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의 청년고용방안이 '눈 가리고 아웅'인 까닭
임금피크제로 연간 1천명 채용? 베이비부머 노동자 '퇴직 쓰나미' 공백도 못 메워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법정 정년 60세가 적용되는 내년부터 모든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절감된 재원을 이용해 매년 1천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현대차그룹은 과연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20일 현대차 노사에 따르면 현대차 조합원 중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하는 ‘58년 개띠’ 노동자 1천7명이 3년 뒤인 2018년 정년퇴임하는 등 대규모 퇴직행렬이 예정돼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 의하면 이때부터 15년간 매년 1천~2천명의 노동자가 회사를 떠난다. 그 규모가 대략 2만8천여명에 이른다.
현대차그룹 41개 계열사 중 현대차에서만 이 정도 인원이 빠져나가는 것이고, 전체 계열사를 감안하면 퇴직 규모는 더욱 커진다. 임금피크제로 돈을 아껴 그룹사 차원에서 연간 1천명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현대차그룹의 공언은 자연퇴사에 따른 인원 공백조차 메우지 않겠다는 선언에 불과하다.
더구나 현대차는 단체협약을 통해 만 60세 정년을 전제로 하는 임금피크제를 이미 적용하고 있다. 단협에 따르면 조합원 정년은 만 58세가 되는 해의 12월31일로 하되, 조합원 본인이 건강하고 건강상 결격사유가 없을 경우 2년간 정년이 연장된다. 연장된 첫해(만 59세)에는 전년도 기본급의 100%, 이듬해(만 60세)에는 기본급의 90%를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새삼스럽게 임금피크제 화두를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현대차 회사측은 추가 정년연장 없는 과감한 임금피크제를 주장하고 있다. 현행보다 고령자의 임금삭감 폭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회사측은 최근 자체 소식지 ‘함께 가는 길’에 국내 주요 그룹 계열사의 임금피크제 도입 현황을 소개했다.
소개된 업체 모두 현대차보다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이 빠르고 임금삭감 폭이 크다. 회사는 “향후 추가적인 임금피크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회사의 이익을 위한 임금피크제가 절대 아니고 청년고용 확대와 고용안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규채용을 명분으로 임금수준을 지금보다 대폭 낮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청년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노조도 답이 없긴 마찬가지다. 재직 중인 조합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현대차지부는 올해 임단협에서 “국민연금 개시연도까지 정년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61년생 조합원의 경우 만 63세에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 있으므로 그때까지 정년을 늘려 생계 공백 없이 노후를 맞도록 하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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