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28 07:56
‘중도계약해지 조항’에 눈물 흘리는 기간제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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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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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자 조기복직 이유로 계약종료” 비일비재 … “금지 명문화, 대체인력 전환배치해야”
수도권에서 10년간 기간제교사로 일한 박진성(가명)씨는 2023년 12월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근로계약 종료일이 두 달이나 남은 시점이었다. 학교는 박씨에게 근로계약 해지일 하루 전날에 통보서를 내밀었다. 근로기준법상 해고예고는 30일 전에 이뤄져야 하지만 학교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해고 사유는 박씨 전임자의 복직이었다. 학교는 교육청 지침과 근로계약서·채용공고가 근거라고 했다. 학교는 채용공고에서 “조기 복직 등 정규교사 결원보충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근로계약서와 교육청 지침에도 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다.
예상하지 못한 해고에 박씨는 경제적·심리적 타격이 컸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은 방학 즈음해 갑자기 사라진 교사의 행방을 물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박씨는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졸업하는 학생들을 응원해 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며 “현장에서 중도해지로 일을 잃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기간제교사 출신 교육감이 나와야 현실이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위원회도 “휴직자 복직하면 계약해지” 채용공고
학교나 정부, 공공기관이 휴직자를 대체할 대체인력을 채용할 때 채용공고에 휴직자가 조기 복직하면 계약기간 도중 근로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간제근로자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법이나 제도로 중도계약 해지를 금지해 이들에게 근로계약기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 <매일노동뉴스>가 17개 시·도교육청 기간제교사 지침과 정부·공공기관 채용정보를 살펴본 결과 공공부문의 대체인력 채용공고에 ‘휴직자 조기 복직시 중도 계약해지’를 명시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 채용정보를 모아 둔 나라일터와 공공기관 구직정보를 확인하는 잡알리오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채용공고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까지 채용을 진행했거나 이날 기준 채용을 진행 중인 정부나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였다. 기관의 직무·직군·기관 유형을 가리지 않고 이 같은 채용공고는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한국전력공사·한국농어촌공사·한국수자원공사·대한법률구조공단·한국국방연구원 등 올해 채용공고를 올린 대부분의 기관은 채용공고에 “휴직자 조기 복직시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국립대학이나 연구원·각종 정부기관을 비롯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전북지방노동위원회·경북지방노동위원회같은 노동 유관기관도 모두 이런 공고를 내걸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모두 정규교원 조기 복직시 기간제교사의 중도계약해지를 2025년 기간제교원 운영 지침에 명시하고 있다.
노동부·권익위도 조기복직시 해고조항 문제 삼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채용공고로 인한 해고가 부당해고가 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근로계약기간 등을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규정한 내용과 해고를 엄격히 제한한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공고라는 비판도 나온다. 기간제법에서 근로계약기간을 서면에 명시하도록 한 것은 기간제근로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인데, 휴직자 복직에 따라 계약기간이 변하는 것은 이러한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최강연 공인노무사(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는 “해고가 정당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23조1항에 따라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정당한 이유는 통상 노동자측의 귀책사유로 이해되는데, 휴직자의 조기복직은 노동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부당해고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도 행정해석(고용차별개선과-1877)을 통해 이 같은 근로계약의 불확정 기간을 명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노동부는 2019년 9월 파견근로계약을 할 때 ‘육아휴직자가 조기 복귀하면 파견계약이 조기 종료될 수 있다’는 조항이 유효한지 묻는 질문에 “파견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종료할 때 파견사업주와 근로자 간 별도의 합의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견계약 조기 종료가 파견근로자의 근로계약 당연 종료사유로 볼 수 없다”며 “문구 명시는 가능하지만 파견기간은 파견근로자 고용안정과 관련된 사안이므로 불확정 기간을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런 채용공고는 국정감사에서도 문제된 바 있다.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은 2022년 10월 문화재청 소속 기관을 감사하며 “일부 기관이 휴직자 복직시 계약해지 조항을 채용공고에 명시한 것은 부당해고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기간제교원에 관한 계약해지 조항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지난 2020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교원 조기복직에 의한 기간제교원 자동계약해지 조항을 기간제교원 운영지침에서 폐지하라”고 권고했지만 해당 조항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기간제에 귀책사유 없어, 부당해고 여지”
기간제교원과 대체노동자 같은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간제 노동자의 근로계약이 휴직자의 조기복직 여부에 달려있다면 근로계약기간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사라져 일자리·고용안정을 보장받지 못한다. 부당해고 논란으로 이어지면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박은선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유)는 “중도계약해지로 기간제교사는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겪고 학생들도 혼란을 겪어 교육적 악영향도 심각하다”며 “교육관청은 해당 조항으로 기간제교사 희생만을 강요해 왔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교육청은 중도계약해지 조항을 지침에서 제외하고 정규교사·기간제교사 모두 희생하지 않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간제교사 역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귀책 없는 해고는 부당해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강연 노무사는 “법과 제도로 휴직자 조기 복직시 중도계약해지를 금지하는 규정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부 훈령인 ‘기간제근로자 운영규정’이나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에 관련 조항을 명시하거나 휴직자 조기 복직을 허용할 때 사용자가 대체인력을 전환배치하는 운용방안을 사전에 의무적으로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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