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20 09:18
“‘고 오요안나 사건’ 괴롭힘 행위 있었지만 노동자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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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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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 … 노동계·유족 “방송사에 면죄부 준 결론”
지난해 9월 직장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씨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괴롭힘 행위는 있었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직장내 괴롭힘 관련 법 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 유족과 노동계는 방송업계 만연한 ‘무늬만 프리랜서’ 관행을 바로잡지 않은 채 사실상 방송사쪽에 면죄부를 준 결론이라고 비판했다.
“취업규칙 등 적용받지 않아
자율적으로 일해 MBC 직원 아냐”
19일 노동부는 지난 2월부터 약 세 달간 MBC를 상대로 시행한 특별근로감독 결과,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한 고 오요안나씨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봤다. 고인이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하자 선배 기상캐스터가 “네가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어”라며 비난하는 등 사회 통념에 비춰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행위가 수차례 이어졌다. 고인이 지인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유서에도 구체적인 내용을 기재한 점 등이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다만 노동부는 고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보고, 직장내 괴롭힘 관련 규정 또한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노동부는 △MBC와 계약된 업무 외 MBC 소속 근로자가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다른 업무를 하지 않은 점 △일부 캐스터는 외부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하거나, 엔터테인먼트사에 회원가입을 하고 개인 영리활동을 해 왔으며 그 수입이 기상캐스터에 귀속되는 점 △구체적 지휘·감독 없이 기상캐스터가 상당한 재량을 갖고 자율적으로 업무를 한 점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방송 시작 2~3시간 전 자유롭게 출퇴근한 점 △별도로 정해진 휴가 절차가 없고, 방송 출연 의상비를 기상캐스터가 직접 코디를 두고 지불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근로기준법상 직장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는데도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은 이례적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다른 기상캐스터에 대한 괴롭힘 (피해) 의혹이 있었고, 근로감독 청원도 있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 해도 조직 전반을 살펴 개선할 것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감독 기간 중이었던 3월18일~4월4일 MBC 직원 2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115명(45.6%)이 “직장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피해를 입은 사실이 있거나 주변 동료가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노동부 같은 자료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문”
노동계는 노동부가 ‘무늬만 프리랜서’가 만연한 관행에 제동을 거는 대신 방송사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엔딩크레딧과 직장갑질119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요안나씨가 방송 3시간 전까지 고정적으로 출근해 노동시간이 명확히 정해져 있던 점 △연휴에도 사쪽이 기상캐스터들의 근무 일정을 배분해 휴일과 근무일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점 △기상캐스터들이 작성하는 원고는 MBC 정규직 노동자를 통해 구체적 지휘·감독을 거쳐야 했던 점 등을 근거로 고인이 MBC 직원이 맞다고 반박했다.
윤지영 변호사(직장갑질119 대표)는 “고 오요안나씨는 MBC의 지휘·감독하에 MBC가 지정한 근무장소와 시간에 맞게 일하고 MBC가 정한 급여를 받았다”며 “노동부가 자료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고, 법리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은성 공인노무사(노노모)는 “프리랜서로 팀을 구성해 지휘·감독을 외주화하면 선후배 관계로 엮여 괴롭힘이 발생해도 실질 사용자인 방송사는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데 어느 누가 법을 지키겠냐”고 꼬집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인의 어머니 장연미씨도 “MBC가 시키는 대로 일했는데 노동자가 아니라고 한다”며 “유족은 이번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MBC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보도·시사교양국 프리랜서 71.4% ‘노동자성 인정’
노동부는 오요안나씨 직장내 괴롭힘 유무뿐 아니라 다른 프리랜서들의 노동자성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보도·시사교양국에서 일하는 전체 프리랜서 35명을 조사한 결과 이 중 25명(71.4%)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직종은 PD 10명, FD 8명, AD 7명이었다. 이들은 프리랜서 신분으로 MBC와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로는 MBC 직원인 메인 PD에게서 구체적·지속적으로 업무상 지휘·감독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25명을 독립된 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판단하고 MBC쪽에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시정지시를 내렸다. 기한은 다음달 12일까지다.
MBC 사쪽은 이날 입장을 내고 “고인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는 노동부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체없이 수행하겠다”며 “또 관련자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프리랜서들의 근로자성 판단에 대해서는 법적 검토를 거쳐 조속한 시일 내에 합당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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