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청 사망’ 동국제강, 대표는 2년 만 불기소 … 노동감독관 “증거 모아도 반려” 토로
홍준표 기자 입력 2026.07.28 06:30
“세 차례의 보완수사. 사고 발생 11개월 만의 검찰 송치. 2년 만의 원청 경영책임자 불기소.”
2022년 3월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하청노동자 고 이동우씨가 숨진 사고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초기 대표 사건으로 꼽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검찰 보완수사권이 노동사건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달 안에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담당 검사, 전보 이틀 전 ‘기습’ 불기소
2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고 이동우씨 사건에서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원청 경영책임자인 장세욱 당시 동국제강 대표이사를 입건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검찰에 여러 차례 전달했지만,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세 차례에 걸쳐 보강수사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은 10개월 가까이 정식 입건조차 되지 못한 채 머물렀다가 결국 사고 발생 11개월 만에 검찰로 송치됐다.
그러나 송치 대상은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아닌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김연극 전 대표였다. 장세욱 대표는 제외됐고, 이후 유족이 장 대표를 별도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2024년 1월 두 대표 모두를 불기소했다. 사고 발생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담당 검사는 불기소 처분 이틀 후 다른 검찰청으로 전보됐다.
사업보고서상 장 대표는 당시 회사 지분 9.43%를 보유한 반면 김 전 대표의 지분은 0.01%에 불과했다. 유족측은 장 대표가 ‘사업을 대표·총괄하면서 안전보건에 관한 실질적인 최종 의사결정권을 행사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노동청과 유족 의견을 모두 무시했다.
법원은 원·하청 안전관리자 등 관계자들만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했다. 결국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경영책임자’의 책임은 단 한 번도 공개 법정에서 심리되지 않게 됐다. 동국제강 사건을 조사했던 노동감독관 A씨는 수사 당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영책임자 입증을 위해 열심히 증거를 모아도 담당 검사가 보강을 요구해 왔다”며 “맡아야 할 사건이 산더미인데 수사가 지연되니 힘이 빠졌다”고 토로했다. 해당 감독관은 심지어 장 대표의 불기소 처분 사실도 검찰로부터 통보받지 못했다고 한다.
“동국제강 사건 예외 아니다” 평균 기소 555일
‘중대재해 수사 장기화’는 동국제강 사건만의 문제는 아니다. 본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022년 1월27일) 이후 지난해 6월까지 기소된 사건 121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사고 발생부터 기소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555일(약 1년6개월)’이었다. 검찰 송치 뒤 기소까지 1년을 넘긴 사건은 전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기소 사건의 74%였다. 고용노동부가 수사에 착수한 중대재해 사건 1천91건 가운데 실제 기소된 사건은 121건으로 11%에 불과했다.
불기소 비율을 보면 검찰의 수사 의지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최근 5년간 검찰연감 통계에 따르면 법 시행 첫해인 2022년 산업재해치사 혐의로 60명이 접수돼 17명이 기소되고 3명이 불기소됐다. 2023년에는 접수 198명, 기소 48명, 불기소 31명이었다. 2024년에는 접수 285명, 기소 96명, 불기소 43명으로 늘었다. 법 시행 이후 사건 유입이 늘어난 데 비해 처분이 뒤따르지 못하면서 장기 계류가 누적되는 흐름을 보였다.
노동관계법 사건 전체를 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최근 5년간 검찰연감을 보면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사건은 상당수가 불기소 또는 장기 계류로 종결됐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은 노동부 특별사법경찰의 수사 이후에도 검찰 단계에서 보완수사와 추가 검토가 반복되면서 처분이 장기간 지연되는 특징을 보였다.
노동부 특사경 통제한 ‘검찰’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경찰이 아니라 노동부 노동감독관이 주로 수사한다. 노동감독관은 특별사법경찰이면서도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는다. 현행 ‘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 및 특별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칙’은 특별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입건 대상, 적용 법조, 조사할 사람과 확보할 증거를 지휘할 수 있다. 노동부가 사건을 송치한 뒤에도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노동부에 보완수사를 요구한다.
노동감독관이 안전예산과 인력이 충분했는지,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절차가 마련됐는지, 경영책임자가 그 이행 여부를 점검했는지 등을 조사해 검찰에 송치해도 검찰이 무시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동국제강 사건에서 검찰의 세 차례 보완수사 요구는 수사준칙이 요구하는 ‘신속한 수사’와 ‘검사의 법률적 통제’가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는 증거다.
중대재해 사건을 놓고 보면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수사의 완결성을 높인 것이 아니라, 수사의 속도와 범위, 나아가 기소 대상을 사실상 ‘통제’하는 장치로 기능했다는 법조계의 지적이 나온다. 조재민 변호사(조안전법률사무소)는 “검찰은 윤석열 정부 때 중대재해 사건에서 경영책임자 특정과 관련해 확립된 법리가 없는데도 노동청에서 기업 오너를 특정해 송치하면 무제한적으로 보완수사를 지시해 사실상 결론을 정하도록 했다”며 “특사경이 이에 따르지 않으면 불기소 처분한 정황이 많았다. 이러한 검찰의 수사 방식은 ‘기업 오너 봐주기’를 목표로 한 것이라고 강하게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손익찬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검찰이 노동부에 비해 산업현장의 구조적 문제에 관한 이해가 떨어지는데, 보완수사를 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는지 의문이고 시간만 더 걸리는 것 같다”며 “보완수사를 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 취지를 이해한 채로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피해자 회복이 더디다”고 지적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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