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3-21 08:30
“노조 만든 뒤 사실상 해고 127일” 오션비치 캐디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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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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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시간 강제노동 폐지 요구하자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 … 사용종속성 높지만 ‘특수고용직’ 이름에 갇힌 캐디
경북 영덕군에 위치한 오션비치 골프장에서 캐디가 노조를 만든 뒤 ‘무기한 배치 거부’라는 사실상 해고나 다름없는 불이익을 받아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일고 있다. ‘쉬운 해고’가 가능한 특수고용직인 캐디의 취약한 지위를 이용해 사업주가 노조탄압을 자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각하면 하루 15시간 공짜노동
19년 차 캐디인 조정철(37)씨는 지난해 7월 공공운수노조 경북지역지부 안에 오션비치분회를 만들고 분회장으로 취임했다. 2015년 오션비치에 입사한 조 분회장은 회사가 캐디에게 내리는 ‘벌당제’를 폐지하겠다는 각오로 분회 설립을 결심했다. 벌당은 캐디 징벌 제도로, 회사는 캐디가 지각·결근 혹은 지시를 불이행하거나 복무규정상 징벌 기준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벌당을 부여했다. 벌당을 받는 캐디는 회사 사무실이나 쓰레기 하차장을 청소했고, 임금 한 푼 받지 못한 공짜노동이 하루 12~15시간씩 이뤄졌다. 설립 한 달 만인 지난해 8월 분회는 회사에 벌당제 폐지를 요구했고 사쪽은 분회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3개월 뒤인 같은해 11월 회사는 갑작스레 조 분회장에게 ‘무기한 배치 거부’ 조치를 내렸다. 일종의 근무정지·정직에 해당하는 징계이지만 무기한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해고조치나 다름없었다. 사쪽은 조 분회장이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됐다며 피해자와 업무 분리를 이유로 이 같은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피해자가 누구인지, 신고된 괴롭힘 내용은 알 수 없었고 괴롭힘 사실에 대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조 분회장은 어떤 소명기회도 얻지 못한 채 10년 동안 다닌 회사를 등져야 했다. 배치 거부 한 달째인 지난해 12월 조 분회장은 골프장 앞에 천막 농성장을 차렸고 20일로 127일을 맞았다.
오션비치, 노조 와해 전력 있어
7년 전 오션비치지회 해산의 악몽이 반복되고 있었다. 오션비치는 2017년에도 노조를 해산시킨 전력이 있었다. 당시 지회가 설립됐고 사쪽은 단체교섭을 거부하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지도로 교섭을 시작했지만 결렬됐다. 이후 사쪽은 조합원들을 기존 근무지와 무관한 곳으로 전보하는 등 압박을 이어 갔다. 그러다가 2017년 12월 열린 송년의밤 행사 때 지회장이 성추행을 저질렀다며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2018년 10월 법원은 노사 갈등과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사측 관계자의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무죄를 판결했지만 지회는 이미 와해된 뒤였다.
사용자쪽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농성 중인 조 분회장을 끊임없이 고립하려 하고 있다. 대표이사나 회장은 “민주노총은 빼고”라며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거나 “노조 안 하면 받아 주겠다”는 발언도 서슴없었다. 조 분회장이 농성을 시작한 12월께에는 회사 안에 캐디자치회라는 단체가 설립됐다. 자치회는 조 분회장의 가입을 거절했고 사쪽과 사실상 교섭을 진행하기도 했다. 조 분회장은 지난달 대표이사와 사내이사(회장)를 부당노동행위로 포항지청에 고소한 상태다. 고소 이후 농성 중인 조 분회장에 대한 탄압은 더욱 심해져 충돌도 일상화됐다. 최근에는 골프장 안에 ‘비노조 캐디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오션비치 캐디들은 민주노총 간섭따윈 필요없다. 민주노총은 각성하라!”는 현수막이 붙기도 했다.
조 분회장은 “이달 17일에는 유인물을 나눠 주던 내게 다가와 대표와 다른 직원이 욕설과 함께 본인을 밀쳐 허리와 손목 인대 등이 다쳤다”며 “경찰에 폭행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노조탄압이 노골화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오션비치에 오션비치분회장 및 조합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의혹과 관련해 14일 질의했으나 20일까지 회신받지 못했다.
“1분 단위 출근 점검, 내가 프리랜서인가요”
조 분회장은 자신이 경험한 부당노동행위가 ‘쉬운 해고’가 가능하고 노동권이 취약한 특수고용직이라는 캐디 지위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해고조치나 다름없는 불이익을 받았지만 조 분회장은 “사쪽이 해고를 하지 않은 상태라 실업급여를 받기도, 사업장을 옮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노조 분회장이란 꼬리표가 따라붙어 이직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특수고용직이라 부당징계·부당해고를 다투기도 쉽지 않다.
조 분회장은 “캐디들은 캐디피를 고객에게 받긴 하지만 사실상 임금이나 다름없는 캐디피 수준을 정하는 것도 회사, 근무스케줄을 정하는 것도 회사”라며 “벌당제라며 무급노동을 하루에 15시간씩 시킨 오션비치 같은 골프장은 더더욱 종속성이 강하다. 우리가 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오션비치는 1분 단위로 캐디들의 출근을 점검했고 근무날짜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발행한 쿠폰을 써야만 했다. 대법원은 2014년 캐디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로만 인정해 캐디들은 여전히 ‘특수고용직’이라는 지위에 갇힌 상태다.
조 분회장을 대리하는 강성회 공인노무사(법무법인 여는)는 “오션비치는 굉장히 강도 높은 규정에 따라 캐디를 규율했다”며 “기존 대법원 판례가 사용종속관계를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되고 있고, 특수고용직을 근로기준법 안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캐디는 여전히 배제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캐디는 1920년대 처음 등장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2025년 현재까지도 캐디의 노조 가입률은 1% 미만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활동하는 캐디는 최소 3만명에서 5만명이라는 통계가 있지만, 캐디가 집중적으로 조직된 노조는 전국여성노조에 6개 사업장뿐이다. 여성노조 88컨트리클럽 캐디분회는 2001년 캐디 노조 중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현재까지도 단협을 갱신해 오고 있지만 일부 공공기관 산하 골프장만이 가능한 일이다.
김유리 여성노조 조직국장은 “과거에는 캐디피를 회사에서 고객에게 받아 지급하는 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주장할 만한 환경도 존재했지만 2014년 대법원이 캐디를 노조법상 노동자라고만 한정하는 판결을 하면서 골프장 역시 사용자성을 부정하기 위해 여러 조치들을 취했고 캐디들은 점점 더 노동관계법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캐디들의 해고·복직을 거쳐 일부 사업장에서 단협을 체결하고 있지만 캐디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들은 교섭하지 않아도 될 내용, 가령 근로조건 저하를 금지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부터 단협에서 합의해 나가야 한다”며 “쉽게 해고가 가능하고 사업주가 근로조건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캐디들은 노조 결성 과정에서조차 탄압에 더 쉽게 몰려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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