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노위 첫 사건부터 14일까지 총 52건 심리 … 초심 취소 7건, 45건은 유지
어고은 기자 입력 2026.08.18 06:30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 이후 중앙노동위원회가 원·하청 교섭과 관련해 초심 지방노동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원청 사용자성을 대부분 인정하는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까지 중노위가 초심 판단을 뒤집은 사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용자성 불인정→인정’에 해당할 정도로 산업안전 의제만큼은 원청 사용자성을 지노위보다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교섭단위 분리 사건에 대해서는 중노위도 인정보다는 기각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교섭단위 분리의 문턱을 낮췄다는 당초 고용노동부 설명과는 달리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에 따라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매일노동뉴스>는 중노위의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 판단 기준을 확인하기 위해 6월 판정 사건 결정문을 확보해 그 기준을 살펴봤다.
중노위 ‘초심 취소’ 13.5%
중노위는 개정 노조법 관련 사건을 처음 심문한 6월4일부터 8월14일까지 총 52건(병합 사건의 경우 1건으로 계산)에 대한 결론을 내렸는데, 이 중 초심 지노위 판단을 취소한 경우는 7건(13.5%)에 그쳤고, 45건(86.5%)은 초심을 유지했다. <표1 참조>
초심을 취소한 7건 중 4건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초심 지노위 판단을 뒤집은 경우에 해당한다. 중흥건설·중흥토건, 한국도로교통공단, 인천광역시 부평구 사건에서 중노위는 산업안전 혹은 작업방식 관련 의제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반대로 초심 지노위는 사용자성을 인정했는데 중노위에서 뒤집힌 경우는 우장산힐스테이트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1건이었다.
지노위에서 원·하청 교섭 사건 대부분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한 흐름은 중노위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용자성을 다툰 교섭요구 사실공고(34건·65.4%)와 확정공고 이의신청(3건·5.8%)은 중노위에서 ‘기각’된 경우가 5건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교섭단위 분리(15건·28.8%)의 경우 중노위에서 인정 5건, 기각 10건으로 기각이 훨씬 많았다.
<매일노동뉴스>는 개정 노조법 관련 교섭단위 분리 사건에 대한 중노위 재심 결정문을 확보해 분석했다. 교섭단위 분리 결정은 노동위만의 전속적 권한인 만큼 중노위에서 일관된 판단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지난 6월 기각된 SK에너지·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고려아연·SK에코플랜트, 인정된 동희오토·포스코(금속노조·플랜트노조)·현대제철 총 8건을 살폈다.
노조법 시행령 14조의11 4항 ‘우선적 고려’ 판단
중노위는 교섭단위 분리 결정문들에서 노조법 시행령 14조의11 3항·4항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부터 자세히 설명했다. 개정 노조법 후속조치로 노동부가 두 차례 입법예고를 거쳐 마련한 노조법 시행령에 따르면 14조의11 3항에는 일반적으로 교섭단위 분리 결정시 적용되는 사항을, 4항에는 원·하청 관계에서 하청노동자에 관해 적용되는 사항을 규정하면서 ‘우선적 고려’하도록 했다. <표2 참조>
중노위는 원·하청 관계에서 하청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결정할 때에도 4항을 독립적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3항과 함께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기준을 세웠다. 중노위는 “3항의 요건을 일차적으로 검토한 뒤 4항의 요건과 종합해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을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3항 여부를 먼저 판단하지 않고 4항을 독립되고 우선적인 분리판단 요건으로 적용하면 노조법 29조의3 2항, 위임된 노조법 시행령 14조의11 3항의 규정과 충돌하게 된다”고 밝혔다. 모법에서 교섭단위 결정시 제시한 기준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행령에 ‘우선적 고려’라는 규정을 신설했다고 해도 이를 독립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해석은 당초 정부가 시행령 개정 당시 밝힌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수의 교섭단위 분리 사건을 대리한 이상권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정부가 당초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설명한 취지는 개별 노사관계에서처럼 교섭창구를 단일화할 경우 여러 문제점이 예상되기 때문에 (4항의) 요소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서 교섭단위 분리를 용이하게 하고 이를 통해 하청노동자들의 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었다”며 “해석과 적용을 (중노위 기준대로) 이렇게 하면 당초 취지와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조 간 이해관계의 근본적 차이 따져
교섭단위 분리 사건에서 기각과 인정을 가른 결정적 키워드는 ‘근본적 이해관계’ 차이가 있는지 여부였다. 현격한 근로조건과 고용형태의 차이가 없더라도 노조 간 이해관계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으면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중노위는 포스코 하청교섭단위에서 상급단체별 교섭단위를 분리한 재심결정서에서 “금속노조는 포스코에 대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등 포스코와의 근로관계 인정 여부 등에 관해 근본적으로 신청 외 노조 1(금속노련 산하 기업노조)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상급단체별로 분리한 동희오토 사건에서도 중노위는 “금속노조는 회사에 대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등 회사와의 근로관계 인정 여부 등에 관해 근본적으로 신청 외 노조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하청노동자 집단에서 자회사를 별도 교섭단위로 분리한 현대제철 사건의 경우 근본적인 이해관계 차이뿐만 아니라 본질적인 근로조건 차이도 분리 필요성의 근거로 봤다. 중노위는 “복리후생의 차이는 단순히 금액의 차이를 넘어 근로자들의 생활수준과 직결되는 본질적인 근로조건의 차이에 해당한다”며 “자회사들 노조의 핵심 목표는 원청 정규직과의 근로조건 격차 해소인 반면 협력사들 노조의 지향점은 원청으로의 직접고용으로 보인다. 하나의 교섭단위 내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중노위 “노조 간 갈등이 분리 사유? 창구단일화 원칙과 충돌”
반면 기각된 사건들을 보면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고 봤다. 중노위는 SK에너지 사건에 대해 104쪽에 달하는 재심결정서에서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 △고용형태 △교섭관행 △노조 간 이해관계의 공통성 등 각각 왜 분리 필요성이 없는지를 설명했다. 특히 “이 사건 노조는 노조 간 이해관계가 상이한 경우 근로조건 및 고용형태의 차이에 따른 교섭의제, 교섭전략 등에 영향을 미치므로 노조 간 이해관계의 공통성 또는 유사성의 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러한 차이는 원청과의 단체교섭이 아니라 원사용자인 수급업체와의 단체교섭 결과로부터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CLS 사건에서도 “택배기사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영업점과 주간배송 또는 야간배송 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 새벽배송을 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새벽배송을 강제하는 구조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며 “새벽배송 문제에 대한 양 노조 간 이해관계가 교섭단위 분리가 필요한 만큼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판정했다.
중노위가 밝힌 ‘근본적 이해관계’ 차이라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상권 노무사는 “SK에너지 사례를 놓고 보면 양 노조 간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고, 포스코나 동희오토 사건보다 덜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노조 간 근본적 이해관계의 차이라는 기준에서 이들 사건들의 결론을 달리할 정도로 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새로운 원·하청 관계에 들어맞지 않는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바꾸지 않은 채 시행령으로 교섭단위 분리의 문턱을 낮추려 한 것 자체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리 기각된 SK에코플랜트 사건에서 중노위는 “노조 간 상호 가입 대상, 노조의 성향 등 추구 목적이 달라 어느 정도 조합 간 갈등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교섭단위 분리 결정 사건에서 이러한 사건을 분리결정의 정당한 사유의 하나로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노조법상 원칙과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용자성 판단 뒤집으려 교섭단위 분리 재심신청한 사용자
교섭단위 분리 사건에서 사용자가 사용자성 판단을 다시 해달라는 취지로 재심신청을 한 사건에 대한 중노위 판단도 나왔다. 울산지노위는 플랜트건설노조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신청 사건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은 인정했지만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은 없다고 보고 기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피신청인을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대해 신청 노조 소속 하청근로자들의 계약외사용자로 인정한다”고 주문했는데 고려아연측이 이에 불복한 것이다.
고려아연측은 “산업안전보건 의제와 관련해 계약외사용자로 인정한 초심 결정 주문에는 위법 내지 월권이 존재한다”며 “노조법상 계약외사용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초심 결정 중 해당 주문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랜트건설노조는 재심신청을 하지 않았다.
중노위는 “초심 해당 주문은 결정(판단) 주문이 아닌 선결적 판단사항에 불과해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독자적인 재심 대상으로 해 재심을 신청할 수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이 사건 신청 노동조합의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기각한다”고 주문을 변경했다.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대해 계약외사용자로 인정한다는 초심 지노위 주문을 삭제한 것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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