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삼표, 안전보건확보 의무 이행했나
노동부, 본사 대상 수사 예고 … 하청업체 산재예방 조치, 경영책임자 특정 ‘주목’
삼표산업의 경기도 양주 채석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기로 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본사 대상 수사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삼표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1건과 3건의 산재 사망사고가 있었다. 지난해에도 6월과 9월 노동자가 각각 깔림과 부딪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중대재해 사업장이다.
2일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발생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노동부는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하지 않고 곧바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다.
노동부 수사심의위 구성 없이 곧바로 수사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건으로 판단
수사심의위는 산재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중대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구다. 지방고용노동관서장이 관할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의해 달라고 신청하면 노동부가 수사심의위를 구성해 심의·의결한다. 노동부는 이번 삼표산업 붕괴 사고에 대해서는 수사심의위를 구성하지 않기로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재해임이 명확한 사건이라 판단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가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토사 붕괴위험에 대비한 관리현황과 안전조치 여부를 확인한 끝에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현장 발파팀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협의로 입건했다.
다음 순서는 삼표산업 본사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경영진을 처벌하지는 않는다.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면 처벌하지 않는다. 중대재해 발생에 경영책임자가 간접적인 영향을 제공했는지를 판단해 처벌 여부를 가린다.
노동부는 삼표산업 본사에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이행 조치와 관련한 자료를 요구할 계획이다. 관계자 소환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금은 실종자를 찾는 일이 가장 우선이고 본사 안전관계자 상당수가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며 “추가 사고 없이 실종자 수색이 이뤄지고, 명절 후 수색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 (본사)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채석장이 안전예방 조치가 부실한 현장이었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에 따라 채석작업 사업주는 노동자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장 지형·지반·지층 상태 사전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기록해야 한다. 조사 결과를 고려한 작업계획서에 따라 일을 시켜야 한다.
삼표산업은 이 같은 예방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몰됐다 숨진 채 발견된 천공기 노동자(28)에 대한 안전교육이 있었는지, 특수고용직 굴착기 기사(55)에게 도급을 맡길 때 산재예방 능력을 평가했는지도 수사로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수사 핵심은 ‘안전보건 확보의무 준수’ 여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4조(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 조치) 이행 여부가 중요하다. 해당 조항은 중대재해 발생 위험에 대비해 대응조치 등을 담은 매뉴얼을 작성해 반기 1회 이상 점검하도록 규정돼 있다.
3자에게 도급·용역·위탁할 때 도급 등을 받는 자의 산재예방 조치 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절차를 마련해 반기 1회 이상 점검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해인 올해에는 6월 말까지 점검하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본사 차원의 대응 매뉴얼은 완성돼 있어야 한다. 삼표산업 본사에서 매뉴얼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처벌받는 경영책임자를 누구로 특정할 것인지도 이번 사건을 통해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삼표그룹 계열사인 삼표산업은 서너 해 전 오너일가가 대표이사를 순차적으로 퇴임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삼표산업 골재부문은 이종신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 사장은 사건 발생 당일 “매몰자 구조와 현장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노동부는 대표이사에 준해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예산·조직·인력 등 안전보건체계 구축 등에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가진 사람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는 경영책임자라고 판단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오너가 경영에 개입했다는 사실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영책임자라 볼 수는 없다”며 “경영책임자를 특정하는 것을 포함해 앞으로 수사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박영만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실질적으로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이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규정돼 있다”며 “(오너라도) 안전보건체계 구축에 관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결정했다면 입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노동자 3명이 매몰됐다. 이 중 2명은 사고 당일, 남은 한 명은 이날 오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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