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안소송 ‘전초전’ 집행정지 공방 … 한화오션 “웰리브, 별도 조직 갖춘 독립 사업자”
홍준표 기자 입력 2026.08.11 06:30
‘노란봉투법 1호 소송’인 한화오션 행정소송에 앞서 집행정지 사건에서도 핵심 쟁점인 ‘원청 사용자성’에 관한 법원 판단이 일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한화오션이 중앙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법원의 ‘집행정지’ 신청 사건은 본안 승소 가능성도 고려되는 만큼, 개정 노조법의 ‘새로운 사용자’ 개념을 법원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확인할 첫 사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올해 3월10일 시행된 개정 노조법 2조는 ‘사용자’ 정의에 관해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한화오션 사건에서도 원청이 하청노동자를 어느 수준으로, 어떻게 관리했는지가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다.
하청 ‘독립성’ 한화오션 “근로조건 관여 안 해”
1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화오션은 사내 급식·통근버스·시설관리 등을 담당하는 협력업체 ‘웰리브’가 독립된 사업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노위는 한화오션이 금속노조 웰리브지회가 요구한 노후 시설과 설비 개선 등 일부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고 맞선다. 금속노조 또한 한화오션의 논리가 개정 노조법이 사용자 개념을 넓힌 취지를 사실상 무력화한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한화오션이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핵심 논리는 웰리브의 독립성이다. 한화오션쪽은 고용노동부의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을 토대로 사용자성을 판단할 때 원청의 ‘구조적 통제’ 여부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청의 경제적 종속성과 원청 사업에 대한 편입 정도는 주된 요소가 아닌 보완적인 판단요소라는 것이다.
먼저 한화오션은 웰리브 직원의 구체적인 근로조건은 하청인 웰리브와 노동자들이 집단적·개별적 협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웰리브와 웰리브지회가 체결한 단체협약에서 사업장 전보, 채용인원과 방법, 휴직과 처우, 적정인력과 정원, 근태 등을 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한화오션이 웰리브 노동자의 인사나 임금 등 핵심적인 근로조건을 사실상 정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취지다.
웰리브 업무가 한화오션 사업에 얼마나 편입돼 있는지도 관심사다. 웰리브 노동자들은 옥포조선소에서 급식·수송·시설관리·복지지원 등의 업무를 한다. 한화오션은 이들 업무가 선박 생산공정과 분리돼 있다고 주장한다. 한화오션 대리인은 “급식은 식당에서 식사를 제공하고 시설관리는 정비·미화 등을 주로 한다”며 “기업의 주된 사업과 관계없이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는 전형적인 외주업무”라고 강조했다. 웰리브가 한화오션 사업장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웰리브 노동자들이 조선업 생산체계에 조직적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시설·설비 개선’ 핵심 쟁점, 하청 독자성 있었나
가장 첨예한 쟁점은 ‘시설과 작업환경’으로 꼽힌다. 중노위가 한화오션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직접적인 의제는 조리실·세탁실·통근버스 등 노후 시설과 설비의 개선이다. 중노위는 △한화오션이 해당 시설에 대한 소유권·처분권을 가지고 시설·장비 등을 제공하는 점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서 안전·보건 의무를 부담하는 점 등을 근거로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시설 소유권과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구별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한화오션쪽은 “시설의 대규모 수리나 변경을 원청이 승인해야 한다고 해도 이는 재산권과 도급계약에 따른 문제일 뿐”이라며 “웰리브지회와 직접 단체교섭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선을 그섰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 역시 웰리브 노동자의 안전·보건 관리는 웰리브가 총괄했다고 주장했다. 도급인에게 책임이 부과되는 것과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노조법상 실질적 지배력은 서로 다른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노조는 반대로 근무환경을 실제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반박한다. 금속노조를 대리한 이진욱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웰리브가 조합원들의 임금·채용 등 일부 조건을 결정하더라도 한화오션이 소유·관리하는 조선소의 조리실이나 세탁실, 각종 시설을 웰리브가 독자적으로 변경하기 어렵다면 해당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한화오션과 교섭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웰리브 3만명 의식주 책임, 조선소 필수 기능”
웰리브 업무 성격에 대한 해석도 한화오션과 정반대다. 웰리브 직원들은 한화오션 조선소에서 하루 약 2만1천명 분의 식사를 제공하고 1만6천여명의 출퇴근 통근버스 이용 관련 업무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근무복 2천500벌과 샤워타올 1만5천장을 세탁하고 약 4천명이 이용하는 샤워장 관련 업무도 수행한다.
노조쪽은 “웰리브지회 노동자들이 한화오션 사업장에서 일하는 약 3만명의 노동자들의 의식주를 책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접 선박을 용접하거나 조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인력이 한 사업장에서 근무해야 하는 조선업 특성상 급식·통근·세탁·샤워·시설관리 없이는 사업장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한화오션이 ‘생산공정과의 직접 연관성’을 강조하는 반면 노조는 ‘조선소 전체 운영에 필요한 기능’을 사업 편입성의 근거로 제시한 셈이다.
특히 한화오션의 복지업무가 분리돼 온 과정을 보면 ‘다면적 노무제공관계’가 더욱 뚜렷해진다고 노조쪽은 해석한다.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은 과거 복지사업을 담당하던 주택사업부를 분리해 옥포공영을 만들었고, 2005년 웰리브를 자회사로 설립해 옥포공영이 담당하던 조선소 복지업무를 맡겼다. 이후 웰리브가 매각됐지만 한화오션은 조선소 내 복지사업 상당 부분을 계속 웰리브에 맡기고 있다. 노조쪽은 “일부 노동자는 수십 년 전 원청과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뒤 복지사업 운영주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고용승계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개정 노조법 2조의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문구에 관한 법적 해석이 원청 사용자성을 가를 주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노위는 웰리브지회가 요구한 모든 의제에 대해 한화오션의 사용자성을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시설·설비 개선 의제 하나에 대해서라도 한화오션이 ‘계약외 사용자’에 해당하면 교섭 당사자로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봤다. 법원 판단도 한화오션이 웰리브 노동자들이 교섭을 요구한 특정 근로조건에 대해 누구에게 실질적인 결정권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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