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관련소식

Home|최근소식|비정규직 관련소식

 
 
작성일 : 26-05-04 09:35
[쿠팡 산재 불기소 이유서 4년 만 입수] 조리노동자 사망사고, 노동부 “쿠팡이 도급인” 검찰 외면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  

2020년 쿠팡 목천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조리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불기소이유서와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 의견서를 3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했다. 노동부는 쿠팡의 지위를 도급인으로 인정했지만, 검찰은 외면했다. 당시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건 이후 도급인에게 산재 책임을 지우는 내용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개정된 터라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언론보도로 김범석 쿠팡 의장이 당시 도급인 책임을 피하기 위해 계약변경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유족은 지난달 쿠팡과 구내식당을 운영하던 하청업체들을 상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쿠팡, 물류센터·구내식당 도급계약 당사자
검찰은 “쿠팡은 산안법상 도급인 지위 아냐”

고 박현경(사망 당시 37세)씨는 2019년 6월 천안에 위치한 쿠팡 목천물류센터 구내식당에서 조리보조원으로 입사했다. 그러다 입사 1년 만인 2020년 6월 바닥 청소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사후 부검 등을 통해 밝혀낸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업무와 식수인원이 급증하면서 상당한 업무 부담을 느낀 것으로 역학조사 결과 밝혀졌다.

검찰은 원청 쿠팡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했다. 반면 쿠팡에 구내식당 운영을 도급받은 동원홈푸드와 소속 식품안전팀장인 중간관리자 박아무개씨에 대해서는 각각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산업안전보건법 39조에 근거한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보건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구체적으로는 락스 성분 노출을 차단하기 위한 보안경을 노동자수에 맞게 지급하지 않은 사실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반면 대전지검 천안지청의 불기소이유서에 따르면 검찰은 쿠팡을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쿠팡이 목천물류센터나 구내식당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지 않았다는 이유다. 당시 쿠팡 주식회사는 목천물류센터 운영과 구내식당 운영 모두에서 도급계약의 당사자였음에도, 검찰은 쿠팡에게 산업안전보건 책임을 묻지 않았다. 또 검찰은 도급인의 산재예방 책임을 확대한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검토 내용도 제시하지 않았다. 해당 사건은 ‘고 김용균법’으로 알려진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 2020년 1월 이후 발생했지만 이 같은 판단이 내려졌다.

무엇보다 검찰은 “피의사실과 불기소 이유는 노동부 천안지청(당시 대전지방노동청 천안지청) 의견과 같다”고 밝히면서도, 쿠팡을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 본 천안지청 판단과 배치된 내용을 불기소이유서에 적시했다.

노동부 천안지청이 검찰에 보낸 의견서에서 노동부는 쿠팡 주식회사와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를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 지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천안지청은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 이유는 도급인의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산재예방 책임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며 “쿠팡 주식회사는 도급인으로서 관계수급인인 CFS가 사용하는 근로자의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같은 안전·보건상의 조치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함이 상당하다”고 명시했다. 또 쿠팡이 물류센터 건물을 무상으로 CFS에 제공했을 뿐 아니라 CFS를 상대로 감사를 진행한 것을 고려해 전국 물류센터는 쿠팡 주식회사가 지배·관리한다고도 인정했다.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대리하는 정병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원청인 쿠팡 주식회사와 하청업체 동원홈푸드, 아람인테크는 모두 사용자로서 고인에게 근로 및 고용관계에 따라 마땅히 지켜야 할 보호 의무와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며 “이들은 업무상 위험 요인을 충분히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었음에도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검찰이 쿠팡을 도급사업주 지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상당히 협소한 해석”이라며 “원·하청 모두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및 보건조치의무를 위반했으므로 고인과 유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도급인 지위는 인정하지만 위반 책임은 면제한 노동부?
“산재 은폐 의혹 포함 국정조사해야”

검찰 판단뿐 아니라 노동부 수사 결과도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부는 쿠팡과 CFS를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사업주로 인정하면서도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근거는 2013년 정부가 발표한 도급사업 관련 지침이었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도급·수급인 근로자가 혼재돼 작업하는 경우 안전보건점검 의무가 발생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쿠팡과 CFS 근로자가 목천물류센터에서 혼재해 작업하지 않았기에 위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게 천안지청 의견이었다.

하지만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의 책임 범위를 도급인 사업장뿐 아니라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해 지배·관리하는 장소까지 확대하고 있다. 목천물류센터의 경우 쿠팡이 건물을 임차해 CFS에 제공한 구조인 만큼, 노동부 검토 의견과 같이 쿠팡의 책임 범위에 포함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천안지청은 2020년 3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지침도 검토하지 않았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도급인의 사업목적과 직접적 관련이 없더라도 구내식당 운영과 같은 복리후생시설의 위탁운영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 범위에 포함된다.

실제로 노동부와 검찰 처분에 앞서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를 인정한 사유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원청 책임이 인정될 여지는 더욱 컸다. 고인이 방역·청소 업무에 과도하게 노출된 배경에는 사망 며칠 전인 2020년 5월28일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경기도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긴급 합동점검에 나선 상황이 있었다. 또 식수 인원이 코로나 이전보다 하루 평균 23% 증가했는데도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작업환경 변화는 원청의 운영·관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산재사건을 대리했던 김민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조리노동자의 업무는 정해진 시간까지 조리를 마치고 정해진 시간에 배식을 마쳐야 하는 업무 특성상 업무 시간이 늘리기 어렵다”며 “어떻게든 업무 밀도를 높여 시간 안에 해내야 하기 때문에 노동강도와 스트레스가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김 노무사는 “고인을 제외한 동료들은 모두 60~70대 여성으로 힘쓰는 일을 고인이 도맡아했던 상황”이라며 “당시는 코로나 시국으로 물류센터 노동자가 급증했고, 식수인원이 늘어난 만큼 조리노동자를 늘렸어야 하는데, 원청인 쿠팡과 동원홈푸드는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쿠팡은 사고 직후부터 사고 책임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2020년 7월 보도자료에서도 “천안(목천)물류센터 식당은 동원그룹이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다”며 “쿠팡은 이 사고의 당사자가 아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쿠팡 임원 간 이메일에 따르면, 내부에서는 고인 사망과 관련한 도급인으로서의 형사 책임을 우려한 정황이 확인된다. 해당 메일에서 한 임원은 다른 임원에게 “Bom(김범석 의장)이 물류센터 도급인 계약을 쿠팡에서 CFS로 변경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고 전달했다.

쿠팡과 관련한 산재은폐 의혹은 여러 사건에 걸쳐져 있다. 김범석 의장이 과거 고 장덕준씨 사건 등에 대해서도 산재은폐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보도되면서, 고 박현경씨 사건에 대한 재수사 필요성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을 이유로 쿠팡에 청문회를 개최할 당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국정조사와 관련한 구체적 요구 등은 현재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강연 노무사(노노모)는 “쿠팡 노동자 사망사건과 정부·검찰·쿠팡이 연계된 조직적 진상규명 방해 의혹을 다룰 국정조사가 실시돼야 한다”며 “국회가 침묵하는 사이 쿠팡 현장 노동자들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고 산재로 가족을 잃은 유족의 피해와 고통은 깊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고인 손해배상 소송을 대리하는 임상옥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산업안전보건법은 형식적인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노동의 이익을 얻는 사업주에게 그 노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안전을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며 “법 원칙에 의한다면 명확히 쿠팡에게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고인의 노동으로 이익을 얻은 기업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자는 것이 소송의 취지”라며 “쿠팡조차 고인의 노동이 물류센터 운영을 위한 필수 노동이었음을 반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매일노동뉴스>는 쿠팡에 목천물류센터 사망사고와 관련한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오늘의 방문자 1 | 총 방문자 38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