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6-09-1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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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늦게 받아도 다니고 싶었는데” 일자리까지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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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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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호흡안심병원 노동자들의 무너진 일상 … “뭐라도 말 좀 해줬으면”
우다영 기자 입력 2026.09.14 06:30
“돈을 나중에 받더라도 일자리는 지키고 싶었어요.” 서울호흡안심병원에서 일했던 30대 ㄱ씨는 석 달 동안 월급이 밀려도 출근했다. 생활은 빠듯해졌지만 병원을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늦게라도 임금을 받고 계속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달 병원이 휴업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서울호흡안심병원을 포함한 3개 산하 병원을 운영하던 대성재단은 지난 6월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서울호흡안심병원은 6월분부터 임금 지급이 중단됐다. 지난달까지 노동자 55명의 6~8월 체불임금은 약 7억9천만원, 미지급 퇴직금은 약 2억1천만원이다.<본지 2026년 9월9일자 12면 “‘임금체불’대성재단 감독책임 복지부-지자체 ‘뒷짐만’” 참조>
대성재단은 지난달 4일 병원에 알리지 않은 채 관할 보건소에 서울호흡안심병원 휴업신고를 했다. 병원은 보건소가 추가 서류를 요구하면서 이를 알았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11일 서울호흡안심병원에서 일했던 노동자 3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임금이 밀려도 출근했지만, 왜 ‘우리만’ 휴업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직장을 떠나야 했다.
13년 직장생활, 처음 밀린 카드값
40대 ㄴ씨는 20대부터 쉬지 않고 일했다. 병원 경력만 11년, 서울호흡안심병원으로 이직한 지 5개월 만이다. ‘회생절차’라는 말을 처음 들었고, 카드대금 연체 독촉 통지도 처음 받았다.
“월급보다 많이 쓰면서 살아본 적이 없어요.”
임금체불이 시작되면서 ㄴ씨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적금과 청약 저축을 해지했다. 늦더라도 돈이 들어올 거라고 믿었다. 8월까지 그는 환자들에게 병원 사정을 설명하고, 사과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환자들의 서류를 챙기는 일을 끝까지 했다.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해서 죄송하다는 말로 끝났어요. 제 이름이 ‘죄송합니다’로 바뀐 것 같다고 농담까지 했어요.”
퇴사 이후에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1천만원가량을 대출받았다. ㄴ씨는 “재직자일 때 대출받을 걸 그랬다”며 “무직자대출은 이자가 너무 높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가족들에게는 차마 상황을 알리지 못했다. 최근 건강보험이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바뀐 사실을 가족들이 알게 된 뒤에야 털어놨다. 석 달치가 밀렸지만 그마저도 두 달치라고 줄여 말했다. 퇴사 뒤에도 ㄴ씨는 아침이면 출근하듯 집을 나섰다. 카페에 앉아 채용공고를 확인하고, 어떤 날은 옷을 몰래 챙겨 일당 일을 하러 갔다. 지방으로 일하러 간 날에는 가족들에게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귀가가 조금 늦은 날에는 동료들과 술자리가 있었다고 말하기 위해 혼자 술을 마시고 들어간 날도 있었다.
꿈 많던 첫 직장, 환자를 보내야 하는 심정
20대 ㄷ씨에게 서울호흡안심병원은 첫 직장이었다. 2025년 개원 때부터 입사해 환자들을 가장 가까이서 돌봤다. 국내 유일한 호흡기 전문 의료기관이었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던 환자가 스스로 호흡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을 보고, 말을 못 하던 환자가 다시 목소리를 내는 모습도 지켜보면서 꿈을 키웠다. 함께 일하는 동료, 상사들도 좋았다. 그래서 병원을 떠날 이유가 없었다. ㄷ씨 역시 모아둔 돈을 꺼내 쓰며 버텼다.
“월급을 못 받았다고 부모님이나 친구들한테 말하기도 부끄러웠어요. 괜히 위축돼서 대화도 잘 못하겠어요.”
병원은 7월부터 재단에 임금 지급계획을 묻고 산소시설과 엘리베이터·소방시설 보수, 급식·의약품 대금 지급 등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모든 진료가 중단돼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했다. ㄷ씨에게는 매일 상태를 지켜보던 환자들이었다. 갑자기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하는 보호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조금 더 있으면 상태가 좋아지거나 인공호흡기를 뗄 수도 있을 것 같았던 환자들이었어요. 다른 병원으로 가는 게 많이 안타까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죠.”
병원이 문을 닫은 뒤 ㄷ씨가 공부할 것은 경력을 위한 지식이 아니었다. ‘회생절차’와 ‘간이대지급금’ 등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일이다.
“월급만 들어오고 잘 다니기만 했으면 되는 건데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하나 싶었어요. 돈도 돈인데 이런 걸 왜 제가 찾아봐야 하는지,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고요.”
첫 직장 경력이 1년7개월에서 끊겨 2년을 채우지 못했다는 두려움이 남는다. 이직 시장에서 갑자기 끊긴 경력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하다.
“제가 잘못한 게 아닌데 제가 잘못한 것 같고…. 제가 원해서 일을 쉰 게 아니잖아요. 편하게 쉴 수도 없어요. 이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그럼에도 ㄷ씨는 병원이 정상화된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서울호흡안심병원 노동자들은 “왜 저희 병원만 휴업한 건지, 왜 임금과 퇴직금을 주지 않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 무슨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재단은 서울호흡안심병원의 임금만 회생법원에 올리지 않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이날도 재단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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