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6-01-21 10:56
|
‘권리 밖 노동자’ 보호 패키지 입법 속도전, “획기적” “반쪽짜리”
|
|
|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6
|
일하는 사람 기본법·노동자 추정제 … 이재명 정부 ‘1호 노동법’ 되나
어고은 기자 입력 2026.01.21 07:30
정부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 ‘모든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패키지 입법을 추진한다. 일하는 사람 권리에 관한 기본법과 노동자 추정제다. 5월1일 노동절에 맞춰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재명 정부 1호 노동법안’으로 강조해 온 내용이다.
노동부는 20일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과 노동자 추정제 도입을 뼈대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패키지로 5월1일 입법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안과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지난달 24일 각각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당 김주영 의원이 발의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해 8~10월 법안 실무작업반을 구성·운영해 당정 합동토론회를 거쳐 11월 초안을 마련한 뒤 12월24일 의원입법 형태로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종속노동자-순수 자영업자 사이 ‘회색지대’ 규율
계약해지 등 분쟁시 국가 조정, 불이익 주면 사업자 과태료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기존 노동관계법령 테두리 바깥에 놓인 일하는 사람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법이다. 종속노동자와 순수 자영업자 사이 ‘회색지대’에서 일하는 노무제공자의 권리를 명시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와 사업주의 책임·의무를 규정했다. 다만 기본법 특성상 개별법이 우선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기본법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등 기본적 인권과 경제적 권리, 사회보장적 권리 총 8개를 명시하고 있다. 성희롱·괴롭힘 금지나 안전·건강 등 기본적 인권과, 사회보험과 모성보호 같은 사회보장적 권리에 대해서는 사업자 노력 조항과 국가 지원 규정을 뒀다. 공정계약, 부당해지 제한, 보수 지급 포함 경제적 권리는 사업자에게 실질적 의무를 부여하고 국가는 분쟁 발생시 조정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일하는 사람은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이 일방적으로 해지되는 등 경제적 권리와 관련된 분쟁에 대해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분쟁 조정뿐만 아니라 ‘일하는사람 권리지원재단’을 통해 성희롱·괴롭힘과 관련한 법률적 구제 절차와 상담·협의 등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사발전재단이 노동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듯 기타공공기관 지정을 통해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이 통과되면 일하는 사람과 관련해 다른 법률을 제·개정하는 경우엔 기본법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 벌칙 조항도 포함됐다. 일하는 사람이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는 등 이유로 사업자가 불이익 조치를 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가짜 3.3’ 오분류 해소 위한 노동자 추정제
민사에 한해 적용, 노동자성 판단기준은 그대로
정부는 기본법 제정과 함께 노동자 추정제를 패키지로 추진한다. 기본법만으로는 실질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데도 계약형식에 따라 프리랜서로 일하는 ‘오분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사업자로 분류돼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 3.3%를 내는 비임금 노동자는 862만명에 달했다.
분쟁 발생시 타인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전제가 확인되면 별도 노동자성 판단 없이 노동자로 추정하고 노무수령자가 이를 반증할 때에만 노동자성이 부정된다는 게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노동자성 입증책임을 노동자에서 사업자로 전환하는 것이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는 노동자 개념이 확대되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사용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할 때, 반증 성립 여부 판단기준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과 동일하다는 의미다.
정부는 퇴직급여 체불이나 최저임금 위반 같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을 바탕으로 개별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타법에도 추정을 도입한다. 추정은 민사 사건에 한해 적용된다. 임금·퇴직금·각종수당 등에 대한 채권적 청구, 해고·징계 등 무효확인, 계약위반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이 해당된다. 민사소송 제기시 기존에는 노무제공자 스스로 노동자임을 증명해야 했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노무수령자가 반증을 해야만 추정의 효력이 사라지게 된다.
법안에는 감독관의 자료요구권·직권조사 등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기존에 노무제공자가 진정을 제기해도 노동자성 증명이 어려운 탓에 사건에 착수조차 못한 채 종결되는 문제가 있었다. 법안이 통과되면 진정·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감독관이 노무수령자가 보유한 계약서, 출퇴근정보 등 노동자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자료제출을 거부하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의미 있는 진전” … “실질적 변화 없을 것”
노동계에서는 기대와 아쉬움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내고 “노동법 보호의 공백을 메우고 모든 일하는 사람을 권리 보장의 대상으로 포괄하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근로자성 판단이 분쟁 이후에만 한정되지 않고 노동관계 전반에서 폭넓게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노동법 사각지대를 국가 책임으로 해소하겠다는 의지, 노동자 오분류 문제 개선 방향 자체는 의미가 있다”며 “근로기준법 2조의 근로자 정의를 개정해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과 이에 연동된 사회보험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온도 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완벽한 제도는 아니지만 권리 밖 노동자를 보호하는 출발점으로서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현재 법안으로는 실질적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는 “기술이 발달하고 고용관계가 변화하면서 만들어진 ‘공백’에 대해 규율이 필요한 단계인데 근로기준법을 당장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이들을 보호하는 출발점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다만 “사회보험을 명확하게 국가가 책임진다는 내용이 빠진 것과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 조항이 아닌 권고 조항으로 둔 것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공인노무사)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ABC 테스트’처럼 반증이 성립되는 요건을 명시하는 형태가 아니어서 반쪽짜리로 보인다”며 “판례로 노동자성을 부정당해 온 노동자들이 이번 추정제 도입으로 노동자성을 넓게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 소장은 “다만 감독관의 자료요구권과 구속력을 담보할 과태료 조항은 진전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