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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09-07 10:52
[메가특구, 노동의 위기와 기회 ③] 노동시간 선진국 ‘눈앞’에서 과로 사회로 ‘역행’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35  

메가특구법안 시행시 ‘건강 상한선’ 무너져 … “시간주권 확보, 좋은 일자리의 특구 돼야”

김학태 기자 입력 2026.09.07 06:30

산업통상부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메가특구 특별법안이 충격을 주고 있다.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파견 대상 업무 확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과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 같은 내용이다. 정부는 노동계 의견을 듣겠다고 하지만, 노동시장에 던질 파장이 만만치 않다. 때만 되면 정권을 가리지 않고 터지는 논란이다. 이번 기회에 비정규직 증가를 막고,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메가특구법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과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부산에 있는 반도체 부품기업 리노공업에서 생산직 반장으로 일하는 송석진(33)씨는 반도체 호황에 업무가 몰려 연장근로가 잦다. 송씨가 일하는 부서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법정 근로시간 한도인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을 넘겨 주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를 하기도 했다. 긴 노동시간에 지친 데다, 사용자쪽의 연장근로수당 계산 방식이 부당하다고 생각한 그와 동료들은 연장근로를 거부하다가 상사와 갈등한 적도 있다.

연평균 급여가 1억원대 초반인 송씨는 메가특구 특별법 관련 뉴스에 마음이 불편하다. 소득 상위 3%의 관리자나 연구개발자는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 일해도 수당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 때문이다. 그는 “주 52시간 이상 일해 보니 몸이 너무 힘들다”며 “연봉이 높다는 이유로 보상도 받지 못하면서 일을 많이 하기는 싫다”고 말했다.

연간 노동시간 1천700시간대 ‘고지’ 이제야 보이는데…

우리나라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5년 2천58시간이던 우리나라 연평균 노동시간은 2022년(1천996시간)에 처음으로 2천시간대 밑으로 떨어졌다. 2023년(1천874시간)에는 1천800시간대로 진입했고, 지난해에는 1천846시간을 기록했다. 그래도 지난해 OECD 회원국 평균인 1천705시간보다 141시간을 웃돈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는 OECD 평균까지 줄이는 것이다.

세계적 장시간 노동 국가인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줄어든 것은 2018년 7월부터 주 52시간 상한제를 시행한 영향이 크다. 노동부는 퇴근 뒤 연결되지 않을 권리 같은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을 지난해 12월 발표하는 등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정부 스스로 역행하는 움직임이 있다. 최근 산업통상부가 주도해 내놓은 메가특구 특별법 제정안이다.

메가특구 내 소득 상위 3%인 관리자나 연구·개발자 같은 전문가에게 개별동의를 받아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한도, 휴게·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적용하지 않는 내용이다.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다. 지난해 기준 소득 상위 3%는 연봉 1억4천만원 이상(국세청 근로소득 자료) 또는 1억3천만원(고용형태별 노동실태 조사) 이상이다.

현재 1개월(연구개발직 3개월)인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노동시간 증가가 불가피한 정책인데, 노동부가 노사정 합의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을 실현하는 것과 정반대 행보다.

질병 산재사망자 3명 중 1명이 아직도 ‘과로사’
“노동시간 상한 없애면 과로 증명할 방법 없어”

메가특구법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것은 ‘과로 유발’이다. 아직까지도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과로로 숨진다. 지난해 질병으로 사망해 산재를 인정받은 노동자는 1천376명인데 이 중 진폐 458명(33.3%)가 가장 많고, 과로사가 포함되거나 과로사로 추정할 수 있는 뇌심혈관계 질환이 408명(29.7%)으로 뒤를 이었다. 업무상 질병 사망자 10명 중 최대 3명은 과로사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일과 관련된 전체 질병 가운데 3분의 1이 장시간 근무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최대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 노사정 합의가 나왔던 2019년 2월, 주 최대 64시간 노동까지 가능한 합의안을 놓고 노동자 건강권 침해 우려가 높았다.

‘과로 기준 고시’라 부르는 노동부 고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보면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 또는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 노동을 하면 업무상 질병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52시간 넘게 일하면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이런 노동부 과로기준에 일하는 시간을 근접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번 메가특구 법안에서 정산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이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보다 과로 위험이 훨씬 높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그나마 일주일(기존 연장근로 12시간 제외한 52시간), 하루(12시간) 노동시간의 상한을 정하고 있다. 반면에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무한 노동을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에는 주저했던 이유다.

결국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업무에 한해 단위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면서, 정산기간이 1개월을 초과할 경우 근무를 끝내면 11시간 연속 쉰 뒤 일을 하도록 의무화한 조항을 넣었다. 하지만 선택적 근로시간제 시행은 노동부에 보고할 의무가 없어 노동자 건강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파악할 방법도, 관련 통계도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산기간을 지금보다 두 배인 6개월로 확대하면 노동자 과로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한도와 휴게·휴일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의 위험성은 더욱 크다. 고액 연봉자라는 이유로 건강권을 포기해도 된다는 논리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윤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노동시간 상한은 임금 규제가 아니라 안전 규제”라며 “덜 받고 덜 일하라, 또는 더 받고 더 일하라는 소득 배분 규칙이 아니라 ‘사람의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는 건강에 대한 생물학적 상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노동시간 상한이라는 법적 개념을 없애면 ‘과로’도 함께 사라지는데, 과로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과로였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일하는 사람들 선택권 보장? 시간주권 ‘오독’
고임금 받으니 일 더해라? 시간빈곤 빠지는 정규직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도 덩달아 ‘이중빈곤’ 우려

현재 메가특구법 시행을 통한 노동시간 유연화를 주장하는 쪽은 노동자들의 ‘선택권’을 강조한다. 업무가 많아 일을 더 하고 싶은 이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최근 발언이 대표적이다. 김 장관은 지난달 6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메가특구법안과 관련해 “열심히 일해서 성취하겠다는 사람들의 의욕과 의지를 제도가 꺾어서는 안 된다”며 “연구개발(R&D) 분야는 물론 스타트업을 비롯한 첨단산업 전반에서 근로시간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재계도 반복해 온 주장인데, 그들이 말하는 ‘시간주권’이다. 시간주권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승윤 교수는 “진짜 시간주권은 ‘더 일할 권리’가 아니라 멈출 시점을 노동자 스스로 정할 권리”라며 “노동시간 상한이 없으면 멈출 근거가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이사장은 “시간주권의 전제는 건강과 생명·안전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고, 시간빈곤을 해소하기 위해 선택할 권리를 주는 개념이 시간주권”이라며 “주 60시간 넘게 일하는 걸 시간주권인 양 말하는 건 오독”이라고 지적했다.

시간빈곤은 △돈을 벌려고 하는 일 △가사노동이나 돌봄노동 같은 무급 노동 △수면·식사·세면 같은 활동을 제외하면 여가·휴식 등의 자유시간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임금을 많이 받는 노동자들은 일을 많이 해도 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게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다. 하지만 연구결과는 고임금·정규직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교수가 2023년 <현대 아시아>에 실은 논문 ‘이중 빈곤: 한국 서비스 경제의 계급, 고용 형태, 성별 및 시간 부족 불안정 노동자’에 따르면 비정규직보다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이 시간빈곤에 빠질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이나 비정규직 모두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되지만 정규직이 더 긴 노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임금이 많다고 해서 노동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지진 못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고임금 노동자의 노동시간 상한을 없앤다고 해서 저임금 노동자들이 그 영향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산업부는 연구개발자와 관리자 같은 전문가를 대상으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연구개발 인력이 밤새워 일하면 청소, 경비, 물류, 구내식당 같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도 덩달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들 노동자는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상위 3%가 아니다. 오히려 시간빈곤과 소득빈곤 둘 다 시달리는 ‘이중빈곤’을 겪는 집단이다. 돈을 벌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 자유시간이 없는데,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 교수는 “같은 법안에 노동시간 한도 완화,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파견 확대가 함께 담겨 우려된다”며 “상위 3%의 노동시간 규제를 풀면서 하위 집단의 고용안정까지 푸는 패키지”라고 지적했다.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이행도 갈 길 멀어
있는 유연근로제도 안 쓰면서 “규제완화”만

노사정이 참여해 지난해 9월 출범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은 같은해 12월 추진과제를 합의해 발표했다. 포괄임금 오남용을 방지하고 실노동시간단축지원법을 만드는 내용이 들어갔다. 실노동시간단축지원법은 △근무시간 외 불필요한 업무지시로부터 보호 △시차출퇴근·재택근무 등 유연근무 여건 조성 △실노동시간 단축 노력에 대한 재정 지원이 뼈대다.

이 밖에 특별연장근로 사후감독 체계 마련 및 운영 개선, 노동시간 적용제외·특례업종 제도개선, 야간노동자 실태조사와 건강보호 대책 마련, 반차 등 연차휴가 분할 사용 근거 명문화, 1일 4시간 근무시 휴게시간 선택권 보장 등도 포함돼 있다.

노사정 합의에 따라 올해까지 실현하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메가특구법안을 통한 노동시간 규제완화 시도는 노동시간 단축 흐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새로운 노동시간 유연화 제도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기준 1명 이상 사업체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곳은 4.1%,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곳은 2.7%에 그쳤다. 300명 이상 사업장이 가장 많이 도입했지만 그 비율 역시 작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39.8%,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35.6%에 불과하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2021년 1월에 확대한 지 5년 가까이 됐는데도 활용도가 높지 않다. 2020년 1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특별연장근로제도도 사유를 대폭 넓히고 반도체 연구개발은 사용기간까지 연장했다. 재계 등이 지금 시행 중인 제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추가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김종진 이사장은 “지금 거론되는 메가특구법안은 실노동시간을 단축하려는 정부 정책에 거스른다”며 “일과 삶이 균형을 이뤄 시간주권을 확보하고, 산업과 노동이 균형을 이뤄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특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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