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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11-08 08:54
[오피니언]일하는 사람 기본법, 국회가 답할 차례다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4  
김설 청년유니온 비상대책위원장

김설 입력 2026.11.04 06:30

얼마 전 프리랜서 당사자들이 모여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함께 읽는 자리를 가졌다. 한 참여자가 이야기를 전했다. 뉴스에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오르내리자, 부모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너 백수가 아니었구나.” 그는 그날 처음으로 ‘일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웃으며 넘기기 어려운 이야기다. 매일 마감에 쫓겨도 출근할 회사가 없고 4대 보험이 없으면, 우리 사회는 그를 일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인적용역 사업소득을 신고한 이른바 ‘3.3% 노동자’는 2022년 기준 약 847만명이고, 그중 20~30대가 357만 명으로 42%를 차지한다. 이들이 모두 보호가 필요한 노동자는 아니다. 하지만 그 안에 근로기준법 바깥에서 일하는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가 넓게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현직 프리랜서 1천15명을 조사한 결과, 32.8%는 이전에 다른 노동 경험이 없었다. 첫 일을 프리랜서로 시작한 청년이 셋 중 하나라는 뜻이다.

그 첫 일터에는 보호 장치가 없다. 계약서 없이 메신저로 일을 받고, 대금이 밀려도 찾아갈 곳이 없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임금이 밀리면 노동청을 떠올리지만, 프리랜서는 300만원을 받으려고 500만원짜리 변호사를 알아봐야 한다. 이런 역설은 프리랜서 상담 현장에서 낯설지 않다. 대부분은 ‘똥 밟았다’ 생각하고 넘긴다. 일을 시작하자마자 혼자 버티는 법부터 배우는 셈이다.

고용형태는 갈수록 유동적이다. 정규직이었던 사람이 퇴사 뒤 프리랜서가 되고, 프리랜서로 시작한 사람이 다시 회사에 들어간다. 그런데 제도는 여전히 고용형태에 따라 권리를 끊어 놓는다.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자는 논의가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특례 직종은 아직 19개에 머물러 있다. 직종을 하나씩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새로 생겨나는 일의 형태를 따라잡을 수 없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고용형태가 달라져도 일하는 사람의 권리는 끊어지지 않게 하자는 법이다.

이 법은 근로자 추정제와 다른 공백을 메운다. 근로자 추정제는 실제로는 근로자인데 ‘가짜 3.3%’ 계약 때문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장치다. 기본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최소한의 권리 기준을 세운다. 앞의 것이 잘못 그어진 경계를 바로잡는다면, 뒤의 것은 경계 바깥에도 바닥을 깐다. 두 법을 함께 처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년에게 이 법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처음 일을 맡은 청년이 보수와 납기가 적힌 계약서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일을 마치고도 대금을 받지 못했다면 혼자 소송을 알아보는 대신 공적인 분쟁조정과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일감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 이 당연한 권리가 지금까지 수많은 청년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다.

기본법이 선언에 그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보편적인 권리를 선언하는 것과 그 권리를 실제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계약서를 받을 권리가 있어도 이를 요구했다가 일감을 잃는다면 그 권리는 종이 위에 머문다. 기본법의 성패는 권리를 몇 개 나열하느냐가 아니라, 권리를 행사한 사람을 국가가 어떻게 보호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서면계약과 보수 지급, 일방적 계약해지 제한, 노동위원회 분쟁조정, 권리행사를 이유로 한 불이익 조치에 대한 과태료가 담겨 있다. 방향은 맞다. 다만 분쟁조정위원회는 ‘설치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에 머물러 있다. 대금을 떼인 청년이 실제로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구제기구라면 의무 설치여야 한다.

국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김태선 의원의 기본법안과 김주영 의원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발의돼 올해 3월 해당 상임위에 상정됐지만, 소위 심사는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연내 제정 의지를 밝혔다. 정부도 반대하지 않는 법이라면, 이제 남은 것은 국회의 결단이다. 청년들은 더 이상 떼인 대금과 불공정한 계약을 운이 나빴던 개인의 일로만 여기지 않는다. 청년들은 이제 자기 권리가 무엇인지 묻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권리를 보장할 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국회가 답할 차례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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