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부당노동행위 항소심 판결, 조합원 136명서 3명으로 … 무고·모해위증 수사는 5년째 제자리
정소희 기자 입력 2026.02.13 07:30
청소노동자의 민주노총 탈퇴를 유도하며 노조 와해 전략을 모의·실행한 혐의로 기소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용역업체 태가비엠㈜ 관계자들에 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원·하청의 노조파괴 공모 의혹이 처음 제기된 2016년 이후 2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10년. 그 사이 136명에 달했던 조합원은 3명으로 줄어들었다. 노동자들이 제기한 무고·모해위증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 역시 5년째 제자리걸음 중이어서 ‘지연된 정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세브란스·용역업체 모두 상고
1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1형사부(재판장 반정우)는 지난달 29일 태가비엠과 세브란스·태가비엠 관계자 총 5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형량의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원심과 마찬가지로 세브란스 사무국장인 권아무개씨와 태가비엠 부사장인 이아무개씨에게는 벌금 1천200만원을, 태가비엠에는 벌금 800만원을, 태가비엠 노무이사 이아무개씨와 관리이사 이아무개씨에게는 각각 400만원의 벌금을 받았다. 항소심은 검사와 피고인 모두 양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태가비엠측 임원들은 특히 항소심에서 노조 탈퇴를 종용하거나 노조 운영을 지배·개입하려는 행위를 원청과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 대응 활동은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이 선고된 현장소장이 주도한 것으로 임원들인 자신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노조 설립 저지와 통제를 위한 방안에 관한 여러 문건이 세브란스병원과 태가비엠 회사 차원에서 작성돼 이메일을 통해 세브란스·태가비엠 피고인 사이 보고되거나 공유됐다”며 “부당노동행위 고의와 공모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 임원들은 노조 설립 대응 계획을 적은 문건을 받아보는 등 여러 문건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현장소장은 태가비엠의 직원이었기 때문에 임원들의 지위를 고려할 때 달리 볼 수 없다”고도 밝혔다.
피고인 5명은 최근 상고를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브란스병원은 여전히 태가비엠과 청소용역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 처음 노조가 결성돼 200명의 청소노동자 중 136명이 민주노총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당시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에 가입했지만 현재는 분회장을 포함해 조합원 단 3명만 남았다. 이들은 여전히 매주 수요일 점심마다 병원 로비에서 병원쪽에 사과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진행 중이다.
지부 관계자는 ”세브란스병원쪽은 기소 후 판결에 이르는 3년간 어떠한 대화도 거부하며 오로지 청소노동자 입을 틀어막는 고소전에만 주력해 왔다“며 ”1·2심 유죄 판결 이후에도 사과는커녕 대화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의견서만 다섯 차례, 모해위증죄 수사는 언제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0년간 지부 상근활동가를 비롯해 청소노동자와 학생들을 상대로 잇따라 고소·고발을 제기해 왔다. 2016년 노조파괴 의혹이 불거진 당시에는 병원 로비 등에서 선전전을 벌이거나 면담을 요구한 상근활동가와 청소노동자 15명을 다섯 차례에 걸쳐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듬해에는 졸업생을 포함한 7명을 업무방해·미신고집회 혐의로 고소했고, 병원 로비 피케팅에 대해서는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최근까지 이어진 로비 선전전 역시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피고소인 일부는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일부는 현재도 재판을 받고 있다.
반면 노동자들이 병원 관계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무고·모해위증 혐의 수사는 5년째 제자리걸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부는 세브란스병원이 학생·노동자를 상대로 고소를 남발했다며 2021년 11월 무고 혐의로 고소했으나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후 재고소를 거쳐 서대문경찰서는 지난달 1차 고소 5년여 만에 무고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마포경찰서가 수사 중인 모해위증 혐의는 노조법 위반 2심 판결이 선고된 최근까지도 진척이 없는 상태다. 지부는 세브란스병원 파트장과 태가비엠 관리이사·현장소장이 노조법 위반 재판에서 노조파괴 가담 사실을 부인하며 허위진술을 했다며 2021년 11월 모해위증 혐의로 고소했다.
지부는 “노조파괴 피해가 10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지난달 항소심 판결 직후에는 마포경찰서에 고소인 의견서를 추가 제출했다.
지부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김상연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노조법 위반 형사재판이 장기간 지연된 것처럼 모해위증 수사 역시 2021년 접수 이후 5년째 진전이 없다. 의견서만 다섯 차례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노조 피해는 회복되지 않았고, 노조파괴 행위자는 이미 상당한 이익을 누렸다”며 “무고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만큼 모해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적극적이고 신속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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