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EG그룹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던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금속노조-EG테크 노사합의 … 고 양우권 전 분회장 오늘 장례식 거행
박지만 EG그룹 회장 사과·유족배상 합의, 고인은 남해 공설종합묘원에 안장
고 양우권(50) 전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EG테크분회장이 회사측 노조탄압에 맞서 지난달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 금속노조와 EG테크가 "회사측 사과와 유족 보상"에 합의했다. 노조는 15일 고인의 장례식을 치른다.
14일 노조에 따르면 노조와 EG테크는 지난 13일 밤 광양 YMCA 사무실에서 △고인의 죽음에 대한 사측의 책임 인정과 사과 △노조탄압 중단 및 재발방지 △유족 배상에 합의했다. 노사는 구체적인 합의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측 요청에 따라 합의문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열사의 명예를 지켰다고 평가할 수 있는 합의”라고 말했다.
합의문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그룹 회장 명의로 작성된 사과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부산물 재생처리 업무를 하는 EG테크는 EG그룹 계열사다. 고인이 숨지기 전 남긴 유서에서 박 회장의 노조탄압과 경영방식을 비판한 것으로 확인되자 노조는 박 회장에게 사과를 요구해 왔다.
이날 노사합의에 따라 고인이 숨진 지 37일 만인 15일 민주노동자장으로 장례식이 치러진다. 노조와 '고 양우권 노동자 인권유린 범시민대책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장례대책위는 같은날 오전 광양시청 인근 시민분향소 앞에서 영결식을 한 뒤 포스코 광양제철소 1문까지 추모행진을 벌인다. 그곳에서 노제를 지내고 광양시 화장장을 경유해 경남 남해 추모누리 공설종합묘원에서 하관식을 거행한다.
죽음으로 지키려 했던 노조, 기지개 펼까
지난달 10일 오전 광양시 자택 인근 공원에서 목매 숨진 채 발견된 고 양우권 전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EG테크분회장. 조그만 사내하청업체에서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당한 고초는 너무 가혹했다.
고인은 2006년 이지테크분회를 만드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2010년 5월부터는 분회장으로 활동했다. 노조설립 초기부터 회사의 온갖 회유와 탈퇴압박에 우울증까지 걸렸다. 급기야 정신과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다가 근무지 무단이탈로 정직처분을 받았다. 이어 정직기간에 출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1년 4월 징계해고됐다.
법원의 부당해고 판결로 지난해 5월 복직하고 나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회사측은 현장직인 고인을 사무직으로 발령했다. 그런 다음 책상에서 혼자 일하게 하고 CCTV로 감시했다. 회사는 지난달 초에는 휴대전화로 책상을 촬영해 회사 기밀을 유출했다는 이유로 양 전 분회장에게 정직 징계를 내렸다.
고인의 일기장에 적힌 “대화할 상대가 없고 답답해 미치겠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는 표현은 그가 겪은 고통을 잘 보여 준다.
고인은 박지만 EG그룹 회장 앞으로 쓴 유서에서 “지금도 당신의 자식과도 같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박봉에도 불구하고 그 뜨거운 로스터(Roster) 주위에서 위험한 유독물을 취급하면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또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금속노조와 EG테크가 지난 13일 작성한 합의문에는 박지만 회장의 사과문과 노조활동 보장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이 숨지기 전 분회에 남아 있던 조합원은 단 3명.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노조가 다시 기지개를 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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