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6-10-0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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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떠받치는 ‘기록 밖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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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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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전후 노동 빠지고 일거리는 집으로 … 노동시간 규율 곳곳 ‘구멍’
우다영 기자 입력 2026.09.29 06:30
드라마 스태프는 새벽 4시에 지방 촬영을 위해 서울에서 서너 시간 이동해도 카메라가 돌기 전까지 일한 시간은 노동시간에서 빠진다. 출판사 편집자는 회사 컴퓨터가 꺼지면 교정지를 가방에 넣어 집으로 가져간다. 방송작가는 방송시간에 맞추느라 사흘 밤을 내리 새우지만 주 52시간 상한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 도입을 체감할 일이 없다.
콘텐츠산업의 장시간 노동에는 노동시간 규제가 제대로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더라도 이동·준비시간을 노동시간에서 빼거나 퇴근 뒤 일을 계속하고, 프리랜서·특수고용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는 노동시간 상한을 적용받기 어렵다. 여기에 오래 일해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일당·낮은 단가의 계약·보수구조가 장시간 노동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52시간제, 관행 안 바뀌면 ‘무용지물’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콘텐츠산업 장시간 노동실태 국회 증언대회’에서 방송스태프와 방송작가, 출판노동자,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들이 이 같은 현실을 증언했다. 문화예술노동연대와 이용우·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혜경·손솔 진보당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김기영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장은 지방 촬영의 경우 새벽 4시께 서울에 모여 3~4시간을 이동해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촬영한다고 설명했다. 촬영 뒤 장비를 정리하고 다시 3~4시간을 이동해 장비까지 반납하면 귀가시간은 새벽 3시30분께다.
하지만 이동과 준비·정리시간은 노동시간으로 제대로 기록되지 않는다는 게 김 지부장의 증언이다. 미술·소품 노동자도 촬영 전후 준비와 철거에 수 시간을 쓴다. 김 지부장은 “미술 스태프들이 땀 흘린 그 새벽 5시간의 준비와 정리는 대본에도, 연출표에도, 임금명세서에도 존재하지 않는 ‘유령 노동’으로 사라져 버린다”고 말했다.
출판업계에서는 노동이 회사 밖으로 밀려난다. 김원중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 사무국장은 “주 52시간제 시행 뒤 일부 회사가 일정 시간이 되면 컴퓨터를 종료했지만 편집자들은 A3 200~300장 되는 교정지를 집이나 24시간 카페로 가져가 일을 계속한다”고 증언했다. 근무시간을 줄여도 업무량이 줄지 않으면서 초과노동이 사업장 밖으로 옮겨간 것이다.
시사프로그램 작가로 일했던 유지향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 사무처장은 “72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하고 방송을 제작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며 “방송사 창문을 내려다보면서 ‘떨어지면 잘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방송 일을 하면서 내 아이를 키울 시간이 없었다. 너무 많은 시간을 갈아 넣었다”며 노조 전임자가 된 이유를 설명했다.
방송업이 2018년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고 주 52시간제가 단계적으로 적용됐지만 방송작가들이 느끼는 변화는 크지 않았다. 유 사무처장은 “방송작가들에게 ‘52시간제 철폐’는 아무런 감각이 없는 단어일 뿐”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로 계약하는 작가가 적지 않아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규율을 적용받기 어려운 데다, 제작비가 부족하면 ‘원고료’부터 삭감되는 구조도 문제로 꼽았다.
일할 수록 커지는 ‘공짜노동’
노동시간이 늘어나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계약·보수구조도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드라마 제작현장의 일당·턴키 계약이 대표적이다. 김기영 지부장은 “스태프가 하루 10시간을 일하든, 18시간을 일하든, 24시간 풀로 일하든 받아가는 돈은 똑같다”고 말했다.
출판업계도 초과노동이 임금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25-2026 출판노동환경 조사 및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야근·특근수당을 제대로 지급하는 사업장은 17.7%였다. 2015년 출판노조 조사에서 연장근로수당을 받는다는 응답 17.6%와 큰 차이가 없다.
디지털콘텐츠 창작노동자는 낮은 단가와 정해진 작업량을 문제로 꼽았다. 최지원 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부지회장은 “(웹툰의 경우) 어떤 계약서는 아예 최소 컷 수를 명시해 장시간 노동을 강제한다”며 “단가가 낮으니 소득을 위해 더 많은 일을 떠안아야 하고, 일이 많아지니 질을 지키기 위해 시간을 더 갈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계약 전 노동도 있다. 작품을 비축하고 준비하는 기간은 연평균 5.7개월이다. 최 부지회장은 “창작노동자들은 회사와 계약을 맺기 전부터 이미 일하고 있다”며 “이 준비기간은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지도, 소득을 벌어들이지도 못한 채 흘러간다”고 말했다.
노동시간을 제대로 산정·관리하고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제도 안으로 포괄하는 한편, 장시간 노동에 비용이 붙도록 계약·보수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게 이날 증언의 요구다. 손솔 의원은 지난 5월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고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을 명시하도록 하는, 이른바 ‘콘텐츠산업 노동자 권리보장 3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표준보수지침과 콘텐츠사업자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도 담았다. 3개 개정안은 지난 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상정됐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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