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인권단체들은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미등록 이주민 체류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하는 잘못된 법체계부터 근본적으로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와대 앞까지 온몸을 땅에 엎드리는 오체투지로 행진했다. 현장에는 이주노동자와 인권단체 활동가 등 100여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가 개인의 위법 행위가 아니라 고용허가제 등 이주노동제도의 구조적 모순이 낳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현행 제도는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사용주의 동의가 있어야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고 옮길 수 있는 횟수도 최초 3년간 3회(재고용 1년10개월간 2회)를 초과할 수 없다. 체류자격을 연장할 경우에도 사업주의 동의가 필요하다. 사업주에 사실상 종속된 구조인 셈이다. 이 때문에 사업주의 괴롭힘·폭언과 임금체불을 견디다 못해 사업장을 이탈하거나 재고용 동의를 받지 못해 미등록 신분이 되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사업주의 괴롭힘이나 강제노동에서 벗어나려면 사업장을 이탈해야만 한다”며 “사장한테 잘못 찍히면 고용연장과 재입국이 불가능해지고 계속 일하고 싶은 노동자는 미등록이 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ㄱ씨는 미등록 신분으로 살아가는 불안을 호소했다. 마석가구공단에서 일한다는 ㄱ씨는 “우리는 한국 사회 경제의 가장 밑바닥에서 경제 발전을 위해 일하지만 그림자처럼 살고 있다”며 “우리도 단속이라는 악몽을 꾸지 않고 세금도 내고 병원도 다니면서 마음 편히 살고 싶다”고 울먹였다.
이주인권단체들은 미등록 이주민이 38만명에 이른다며 단속과 추방 위주의 정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정 기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체류자격을 일괄 부여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기복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스페인은 올해 50만명의 미등록 이주민 정규화 조치를 통해 경제적 실리와 사회통합을 잡은 이민 정책 모델을 제시했다”며 “단순 시혜가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을 공식 노동시장으로 진입시킴으로써 세수를 확보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했으며 노동 환경을 개선해 사회통합과 경제적 이익을 챙긴 실리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