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상계보람아파트에서 10년 넘게 일하던 경비원들이 경비업체 변경 과정에서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었다. 새 경비업체는 기존 경비원 40여명 가운데 14명에게 미채용을 통보했다.
민주일반노조는 이날 서울 노원구 상계보람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비업체가 바뀌어도 경비노동자 고용승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아파트 노동자들을 짓누르고 있는 불합리한 3~6개월 초단기 계약과 고용불안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 대책 마련에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새 회장이 선출된 뒤 아파트는 새로운 경비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해당 업체는 지난 10~11일 아파트 경비원들을 면담한 뒤 40여명 중 14명에게 미채용을 통보하고 22일 오후 6시까지만 근무하라고 알렸다.
이 아파트는 최근 10년간 경비업체 변경시 고용승계가 이뤄져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경비업체 변경시 기존 경비노동자를 고용승계하기로 의결했던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나온다.
아파트 주민 김혜정(55)씨는 “주민들의 뜻을 모은 공식적인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면 주민들은 무엇을 믿고 대표에게 권한을 맡기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경비원들은 매달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불안정한 고용 속에서도 묵묵히 주민들과 함께해 왔다”며 “그 인내의 결과가 대량해고라는 것은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경비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고용불안에 내몰린다. 고용승계 의무가 없는 데다 3~6개월 단위 초단기 계약까지 일반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경비업체 변경시 기존 경비원의 고용을 승계하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해 7월 발의됐지만 소관 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제작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이나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은 강제력이 약하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해당 경비업체 관계자는 “계약서에 전원 고용승계 조항이 있었다면 우리도 그에 따랐을 것”이라며 “면접을 진행한 뒤 내부 기준에 맞지 않는 14명에 대해서는 채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