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청년과 고령자가 늘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하며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들과 낡은 동아줄이라도 붙들면서 최대한 오래 노동시장에 머물러 있으려는 고령자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한국노동연구원 월간 노동리뷰 6월호에 실린 ‘최저임금 일자리 변화 : 2007, 2014년의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 일하는 노동자 비중이 12%인 것으로 집계됐다.<그래프 참조>
2007년부터 올해까지 최저임금 이하 노동자 규모는 12% 내외로 일정한데, 내부 구성이 변화한 점이 눈에 띈다. 연령별로는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한 15~24세 임금노동자 중 최저임금 이하 비중이 크게 늘었다. 2007년 19.4%에서 2014년 26.3%로 증가했다. 적지 않은 청년들이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을 받으며 사회생활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25~29세 임금노동자 중 최저임금 이하 비중도 5% 중반대에서 6% 초반대 사이에서 유지됐다.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는 젊은 노동인력의 현실을 반영한다. 생계를 위해 노동시장에서 떠나지 못하는 60세 이상 고령자들의 임금 수준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해당 연령대에서 최저임금 이하 비율은 45%대에서 50% 초반을 유지했다. 고령노동자 2명 중 1명은 최저임금 또는 그 이하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의 임금수준이 낮았다. 올해 3월 기준 여성노동자 중 최저임금 이하자는 19.1%, 남성은 7.9%로 파악됐다. 특히 30대 이상 연령에서 여성 최저임금 이하자의 비중이 남성을 압도했다. 출산과·육아로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의 노동조건이 출산 전보다 저하된 결과로 해석된다. 노동시장 핵심연령대로 구분되는 30~40대에서도 여성 최저임금 이하자의 비중이 남성의 2배에 달했다.
교육수준별로는 초졸 이하의 절반 가량이 최저임금 이하 노동자로 나타났다.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최저임금 이하 일자리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았다. 가난의 대물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고용형태별로는 정규직 가운데 최저임금 이하 비중이 7%, 비정규직의 최저임금 이하 비중이 25.1%로 집계됐다. 비정규직의 최저임금 이하 비중이 정규직보다 3배 이상 컸다. 시간제근로의 최저임금 이하 일자리 비중이 40.3%로 압도적이다. 사업체 규모별로는 5인 미만 사업체 노동자의 3분의 1이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 있었다.
노동연구원은 노동리뷰에서 "최저임금 이하 노동자의 내부 구성이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금융위기 이후 저임금도 고임금도 아닌 일자리에 핵심노동인력이 흡수되고, 나머지 저숙련·저임금 일자리를 청년과 고령자들이 채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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