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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1-30 11:33
코로나 격무 사망 공무원에 법원 첫 ‘위험직무순직’ 인정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596  


▲ 공무원노조 부산본부가 2021년 7월9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코로나 대응 업무를 하다가 극단적 선택에 이른 간호직 공무원 고 이한나씨의 순직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무원노조>

코로나 격무 사망 공무원에 법원 첫 ‘위험직무순직’ 인정

고 이한나씨 숨진 지 1년8개월 만에 승소 … 법원 “부담·압박, 고도의 위험업무 수행”
코로나19 대응으로 격무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보건소 공무원이 법원에서 ‘위험직무순직’을 인정받았다. ‘코로나’ 관련 업무가 위험직무로 인정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법원은 경찰·소방과 같이 직접적으로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더라도 감염병 위험에 놓였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유사 업무를 수행하다가 숨진 공무원 사건에도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 부장판사)는 부산 동구보건소에서 간호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숨진 고 이한나(사망 당시 33세)씨의 남편과 부모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씨가 세상을 떠난 지 1년8개월 만의 1심 결론이다. 인사혁신처의 항소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법원은 공무원의 코로나 대응 업무가 ‘위험직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이라는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감염병의 확산 방지’ 활동을 수행하다가 고도의 신체적 위험과 감염의 공포, 과중한 업무량 및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인식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위험직무순직공무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코로나 대유행에 6개월간 ‘460시간’ 초과근무

사건은 국내에 코로나19가 급속히 번지던 2020년 초순께 시작됐다. 2015년 11월 간호직 공무원에 임용돼 4년 넘게 일했던 이씨는 확진자를 상대로 코로나 대응 업무를 병행했다. 특히 6개월간은 주말에도 선별진료소 근무와 역학조사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해 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선별진료소에서 84일간 근무했고, 관리한 자가격리자도 1천명이 넘었다.

이씨는 2020년 12월부터 6개월간 월평균 적게는 68시간, 많게는 97시간을 초과근무했다. 규모가 큰 역학조사를 담당할 때는 밤 10시가 넘어 퇴근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2021년 5월18일 관내 병원 입원 환자가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확인돼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상황은 악화했다. 이씨는 3일 뒤인 5월21일 코호트 격리 관리담당자로 지정되자 주말인 다음날 사무실에 출근해 오후 8시까지 업무를 했다.

그는 코호트 격리 관리 업무를 맡은 지 닷새 만에 목숨을 끊었다. 이씨는 5월23일 오전 8시께 거주하던 아파트 11층에서 뛰어내렸다. 유족은 코호트 격리 담당 이후 업무 얘기 빈도가 부쩍 줄었다고 증언했다. 이씨가 가족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않았지만 상태는 심각했다. 공무원노조 부산본부가 진상조사단을 꾸려 사망 경위를 조사한 결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정황이 포착됐다.

코호트 담당 닷새 만에 숨져, 불안감 호소

이씨는 코호트 격리 관리를 맡은 직후 상급자에게 자신이 없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숨지기 전날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방에서 동료들에게 “(코호트 격리) 병원에 다녀와서 너무 마음에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숨지기 전날 보건소장과 나눈 SNS 대화에서도 위험 징후는 뚜렷했다. “중간에 못 하겠다고 하면 책임감이 없다고 느낄 수 있다”는 소장의 발언에 이씨는 “마음이 힘들어서 판단력이 없었다. 더는 실망시켜 드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포털사이트에도 ‘우울증’ ‘사회불안장애’ ‘공무원 질병휴직’ 등 같은 단어를 검색했다. 유족은 이씨에게 개인적인 문제가 없었기에 코로나 대응이 숨진 원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씨 부부는 신혼생활 중이었고 자녀 계획도 세운 상태였기 때문이다. 동료들도 이씨가 평소 긍정적이고 활달했다고 진술했다.


인사혁신처 판단 뒤집고 ‘위험직무순직’ 인정

유족은 ‘공무상 재해’라고 주장해 2021년 9월 순직이 인정됐다. 그런데 인사혁신처는 ‘위험직무순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코로나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와 극단적 선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했지만, 공무원 재해보상법의 위험직무순직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법률에 따르면 ‘위험직무순직공무원’은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재해를 입고 그 재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한 공무원을 말한다.

유족은 위험직무순직을 인정해 달라며 2021년 12월 소송을 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른 감염병 환자의 치료 또는 감염병의 확산 방지 공무원’은 위험직무순직공무원 요건에 해당한다는 법률 조항(5조9호다목)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인사혁신처 판단을 뒤집고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법률 요건 중 하나에 해당한다고 곧바로 위험직무순직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도 이씨가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보고 위험직무순직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의 자해행위가 원인이 돼 사망한 경우에도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뤄지는 활동 또는 직무와 관련된 사유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의 자해행위라면 위험직무순직공무원에서 말하는 재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 “방역 담당자 스트레스 높아, 업무 원인”

이씨가 1년 넘게 맡았던 코로나 대응업무의 강도가 위험직무순직 판단을 뒷받침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코로나 2차 대유행을 일으킨 2020년 12월께부터 초과근무하는 시간이 급격히 증가해 최대 월 100시간에 달하는 정도의 초과근무를 하기도 했다”며 “더욱이 퇴근 이후에도 10여개가 넘는 업무 관련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확인하며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 것으로 보여 실제로는 더 긴 시간을 근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방역 담당자의 정신적 스트레스 강도가 높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언제든지 코로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감염의 공포와 싸우며 일해야 했고, 명확한 방역지침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감염 확산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있었다”고 판시했다.

특히 코호트 격리 업무는 확진 의심자와 직접 마주해 더욱 큰 감염 위험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포털사이트에 본인의 건강상태를 인지하고 검색한 단어들도 업무량 증가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심한 불안장애에 이른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감염병의 확산 방지 업무 이외에 망인이 자해에 이르게 할 만한 개인적인 동기나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유사 사례 영향 전망 “위험직무순직 범위 넓어져”

유족은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마음 아파했다. 이씨 남편은 <매일노동뉴스> 통화에서 “아내가 업무 고민을 표현하지 않아서 그저 (코호트 업무가) 고비라고만 생각해 적극적으로 달래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지금도 죄책감을 느낀다”며 “신체적 상해가 아니더라도 감염병 예방 업무로 인해 정신적 상해를 입었다면 위험직무순직이 인정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유사한 사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확진자의 폭언과 과로에 시달리다 2021년 9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인천 부평구보건소 소속 고 천민우 주무관도 이씨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7월께 인사혁신처에서 위험직무순직이 인정되지 않았다. 유족은 지난해 10월 행정소송을 냈다.

이씨 유족을 대리한 서희원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인사혁신처는 그동안 위험직무를 수행하다가 실제 감염병에 걸리거나 화상을 입고 숨진 경우 등 내재한 위험이 현실화했을 때만 위험직무순직에 해당한다고 봤다”며 “그러나 공무원의 자해행위가 원인으로 사망한 때에도 직무 관련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라면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위험직무순직 인정 범위가 더 넓어졌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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