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노사정 합의 20%는 입법으로 결실
정치적 기반 없지만 ‘한국식 사회협약’ 입법체계 진화 … 박성국 전 본지 대표 박사학위 논문에서 밝혀
15~19대 국회(1996~2016년) 20년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고용노동부 소관법률 5건 중 1건은 노사정 사회협약을 거쳐 입법화했다. 그 기간 사회협약 합의 조항 3건 중 1건이 법제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정이 1998년부터 정책 결정 독점주의(일방주의) 대신 사회적 협의(사회협약)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정치적·경제적 위기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한국은 유럽처럼 네오 코포라티즘(사회적 합의주의)의 조직적·제도적 전제조건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사회협약 입법체계가 1998년부터 존재·진화해 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성국 전 <매일노동뉴스> 대표는 최근 ‘사회적 학습을 통한 전략적 선택: 한국 사회협약과 입법체계의 진화’ 주제의 한양대 박사학위(경영학) 논문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국회 본회의 통과 사회협약 입법안 18.6%
전통적 네오 코포라티즘 연구에서는 높은 조직률의 중앙집권적 노조와 강한 좌파정당을 가진 나라에서 정치적 교환을 바탕으로 사회협약 성과를 낸 것으로 분석해 왔다. 반면 한국에서는 그런 전제조건이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사회협약 입법체계가 작동했다. 크게는 1998년 2·6 협약, 2009년 2·23 협약, 2004년 2·23 협약, 2015년 9·15 협약 등 4대 사회협약이 추진됐다.
경제위기(1998·2009년)뿐만 아니라 비경제위기(2004·2015년) 상황에서도, 의회 소수파 정부(김대중·노무현)뿐 아니라 다수파 정부(이명박·박근혜)에서도 사회협약을 거쳐서 개혁입법을 추진하려고 했다.
실제 입법성과로도 나타났다. 노사정은 1998~2016년 4대 사회협약을 포함해 79건의 사회협약, 361건 합의 조항을 도출했다. 이 중 여야는 129개(35.7%) 조항을 법제화했다. 법제화 비율은 15대 국회 55.0%, 16~17대 40.1%, 18~19대 20.6%였다.<표 참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사회협약 법안 처리로 살펴보면 같은 기간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부 소관법안 297건 중 사회협약 법안은 56건(18.6%)이었다. 국회를 통과한 사회협약 법안 중 신설·제정 법안은 12건(21.4%)이었다.
“노사정, 사회적 학습 통한 전략적 선택”
유럽 국가와는 다른 정치제도와 역사적 맥락을 가진 한국에서의 사회협약 입법체계 진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는 “노사정과 여야 정당이 사회협약 입법체계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사회적 학습을 통해 지속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작은 경제위기 극복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3자 파트너십 효과와 필요성을 학습하면서 다음 시기의 전략적 선택과 새로운 타협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노사(한국노총·한국경총)는 3자 정책협의를 하더라도 특정사안에서는 양자연합을 추진했다. 정부 주도 구조조정에 대한 학습된 결과였다. 민주노총은 정책협의에는 참여하지만 사회협약 체결은 하지 않았다. 의회 소수파 정부는 사회협약과 쟁점 현안의 입법연계 전략을 채택했다.
다수파 정부는 일방주의 대신 3자 정책협의를 채택했지만 사회협약과 쟁점 현안의 분리입법을 추진하기도 했다. 노사정위원회(현 경사노위) 역시 대표성 확대와 논의체계 중층화를 시도하며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는 제한된 파트너십 한계를 넘어서려고 시도했다.
“사회협약 입법체계 전 과정 점검 제도화 필요”
논문에서 박성국 전 대표는 “사회협약과 개혁입법의 연계전략이 노사정과 여야 정당의 협력과 높은 입법 성과에 유효했다”며 “(합의제 정치제도가 사회협약 형성과 지속의 전제조건이라는) 민주주의 유형론과 차별화하는 한국식 사회협약 입법체계 특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사회협약 입법체계는 진화했지만 노사정 파트너십 발전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사회협약의 불안정성을 고려할 때 사회협약 입법체계 전 과정을 점검하는 방안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협약 의제는 더욱 다양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 노사의 의제설정 권한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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