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관련소식

Home|최근소식|비정규직 관련소식

 
 
작성일 : 26-04-23 08:59
[화물노동자는 왜 탑차 막아섰나] CU 사망사건 하루 전, 자해시도 분신시도 있었다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47  
BGF리테일 교섭 약속 번복하면서 갈등 격화 … 노동부 진주지청에서 화물연대-원청 상견례

이필립 기자 입력 2026.04.23 06:30

경남 진주시 정촌면에 CU 진주물류센터가 있다. 맞은 편 아파트단지와 센터 사이에는 화개천이 흐른다. 잘 가꾼 천변에 4월 봄 햇살을 받은 철쭉이 만발했다. 희고 붉은 꽃길을 따라 센터 정문에서 왼쪽으로 60보 걸으니 2.5톤 탑차 한 대가 서 있다. 차 옆면에 CU 편의점과 BGF리테일 로고가 있다. 차량 뒤쪽 아스팔트 바닥에는 검붉은 핏자국이 남았다. 옆에 국화 다섯 송이가 가지런히 놓였다. 화물노동자 서아무개씨가 지난 20일 오전 탑차에 깔려 숨진 곳이다. <매일노동뉴스>는 21일 오후 이곳에서 열린 화물연대본부 결의대회를 찾아 화물노동자들을 만났다.

하루 12시간, 월 25일 근무하고 250만원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경남지역본부쪽 설명을 종합하면, 조합원들은 지난 5일부터 BGF리테일과 원청교섭을 요구하며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농성을 했다. 화물노동자는 운송사와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계약을 맺는 특수고용 노동자다. BGF리테일, 물류 자회사인 BGF로지스, 지역 물류센터, 하청 운송사, 화물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 구조다. 화물노동자들은 그 구조의 꼭대기에 있는 원청 BGF리테일에 교섭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확보한 지급명세서와 CU 진주물류센터 화물노동자들 증언을 종합하면 보험료·지입료 등 공제액과 기름값을 뺀 CU 화물노동자의 수입은 월 300만원 수준이다. 배송업무 6~7시간, 상차 대기 1~2시간, 상차 작업 2~3시간을 포함해 하루 9~12시간, 월 25일 근무하고 받는 돈이다. 운행일지를 보면 이들은 최소 월 5천~6천킬로미터를 주행한다. 엔진오일·타이어 교체 등 관리비로 월 평균 50만원을 쓰면 수중에 남는 건 250만원 남짓이다. 아프거나 경조사가 있어 일을 쉬는 날에는 약 20만원의 대차비를 내게 돼 월 수입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달도 있다. 이들은 운송료 약 30만원 인상을 요구했으나 지난달 반영된 2026년 인상액은 상온 차량과 저온 차량의 경우 각각 5만원과 2만원 수준이었다.

11년째 CU 진주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조합원 ㄱ씨는 “공산품 등을 배송하는 상온 차량은 일주일에 하루 쉰다”고 했다. 그런데 “식품을 배송하는 저온 차량 운전자의 경우 6인1조로 활동하며 한 명씩 번갈아 쉰다”며 “동료에게 사정이 생겼을 때 대차비를 아끼려 3주 연속 근무한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BGF로지스 약속 파기에 반발한 화물노동자들

정충훈 화물연대 경남지역본부 창원지부장 등 연좌농성에 참여한 화물노동자들 설명을 들어보면, CU 진주물류센터 화물노동자들은 BGF로지스 소속 광역팀장 ㄴ씨와 19일 오후 5시에 면담하고 20일에 교섭을 하기로 지난 18일 구두합의했다. 면담을 앞둔 19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노조는 상차 차량이 센터에 들어가도록 길을 텄다. 면담 중 합의 내용을 적은 문서에 서명을 요청했지만 ㄴ씨는 명확한 이유 없이 이를 미뤘다고 한다. 상차를 시작한 지 30분쯤 지났을 때 ㄴ씨는 자신에게 권한이 없어 내일 교섭에 임할 수 없다고 알려왔다.

정 지부장은 “그동안 자신에게 교섭 권한이 있다고 수차례 말한 것과 달랐다”며 “급한 불을 끄자 입장을 바꾼 것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 조합원은 BGF로지스의 입장 번복에 반발해 19일 오전 자해를 시도했으나 동료들이 만류해 피해는 없었다.

고 서아무개씨를 비롯한 화물연대 광주전남지역본부 조합원들은 자해 시도가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 19일 밤 진주에 도착했다. 경남지역본부 조합원 약 10명과 타 지역에서 연대에 나선 조합원 20여명은 경찰과 밤새 대치했다고 한다. 상차를 마친 센터쪽은 20일 새벽 2시쯤 출차를 시도했다. 한 조합원이 자기 몸에 시너를 붓자 출차는 멈췄다.

그로부터 약 8시간 뒤인 20일 오전 10시30분께 사쪽은 다시 출차를 진행했다. 경찰은 조합원들을 차도 양옆으로 밀어내 주행로를 확보했다. 도로를 따라 차량 정면으로 걸어오던 고 서아무개씨는 비조합원 ㄹ씨가 운전한 선두 차량을 막아서다 차에 깔렸다. 서씨는 오전 10시50분쯤 응급실에 도착했으나 오전 11시45분 숨졌다.

경찰은 ㄹ씨를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어 ㄹ씨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고 22일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ㄹ씨는 경찰 조사에서 “현장이 혼란스러워 빨리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차를 몰았을 뿐 다치게 할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너무 늦은 원청 교섭 “대화 물꼬 텄다, 잘 협의하겠다”

고 서아무개씨는 1968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대학 시절 노래패와 문학회 활동을 할 만큼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광주지역노조대표자회의 문화부장과 민주노총 전남본부 문화부장을 지냈다. 2011년 4월 화물연대에 가입해 전남지부 사무부장, 전남지역본부 컨테이너지부장 등을 역임했다.

송남석 화물연대 광주전남지역본부 사무국장은 “서씨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었다. 노동운동에 진심이었다. 투쟁하려면 공부해야 한다며 평소 노조 후배들에게 독서를 강조하는 선배”였다며 “노래패를 만들어 후배들과 문화공연을 진행하곤 했다. 기타 치며 노래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서씨 사망 후 BGF로지스와 교섭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민재 BGF로지스 대표와 김동국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22일 오전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진주지청에서 1시간 동안 교섭 상견례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시위 과정에서 조합원이 사망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유족들께 깊은 위로를 전하고 싶다. 빠른 시일 안에 조문 가겠다”며 “이번 상견례로 대화의 물꼬를 텄다고 본다. 앞으로 잘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본부와 BGF로지스는 같은날 오후 5시 대전 모처에서 교섭 실무협상을 시작했다.

지난 21일 밤, 취재를 마치고 들른 CU 진주물류센터 화장실 벽에는 BGF로지스 인사총무팀이 게시한 경영준칙이 걸려 있다. ‘원칙과 정도 준수’란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이번 일에 적용된 원칙을 다음에도 적용할 수 있는가? 양심에 비추어 거리낌은 없는가?”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오늘의 방문자 1 | 총 방문자 382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