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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05-17 11:10
[개정 노조법 두 달 ②] 사용자성 1라운드 노조 ‘판정승’, 교섭의제 2라운드 돌입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5  

넓히려는 노조와 좁히려는 사용자 줄다리기 불가피

어고은 기자 입력 2026.05.13 06:30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가 원·하청 교섭 관련 사건에서 대부분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하청 노조는 비로소 ‘진짜 사장’과 교섭할 수 있게 됐다. 이제 교섭 테이블에 올릴 교섭의제의 범위를 두고, 최대한 좁히려는 원청 사용자와 넓히려는 하청 노조 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12일 <매일노동뉴스>가 개정 노조법 시행 이전부터 이미 법원에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택배·조선·백화점 및 면세점업계 중심으로 교섭 현황을 점검했다. 대부분 교섭단위 분리신청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정지되거나 교섭절차가 순탄히 진행되더라도 교섭원칙 합의라는 첫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상생 모범사례로 언급된 한화오션
조선업계 교섭절차 개시는 빨랐는데…

한화오션은 개정 노조법 시행일 당일 교섭요구 사실공고를 한 원청 중 한 곳이지만 실제 원·하청 교섭은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한화오션 내 급식·수송 등을 담당하는 사외하청 노동자(금속노조 웰리브지회)에 대한 사용자성이 쟁점이 됐기 때문이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16일 금속노조가 한화오션을 상대로 낸 확정공고 이의신청을 인용했다. 웰리브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셈이다.

원청은 결정문이 나오기 전까지 교섭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측은 지난달 22일 “구체적인 결정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문 등 문서로 확인된 바 없을 뿐만 아니라 창구단일화 관련 법정 절차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의 단체교섭 통지에는 응할 수 없다”고 노조에 밝혔다. 결정문이 송달되더라도 당장 교섭이 시작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청이 경남지노위 결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원청이 노동위 결정을 수용해 웰리브지회와 교섭테이블에 앉는다고 해도 교섭의제를 두고 상당한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지회는 공동요구안과 별도 요구안을 제시했는데, 경영 성과에 따라 생산직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기준의 성과금을 모든 하청노동자에게 지급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법원에서는 한화오션이 △성과급 지급 △학자금 지급 △노동안전 의제에 대해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에 대한 노조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다만 지회가 요구한 △노조활동 보장 △취업방해 금지에 대해서는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 교섭 원칙 두고 신경전

국내 조선 3사 중 한 곳인 HD현대중공업도 교섭절차 개시 자체는 빨랐지만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가 교섭테이블에 앉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HD현대중공업은 3월13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고, 같은달 21일 지회가 교섭을 요구한 유일 노조로 확정공고했다.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이후 원청과 수차례 실무 협의를 진행해 왔지만 아직 상견례 일정을 잡지는 못하고 있다. 오세일 사내하청지회장은 “교섭 원칙과 관련해 쟁점이 좁혀진 단계는 아니다”며 “이달 안에 상견례를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지회는 △임금 14만9천원 정액 인상 △연말 성과금 정규직·하청·이주노동자 동일지급 △설·추석·하기휴가 정규직·하청·이주노동자 동일지급(50만원→70만원) △‘1공수(일당)’ 기준 근로시간을 9시간에서 8시간으로 변경 △노동안전보건위원회에 지회 참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HD현대삼호의 경우 원·하청 교섭 ‘기본협약’ 체결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통상 교섭시작 전 교섭절차 및 방법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는데, 하청 노조 교섭위원의 유급 처리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금속노조 전남조선하청지회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달 30일 원청측과 만나 기본협약과 관련해 하청 노조의 유급 인정을 전제로 한 안을 제시했고, 이달 8일 원청측은 ‘하청업체에 대한 경영권 침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회 관계자는 “교섭 의제를 논하기 전에 앉아서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지기까지 지난한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화점·면세점업계 “노동위 결정문 송달 이후 교섭 응할 것”

법원 판결 이후에도 움직이지 않던 백화점·면세점 원청은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노동위 결정을 거치고 나서야 하청 노조와의 교섭에 응하는 모양새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는 지난 3월20일 제주지노위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를 대상으로 한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을 시작으로 백화점·면세점 등 원청을 상대로 시정신청을 잇따라 제기했다. 이후 지난달 9일 제주지노위, 같은달 21일 서울지노위는 각각 JDC와 롯데백화점·신라면세점 등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최근 백화점 5개사(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AK플라자)는 지노위 결정문 수령 뒤 교섭 절차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노조에 밝혔다. 한국백화점협회 관계자는 “5개사가 교섭요구 사실공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지노위 인용 결정을 받은 JDC의 경우 교섭단위 분리가 변수로 떠올랐다. JDC는 지난달 22일 공문을 통해 “결정문 수령 후 교섭 절차를 이행할 예정이었으나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가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면서 창구단일화 절차가 중단됐다”며 “교섭단위 결정이 나오면 별도 공고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달 17일 JDC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다. JDC 면세점 내 시설관리·미화직 등 다른 직군 하청노동자와 면세점 판매사원 직군을 별도 교섭단위로 인정해 달라는 취지다. 이달 18일 심문회의가 예정돼 있다.

노조, 정기휴점 정례화 포함 ‘법원 인정 의제’도 요구

막상 백화점·면세점 원청과 하청 노조가 교섭테이블에 앉게 되면 교섭의제를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원청 사용자는 지노위에서 인정한 의제에 국한해 교섭하자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노조는 산업안전 의제뿐만 아니라 정기휴점 정례화와 노조활동 공간 제공, 셔틀버스 확충 등도 요구하고 있다.

제주지노위는 노조가 제시한 네 가지 교섭 의제 중 산업안전 분야인 ‘통합 안전보건관리 협의체 구성’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제주지노위는 “사업장 내 위생·편의시설의 설치 및 개선, 공용공간의 운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같은 사항은 개별 입점업체의 권한에만 맡겨진 것으로 보기 어렵고, JDC가 그 기준을 설정하거나 운영 방향에 관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며 “고객응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 민원이나 분쟁에 대한 대응체계, 보호매뉴얼의 운영 등 역시 면세점 전체의 운영 질서와 관련된 사항으로서 JDC가 일정한 기준을 설정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봤다.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은 노조가 백화점·면세점에 요구한 세 가지 교섭의제인 △정기휴점 정례화 및 연장영업 폐지·명절휴점 도입 △고객응대 노동자 보호매뉴얼 작성 △위생·편의시설 확충·개선에 대해 모두 원청의 교섭 대상으로 인정했다. 이는 노조가 올해 원청에 교섭의제로 제시한 사항들로, 원청 사용자가 특정 의제를 거부할 경우 이 판결을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주연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는 “노동위 판단은 하나의 노동조건에 대해서라도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다면 사용자로서 교섭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미이지 그 노동조건에 대해서만 교섭 의무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며 “사용자가 이를 의도적으로 축소 해석해 교섭을 거부한다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택배업계 교섭대표노조 확정 절차 진행 중
수수료 인상 최대 쟁점

가장 먼저 법원에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택배업계의 경우 대부분 교섭대표노조 확정 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교섭절차와 관련해 노동위원회 다툼이 이어지면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 3월17일 택배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뒤 최근까지 교섭대표노조 확정 절차를 밟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서울지노위가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에 대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제기한 확정공고 이의신청을 인용하면서 CJ대한통운측은 하청 노조들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중단한다고 알렸다. 결정문 송달 이후 절차가 다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택배노조가 원청에 제시한 교섭의제는 △배송상품 인수시간 단축 △집화상품 인도시간 단축 △1명당 1주차장 확보(서브터미널 작업환경 개선) △수수료 인상 △주 5일제 실시 △사고부책(택배 배송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의 배상 책임) 개선 등이다. 중노위와 법원에서 교섭거부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 의제들과 같다. 법원은 배송상품 인수시간·집화상품 인도시간 단축과 서브터미널 작업환경 개선은 CJ대한통운이 ‘단독’으로, 수수료 인상과 주 5일제·사고부책 개선은 원청과 대리점주가 ‘함께’ 교섭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특히 수수료 인상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노동부의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에는 “임금은 근로자가 제공한 노동의 대가이고 그 지급과 인상 등은 계약 당사자인 계약사용자와 관련 근로자 사이에 결정되는 것”이라면서도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임금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결정했다는 근거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사용자성이 인정된다”고 명시돼 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도 교섭단위 분리신청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정지된 상태였다. 서울지노위는 지난달 9일 택배노조의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기각했다. CLS측은 이에 기존에 했던 사실공고 효력이 상실됐다고 보고, 지난달 30일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의 교섭요구 사실을 다시 공고했다. 전국택배노조는 재심신청 여부를 검토 중이다. 다만 재심신청과 무관하게 교섭단위 분리 결정에 대한 효력은 유지된다. 또 다른 택배사인 롯데택배·로젠택배는 택배노조를 과반수노조로 확정하는 공고를 제출한 상태다.

이수연·어고은 기자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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