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3-31 10:01
원청 광장서 집회한 건보 고객센터 노동자, 처벌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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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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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최대 징역 5년 구형, 다음달 2일 1심 … 근무제공 장소 아닌 곳 쟁의행위 적법성 쟁점
간접고용 노동자가 자신이 일하는 곳이 아닌 원청 본부에서 집회·시위를 하면 업무방해 등으로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일까. 관련해 법원 판결이 나올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고객센터 노동자, 건보공단 본사 광장서 쟁의행위
3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 A씨에게 징역 5년을, 전 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 B씨와 전 지부 사무국장 C씨에게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17명의 지부 조합원 등은 벌금형을 구형했다. A씨와 C씨는 공동주거침입과 업무방해 혐의를, B씨는 공동주거침입과 업무방해·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공단 청사 광장에서 집회를 해 “민원인들의 공단 출입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고 민원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공단이 관리하는 광장에서 집회를 진행한 것은 공동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들은 지부가 2023년 11월1일부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파업에 돌입하자 그날 오후 공단 본사 안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당초 인근 도로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A·B·C씨를 비롯한 조합원들은 청사 앞 방호벽을 넘어 공단 광장에서 이날 점심시간부터 저녁 6시까지 집회를 진행했다.
검찰이 노조 쟁의행위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하고 최대 징역 5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한 것에 대해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에 대한 지나친 제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피고인들을 대리하는 황규수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조합원들이 공단 건물을 침입하거나 누구를 다치게 한 것도 아닌데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광장에서 낮 동안 집회를 열었다고 업무에 중대한 지장이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당시 광장은 누구나 출입 가능한 공간이었기에 주거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2009년 결사의자유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를 채택하며 “한국 정부가 업무방해죄를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도록 개정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지체 없이 취할 것을 권고한다”며 “노동쟁의의 범죄화가 조화롭고 평화로운 노사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대법 판례 “하청노동자 일하는 장소서 쟁의행위는 정당”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다음달 2일 이번 사건 1심 선고를 내린다. 이번 재판은 하청노동자가 자신이 일해 온 공간이 아닌 원청 본부에서 한 쟁의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대법원은 2020년 한국수자원공사 청사에서 청소하던 용역업체 노동자가 청사에서 한 쟁의행위는 정당하다며 “도급인의 사업장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이고, 쟁의행위 중요 수단 중 하나인 파업이나 태업은 도급인 사업장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하청노동자 자신이 근로를 제공하는 장소가 아닌 원청 사업장에서 쟁의행위를 했을 때 위법성을 가리는 대법원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이번 사건과 비슷한 사례에서 검찰이 피고인에게 징역 5년의 구형을 내린 것에 대해 춘천지법은 지난달 7일 2심에서 일부는 무죄로 판단했고, 유죄로 판단한 부분도 검찰 구형량보다 낮은 벌금 900만원을 선고했다. 지부 조합원과 노조 관계자가 2021년 지부 파업 때 공단 본부에서 하루 집회를 열자 업무방해·공동주거침입·집시법 위반을 이유로 노조 관계자 2명에게 검찰이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5년을, 지부 조합원들에게는 벌금을 구형한 사건에서다.
2심 판결에서 피고인을 대리한 김덕현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아직 대법원 판례는 없지만 지난 2심 판결에서 춘천지법이 검찰 구형보다 훨씬 낮은 형량으로 판결한 것은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영향력을 가진 원청의 책임과 권한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누구나 드나드는 관공서에서 하청노동자가 일부를 점유하며 진행한 쟁의행위에 대해 법적 관점에서 강하게 처벌할 필요를 낮게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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