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4-2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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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도 구조조정 논의에 참여해 '학살형 해고'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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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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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도 구조조정 논의에 참여해 '학살형 해고' 막아야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소속 사내하청업체 노동자인 김모씨(42)는 이달 중순부터 ‘무급 순환휴직’에 들어갔다. 고유가 때 석유업체들의 해양플랜트(원유 시추·생산설비) 발주가 잇따랐지만 저유가 국면이 찾아오면서 발주가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김씨는 최근 하청업체 요구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해고통지서에 서명을 했다. 그는 “하청업체가 서류상으로는 이미 근로계약이 끝난 것으로 해두려는 것”이라며 “원청인 현대중공업에서 일감을 추가로 받으면 다시 부르겠다고 해 무작정 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선·해운 등 기간산업의 구조적 불황으로 신속한 구조조정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에 따른 사회적 고통 분담 방법,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논의 기구 등에 대한 논의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기의 책임을 인력 감축으로만 해결하는 방식이 반복돼선 안 되며 구조조정 국면에서 ‘약한 고리’인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이 사회적 논의 테이블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실업급여와 직업훈련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구조조정의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는 만큼 구조조정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가장 큰 피해자가 논의 테이블에서 배제
한국사회의 구조조정은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경영 위기의 책임을 떠안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신입사원 희망퇴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경영난이 심화되자 4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실시해 사무직·생산직 등 1532명이 회사를 떠났다.
조선산업의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의 경우 사내하청 노동자가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24일 한국조선플랜트해양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현재 20만6647명(회원사 10개 및 비회원사 SPP·대한조선)의 노동자 중 사내하청 기능직은 13만5411명(65.5%)에 이른다. 박종식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2009년 이후 조선산업의 위기에도 고용 총량이 줄지 않았던 것은 파산·폐업한 중소형 조선사의 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빅3의 해양 부문 사내하청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며 “저유가 국면이 지속되고 있어 최근 5년간 해양플랜트 중심으로 증가한 수만명의 사내하청 노동자 중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내하청 노동자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은 구조조정 논의 테이블에서 빠져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지난 11일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현대중공업은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노동계는 향후 마련될 사회적 대화체에 사내·외 협력업체 노동자의 목소리도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구조조정 기금 마련에 속도내야
전문가들은 취약한 한국사회의 사회안전망으로는 구조조정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수 없기 때문에 구조조정 기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금으로 공공사업을 일으켜 실직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의 범위와 요건 역시 중요한 쟁점이다. 구조적 불황이 아니라 경기 순환에 따른 불황일 경우 고용을 일정 수준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박종식 연구위원은 “일본의 조선산업이 몰락한 이유 중 하나는 조선산업을 사양산업으로 규정하고 인력을 다른 업종으로 전환시켰기 때문”이라며 “현재 절대적 노동력 부족으로 추가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독일은 단축조업 제도와 근로시간계좌제도 등을 활용해 고용을 유지했다. 이는 이후 경기 회복 시 증가한 수요에 대응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됐다.
정부 대책을 기다리기보다 야당이 구조조정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결국 돈이 들어가야 하는 영역이어서 지역·업종별 노사정 대화체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건 실효성이 없다”며 “총선 이후 정부·여당이 주도권을 쥐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야당이 청사진을 제시하고 논의를 끌고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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