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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7-03 10:59
['하청의 재하청' 조선소 물량팀 노동자들] "산재 대신 공상처리, 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취업 못할까 봐"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926  
['하청의 재하청' 조선소 물량팀 노동자들] "산재 대신 공상처리, 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취업 못할까 봐"
금속노조,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 발표

조선소 하청업체들이 통상 3개월 단위로 단기채용하는 물량팀 노동자 10명 중 3명 이상이 업무상질병이나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재해 경험자 10명 중 9명은 공상처리 또는 자비로 치료했다. 산재보험으로 처리할 경우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재취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금속노조와 5개 노동안전단체로 구성된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조건실태연구팀’이 올해 3~4월 거제·목포·울산·창원·통영지역 조선소 물량팀 노동자 489명을 설문조사해 2일 발표한 결과다.

◇원청업체는 '꿩 먹고 알 먹고'=물량팀은 ‘하청의 재하청’ 과정을 통해 고용된 노동자다. 조선소 하청업체들이 물량팀이라는 별도의 인력운용팀을 두고, 물량팀장이 물량팀 인원을 채용하고 관리한다. '원청-하청-물량팀-2차 물량팀-3차 물량팀' 식으로 하도급 구조가 층위를 이루고 있다.

물량팀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는 작업투입 시간당 인건비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공사대금이 정해지는데, 하청업체들은 공사기간을 단축해 이윤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물량팀을 적극 활용했다. 하청업체들은 기능인력을 단기간만 활용한 뒤 내보내는 방식으로 고용에 대한 책임을 덜고, 원청업체는 인력관리에 따른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결국 원청업체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유지함으로써 노동비용 절감과 물량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처, 노동조합 무력화와 노동자 단결 저해라는 과실을 챙긴 셈이다.

하청업체들은 공기단축을 전제로 물량팀 노동자들에게 하청업체 본공(직영사원)보다 다소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대신 사회보험 가입이나 산재처리, 장시간 노동에 따른 초과근로수당 지급에 있어서는 '불량 사용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물량팀 임금체계는 일당제(59.83%)와 시급제의 변형인 직시급제(13.87%) 비율이 높았다. 직시급제는 제 수당과 퇴직금이 시급에 포함된 개념이다. 시급제보다 시간당 임금이 높지만 초과근로수당은 붙지 않는다. 2013년 기준 물량팀 노동자들은 매달 평균 21일 근무하고, 하루 9.46시간을 일했다. 평균 연봉은 3천719만원이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조선업종 정규직 연봉의 55% 수준이다.

한편 전체 응답자 중 37.95%는 임금 체불을 경험했다. 체불사유는 “소속업체의 폐업이나 기성금 부족”(60.05%)과 “원청사의 경영상 문제”(21%)라는 답변이 많았다. 체불 발생시 대처방안으로는 “동료들과 함께 집단대응”(32.75%), “관리자에게 개별적으로 요구”(22.03%), “그냥 포기”(20.87%)라는 응답이 나왔다. 4대 보험 가입률은 61.9%였고, 지역별로 편차가 컸다. 거제가 97.2%로 가장 높았고 통영이 31%로 가장 낮았다.

◇일상화된 산재 은폐=가장 심각한 문제는 산재다. 단기고용이 반복되는 물량팀 구조에서 노동자들은 다소 높은 시급을 받기 위해 위험과 비용을 교환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응답자의 34.39%가 “업무상질병이나 사고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산재 발생시 대처방안은 “공상처리”(64.6%)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산재 은폐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밖에 “자비로 처리했다”고 답한 사례도 25.58%나 됐다. 산재보험으로 처리한 경우는 9.8%에 그쳤다.

산재처리를 하지 않은 이유로는 “산재로 처리하면 블랙리스트 등 불이익이 우려된다”(38.39%)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산재를 당한 뒤 해고될까 봐, 또는 재취업이 어려워질까 봐 노동자 스스로 쉬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번 조사에 응한 노동자들이 현재의 원청업체에서 일한 기간은 2.7년으로 조사됐다. 물량팀으로 일한 전체 기간은 평균 4.1년이었다. 업체를 옮겨 다니며 ‘짧지만 오래’ 일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3개월에서 6개월 단위 물량팀 고용관행이 단기고용에 그치지 않고 상시화됐음을 의미한다.

응답자들은 도급계약이 만료되면 "다른 사업장으로 옮겨서 계속 일한다"(32%)거나 "다른 업체로 옮겨서 같은 사업장에서 계속 일한다"(27.67%) 혹은 "잠시 일을 못하다가 다른 곳으로 옮긴다"(23.69%)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산재처리는 언감생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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