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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2-26 08:33
‘179명 참사’ 제주항공 정비사 ‘하루 12시간’ 일했다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38  
3조2교대로 탄력적 근로시간제까지 … 정비사 지난해 226명, 코로나 이전보다 절반 줄어

지난해 12월29일 승객과 승무원 17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났던 제주항공 소속 정비사들이 지난해 하루 평균 약 12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발생한 지 60여일이 된 가운데 엔진 결함 여부 등 사고 원인은 아직 수사 중이다. 만약 기체결함이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정비사의 과로가 기체 불량으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비사 대폭 감소, 540명→468명→226명

24일 <매일노동뉴스>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제주항공 근무형태 및 노동시간 현황’에 따르면 제주항공 정비사는 지난해 하루 평균 11.8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김포지점 정비사를 상대로 계산한 수치로, 코로나19 발생 시기 입·퇴사자 변동 등으로 지난해 기록 외에는 파악이 안 됐다.

지난해 제주항공 정비사는 총 226명으로 확인됐다. 정비인력은 코로나19를 겪으며 꾸준히 줄었다.<본지 2024년 12월31일자 “제주항공, 정비인력 줄이고 운항편 늘렸다” 참조> 코로나19 확산 이전 540명에서 2023년 말 기준 468명으로, 다시 지난해 226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그러나 줄어든 정비인력에 노동강도가 높은 3조2교대로 근무했다.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2주 단위로 운영했다. 이러한 운용 방식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만연해 있다. 2019년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고용노동부 의뢰로 수행한 특례업종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정비사는 연장근로가 고정적으로 발생해 3조2교대 또는 2조2교대로 일했다. 우리나라 항공 정비사들은 하루 휴게시간 1시간30분을 제외하면 하루에 적게는 10.5시간에서 많게는 11.8시간을 직장에서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1주 평균 50시간 근무, 교대제 업무 가중

제주항공 정비사들의 근무시간을 주 단위로 확대하면 장시간 노동 정황은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3조2교대 근무시 2주에 6~8일 근무한다고 추정하면 정비사들은 94.4시간을 일했다. 1주에 약 47시간을 근무한 셈이다. 주야 교대근무 형태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과로 기준 관련 노동부 고시를 적용해 주간근무의 30%를 가산(오후 10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 근무시)하면 근무시간은 ‘1주 평균 50시간’에 달한다.

정비사의 근로시간만 보면 고용노동부 고시의 과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노동부 고시 ‘뇌심혈관 질병의 업무 관련성 인정기준’은 뇌심혈관 질병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와의 관련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 과로 기준으로 발병 전 4주와 1주 평균 업무시간을 각각 64시간과 60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교대근무 특성상 정비사들이 과로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크다. 정비사 업무가 노동부 고시가 정한 업무부담 가중요인인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업무 △휴일이 부족한 업무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되는 업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정비사 근무시간, 승무원보다 4시간 많아

정비사의 근로시간은 객실승무원과 운항승무원의 일평균 근무시간(약 7시간)보다 많다. 지난해 기준 제주항공의 객실승무원(1천162명)과 운항승무원(667명)은 일평균 각각 7.6시간과 7.4시간 일했다. 기장과 부기장 등 운항승무원은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에 따라 연속 7일에 최대 60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비행의 경우 연속 24시간 내 최대 13시간까지 할 수 있다. 객실승무원은 1개월 100시간 내 한도에서 하루 최대 14시간까지 비행근무가 가능하다.

무리한 운항과 부족한 인력이 정비사의 업무 부하로 이어졌을 확률도 높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 등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편은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무안·제주·인천공항, 태국 방콕 등을 오가며 13차례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6차례 이상 비행기가 뜨면서 정비 소홀로 이어졌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보유 여객기 한 대당 월평균 운송 시간은 418시간으로 국내 항공사 중 가장 길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제주항공을 비롯한 LCC의 정비인력은 대형항공사(대한항공 16.5명·아시아나항공 16.1명)에 비해 한참 밑돌았다. 2023년 말 기준으로 제주항공의 항공기 한 대당 정비 인력은 11.2명으로 파악됐다. 제주항공이 42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점을 볼 때 정비사들이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특히 제주항공 정비사 한 명이 일 년 동안 정비한 국제선 여객기는 평균 96.1기에 달해 정비사 한 명이 한 해 평균 30기 수준을 정비하는 대형항공사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과도한 운항 편수 사고 위험요인, 원인 밝혀야”

노후화한 항공기 대수도 제주항공이 타 항공사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평균 기령(사용연수)이 오래됐는데도 인력부족으로 정비가 원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평균 기령은 14.4년으로 같은 LCC인 이스타항공(8.4년)·에어부산(9.7년)·진에어(12.7년)·티웨이항공(13년)보다 길었다.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11.3년)과 아시아나항공(12.3년)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참사 이틀 뒤인 지난해 31일 “운항 안정성 강화를 위해 내년 3월까지 동계기간 운항량을 10~15%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공기를) 무리하게 운항했기 때문에 운항량을 축소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과도한 운항 편수가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준성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정비사의 경우 운항승무원이나 객실승무원에 대비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노동강도 제한 필요성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근로기준법상 1주 52시간을 넘기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고 봐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항공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서울 서초구의 A 변호사는 “기체를 하루 세 번 정도 운항하다 보면 완벽한 정비가 될 수 없다”며 “운항 편수 감축이 아닌 정비인력 보강과 처우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김주영 의원은 “사고 직전 블랙박스 등을 통해 철저히 분석해 기체와 엔진 이상 유무를 밝혀내야 할 것”이라며 “기체결함 등이 사고 원인이 될 경우 정비인력 부족과 장시간 노동 등 저비용항공사에 굳어진 관행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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