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6-09-23 13:49
|
[필리핀서 온 유족 오열] 고용은 대원유지에, 일은 대원산업서 했다
|
|
|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1
|
사업장 분리로 안전규제 피해 … 회사는 “저 브로커들 믿지 마”
이수연 기자 입력 2026.09.23 06:30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타버린 주검 앞에서 유족들은 무너졌다.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 대원산업 폭발화재사고로 이주노동자 2명이 숨진 지 23일 만에 유족들이 처음 본 육친의 모습은 참혹했다.
이 사고로 직원 3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는데 공장 조리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필리핀 이주노동자였다. 중상자는 전신 2도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숨진 이주노동자 A(46)씨는 2017년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해 9년째 대원산업에서 일했고, 다른 이주노동자 B씨는 올해 23세 청년이었다.
“좋은 회사라 했는데, 왜…”
돌아갈 수 없는 유족들
두 이주노동자의 유족들은 지난 20일 한국에 입국해 심하게 훼손된 주검을 보며 오열했다. 이어 사고 현장으로 이동해 고인이 생활하던 기숙사 내부를 둘러봤다. 유족들은 불이 난 공장을 보며 “누가 봐도 위험하고 안전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했다. 21일부터 뒤늦게 공동 빈소를 마련했다.
A씨의 남동생은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큰 충격에 처음엔 믿을 수 없었고 이틀이 지나서야 현실로 다가왔다”며 “2024년에도 형이 ‘회사에서 불이 난 지 일주일 만에 일했다’고 했는데 이런 공장에서 왜 안전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형이 좋은 회사라고 했는데 장례식장에 관계자들이 와서 ‘지금 너희를 도와주는 사람들은 브로커’라고 말해 실망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브로커로 불린 이들은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아산이주노동자센터·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 활동가들이다.
빈소에 찾아온 회사 관계자는 유족들에게 “지금 너희를 돕는 사람들은 브로커니 믿으면 안 된다” “저들과 붙어 있으면 너희에게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취지로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3년 연속 ‘불량’ 방치된 위험
사업장 소속도 달라
사고 당시 대원산업 공장에는 숨지거나 다친 이주노동자 3명을 포함해 총 4명만 일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공장 아래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어 화를 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고용노동부·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진행한 합동감식 결과, 화재는 동물성 기름인 우지를 지방산으로 가공하는 9층 설비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충남경찰청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등은 대원산업 천안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대원산업은 타이어·페인트 등 각종 산업품의 기초 재료인 지방산을 생산하는 업체다. 고온·고압 공정과 인화성 물질을 대량으로 취급해 폭발과 화재 위험성이 높다. 실제로 대원산업 옆에는 대원유지라는 별도 법인의 공장이 붙어 있는데 두 공장을 통틀어 2022년 이후 4년간 화재가 세 차례나 발생했다. 그런데도 두 사업장은 모두 연면적 5천제곱미터(㎡) 미만이라는 이유로 지난 5년간 소방당국의 ‘반복 화재시설 안전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업장 자체점검에만 의존해 왔다.
비상경보 설비 역시 매년 불량 상태가 반복됐다. 천안동남소방서에 따르면 대원산업에 설치된 비상경보 설비는 2023년부터 3년 연속 자체점검할 때마다 ‘불량’으로 보고됐고 그때마다 소방서가 수리를 명령해 고친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을 나눠 안전규제망을 피해 갔지만 실제 운영은 한 사업장이나 다름없었다. 숨진 이주노동자들은 대원유지 소속이었지만 대원산업에서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고용허가를 받은 사업장이 아닌 곳에서 일하다 변을 당한 셈이다. 경찰은 대원산업 사업주가 사실상 두 사업장을 함께 운영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 노동부 천안지청 관계자는 본지에 “해당 사안은 노동관계법령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족들은 대표의 사과와 철저한 진상조사, 내국인과 차별 없는 배·보상을 요구하며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한국에 머물 예정이다. 빈소만 마련했을 뿐 장례 절차도 아직이다. A씨 유족은 “한국 정부는 형이 왜 죽었는지 진실을 꼭 밝혀달라”고 당부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