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6-08-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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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개정 노조법 공백부터 메워야 ①] ‘진짜 사장’과 교섭하는데, ‘교섭시간’은 누가 보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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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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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고은 기자 입력 2026.08.20 06:30
정부가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노동쟁의 대상을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규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른 조치다. 그런데 노동쟁의 기준 구체화가 정말 시급한 과제일까. 대통령이 주문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에 대한 판단 기준은 이미 해석지침에 나와 있다. 오히려 현장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제도 공백의 영역은 따로 있다. 공백으로 인해 하청노동자는 실질적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단체행동권은 물론 때론 단체교섭권조차 위협받는다. 왜일까. 제도의 허점을 살펴본다.<편집자>
개정 노조법이 시행된 지 5개월이 지나면서 실교섭에 돌입하는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지만 현장 곳곳에서 하청 노조에 대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다. 개정 노조법 시행으로 하청 노조가 ‘진짜 사장’과 교섭할 수 있는 길은 열렸지만 교섭시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도적 공백 상태다. 현행 제도가 원·하청교섭을 전제로 설계돼 있지 않은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성시 하청업체에 원청교섭 협조 공문 보내면서
“유급 여부 자율적으로 결정하라”
1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최근 화성시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용역업체에 ‘원·하청 단체교섭 관련 교섭위원 교섭참석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화성시와 공공운수노조가 지난달 23일 체결한 ‘단체교섭 절차 및 방법 등에 관한 기본합의서’에 따라 교섭위원이 교섭 준비와 교섭 참여를 위해 교섭 당일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유급 처리에 관한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유급처리 여부나 방법에 대해 용역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단서를 달아 논란이 됐다. 화성시는 “우리 시는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용역계약 대금에 별도로 반영하거나 정산하지 않고, 우리 시와의 계약 이행 점검·평가, 지도·감독, 대금 지급, 계약 갱신 등 어떠한 계약상 판단에도 반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경기지부 관계자는 “하청업체들에 이러한 내용으로 공문을 보낸 것은 사실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여서 기본합의서 내용을 미이행하는 것”이라며 “원·하청 교섭도 시가 해야 할 업무 중 하나로, 사용자 책임을 다하려면 교섭위원들의 노조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교섭위원으로 참여하는 하청노동자들을 ‘공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교섭에 들어간 사업장들에서 ‘공가’ 처리로 근무시간 내에 연차 차감이나 급여 삭감 없이 교섭시간을 보장받은 사례들이 있다. 김현주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장은 “원청과의 간담회, 노사정협의체 등 기존 타임오프를 쓰지 않고 공가로 처리한 전례가 있다”며 “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성을 인정받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을 적법하게 진행하는 만큼 원청에서 교섭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빠른 교섭절차 개시 잡월드·HD현대중공업
교섭시간 보장 두고 갈등
노조법상 타임오프란 노조간부가 근무시간 중 노사 교섭, 산업안전 등 노조활동을 하더라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고용노동부 고시로 조합원 규모에 따라 연간 시간 한도를 규정하고 있다. 99명부터 1만5천명 이상까지 10개 구간으로 나눠 최대 3만6천시간이 면제된다. 원·하청 교섭시 하청 사업주 입장에서는 본인이 이를 보장해 줄 의무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교섭시간 보장을 둘러싼 논란은 화성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노동부 산하기관 한국잡월드도 자회사 노사 간 타임오프 협정에 따른 시간을 원·하청 교섭에도 활용하라는 입장을 밝혀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개정 노조법 시행 직후인 3월13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그런데 5개월이 넘도록 수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했을 뿐 교섭 원칙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상견례를 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HD현대중공업측은 교섭위원 유급처리 및 처우와 관련해 어떠한 관여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시 개정으로 추가 시간 부여, 전면 개편 의견도
전문가들도 현행 제도가 원·하청 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정영훈 국립부경대 교수(법학)는 “교섭의제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면 사용자로서 교섭테이블에 앉아야 하므로 타임오프도 의무적 교섭 사항에 해당될 수 있다”며 “타임오프 협정을 하청 노조와 원청 사업주가 체결하고 원청이 비용 부담을 한다고 하더라도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승엽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타임오프는 계약사용자와의 영역으로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하청 노조는 복수의 사용자와 교섭을 해야 하는 만큼 경사노위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연간 시간 한도를 늘리는 것을 다뤄볼 만하다”고 말했다.
원·하청 교섭시 추가 시간을 부여하는 형태로 고시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기존의 타임오프는 사업장 단위로 노조활동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한도가 작아서 원·하청 교섭시 추가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며 “고시 개정을 통해 전체 하청 단위 조합원이 몇 명인지에 따라 그 시간만큼 추가 타임오프 사용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은정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법학)는 “타임오프 한도를 넘어서는 단협 체결을 무효로 보고(24조4항), 한도를 초과해 급여를 지급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는 조항(81조)이 가장 큰 문제”라며 “기업별 노사관계 중심의 현행 제도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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