽으로 변질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재 일하고 있는 직급보다 낮은 직급인 ‘co-worker’로의 발령을 제안받은 상태다. C씨는 “(연봉) 앞자리가 달라지는데 일반 직원으로 가라는 것은 부당한 것 아니냐”며 “인사발령에 응하지 않으면 퇴사해야 하는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보도를 통해 알려진 ‘육아휴직 불이익’ 논란도 내부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이번 조직개편이 구조조정을 넘어, 이사벨 푸치 대표 등의 입맛에 맞는 직원들로 ‘물갈이’를 하기 위한 조치라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SO 소속 직원 D씨는 “비용절감이나 스웨덴 글로벌 본사 정책에 따른 구조조정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치더라도, 대상자 선정기준이 모호하고 과정이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정확한 가이드라인도 닶도 없는 인사팀과의 미팅을 수차례 하면서 직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측 “관련 법규·정책 준수,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
이케아코리아측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모든 변화 과정에서 관련 법규와 내부 정책을 준수하고자 노력해 왔고, 직원들에게 충분한 정보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다”며 “조직변화의 영향을 받은 직원들은 우선적으로 내부 채용 기회를 통해 새로운 역할을 검토할 수 있었고, 실제로 내부 채용 절차를 통해 본인이 희망한 역할로 이동한 직원들도 있다”고 밝혔다.
퇴사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퇴사를 전제로 한 제도가 아니라 직원들이 자신의 상황에 따라 고려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안내된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안내한 내용 역시 조직개편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과 절차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일부 구성원들이 변화 과정에서 어려움이나 우려를 느꼈을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운영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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