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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11-06 11:06
런베뮤 법인 ‘97%가 기간제’ 소모품 된 노동자들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5  

“쪼개기계약 만연, 무기계약직도 연단위 계약” … “최소 계약기간·반복 갱신 횟수 제한해야”

정소희 기자 입력 2025.11.03 07:30

청년노동자 과로사 논란이 불거진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엘비엠이 노동자의 97%를 비정규직·기간제로 고용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엘비엠 노동자들은 월 단위 ‘쪼개기 계약’을 통해 회사가 고용불안을 조장하며 고강도 노동을 당연시하는 구조를 만들어 왔다고 증언했다. 쪼개기 계약을 노동 통제 수단으로 삼는 일을 막기 위해 최소 계약기간을 법제화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동종업계 대비 기간제 압도적
성심당 36%, 노티드 60%

2일 <매일노동뉴스>가 고용노동부 고용형태 공시정보를 확인한 결과, 엘비엠은 올해 3월31일 기준 전체 소속 노동자 750명 중 96.8%인 726명이 기간제였다. 기간제 중 단시간 근로자는 1.37%(10명)를 차지했다. 여성노동자는 537명으로, 전체의 71.6%였다. 다만 고용형태 공시정보는 사업주가 게시하기 때문에 실제와 거리가 있을 수 있다.

엘비엠의 높은 비정규직 비율은 같은 제과점업에서도 드물다. 런베뮤와 마찬가지로 젊은 세대에 인기가 높은 도넛 브랜드 노티드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지에프에프지는 직원 524명 중 313명(59.73%)이 기간제다. 대전 유명 제과점 성심당 법인 로쏘㈜는 1천405명 중 501명(35.65%)만이 기간제다.

본지와 인터뷰한 엘비엠 중간관리자 A씨는 “본사는 언제나 ‘우리랑 일하고 싶은 사람은 많다’며 초단기 계약을 맺으라고 해왔다”며 “업무가 조금이라도 미숙하면, 퇴직금 지급 전인 9개월쯤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또 A씨는 “근속기간이 2년을 넘겨 무기계약직이어도 연 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며 “근로계약 때 ‘왜 정규직이 아니냐’고 질문해도, (회사쪽은) ‘정규직과 같은 대우’라거나 ‘열심히 일하면 계약 잘 연장된다’고만 답했다”고 덧붙였다.

최강연 공인노무사(노노모)는 “비정규직이 97%를 차지하는 건 상당히 특이한 사례다. 내부에 문제가 있어도 노동자들은 고용이 불안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희망고문하며, 자연스럽게 노동 착취로 이어져 과로사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엘비엠 “인력 이동 잦아 단기 근로계약 운영”

엘비엠은 쪼개기 계약과 관련해 본지에 “회사는 직원의 업무 적응도나 역량 등을 파악하기 위해 입사 최초 2년 동안은 단기 기간제 근로계약을 운영한다”며 “직원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 회사와 같이 성장할 인재를 선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F&B(음식점·제과점업) 산업은 다른 산업군보다 취업 문턱이 낮고 인력 이동이 잦다”며 “단기간 근무 뒤 퇴직하는 사례가 많아 기업이 인력 운용과 교육에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회사가 근속이 어려운 구조를 만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단기 퇴사자가 많아 활용한 계약방식’이라는 회사 해명과 달리 회사가 ‘쓰다 버리는’ 구조를 적극 활용해왔다는 얘기다.

A씨는 “직원 대부분이 여성이고 사회 초년생이다. 이들은 채용공고에 명시된 급여 270만원이 최저임금보다 높으니까 기대를 갖고 입사한다”며 “하지만 높은 노동강도에 지쳐 퇴사가 잦고, 근속 1년을 못 채우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A씨는 “청년들이 ‘이만큼 받으니까 다들 이렇게 일해야 하는구나’라며 이게 당연한 것처럼, 기준인 것처럼 일을 배워 너무 안타깝다”며 “평사원이 아닌 직급자의 업무강도가 상당해 승진을 원하지 않는 직원도 많다”고 말했다.

본지와 인터뷰한 복수의 엘비엠 노동자들은 본사가 정기적으로 직원을 매장에 파견해 복장·화장 여부·표정·인사말·서비스 등을 점검했다고 증언했다.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강도 높은 서비스와 꾸밈노동을 강조하는 등 회사에 헌신하도록 강요해왔다는 것이다. 회사가 최근 자체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장시간 근로와 함께 꾸밈노동 강제 지침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접수됐지만, 회사가 이를 묵인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엘비엠은 단기간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높은 영업이익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0.5%다.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수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4년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외식업체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3년 기준 8.9%다. 최근 5년간 가장 높았던 2019년에도 15%에 그쳤다. 범위를 좁혀도 엘비엠의 높은 영업이익률은 이례적이다. 같은 조사에서 제과점업 2023년 기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프랜차이즈가 8.8%, 비프랜차이즈는 9.8%에 불과했다. 업계 평균 3배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내는 엘비엠의 성공은, 노동 착취구조가 만들어 낸 브랜드 이미지가 가져다 준 셈이다.

“업무특성 고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해야”

쪼개기 계약을 노동자 통제수단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정부가 2016년·2020년 만든 ‘기간제근로자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참고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2020년 11월 개정한 이 가이드라인은 “업무 성격과 기간제근로자 고용안정을 고려해 단기 근로계약을 불필요하게 반복적으로 갱신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권고한다.

최강연 노무사는 “노동부가 만든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구현되도록 내용을 정비하고,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 채용이 원칙이자 상식으로 자리 잡도록 준수 기업에 인센티브 등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노무사는 이어 “가이드라인에는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복리후생 차별 금지, 쪼개기 계약 방지 등도 담겨있다”며 “2016년 ‘불합리한 단기계약 체결 반복을 금지한다’고 명시된 규정이 2020년 ‘노력한다’로 후퇴한 것을 고려해 가이드라인 개정도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회가 할 역할도 있다. 21대 국회 당시 양경규 정의당 의원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사용자가 근로계약 갱신 청구를 거부하지 못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은정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법학)는 “쪼개기 계약은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노동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개인의 존엄을 침해한다. 지양하는 방향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업무 성격에 따라 단기근로계약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노동시장 경직성과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폭력적인 수준으로 (월 단위 등) 쪼개지는 근로계약을 제한하고 고용안정을 제공하라는 취지이기 때문에 일자리에 직접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지나치게 짧은 근로계약이나 반복 갱신 횟수를 제안하는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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