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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10-15 16:30
[단독-실종된 ‘모범사용자’ ②] ‘지연하고 문서 지워라’ 하청교섭 컨설팅받은 공공기관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6  
조사 대상 7곳 예외 없이 법무법인·노무법인에 컨설팅·자문

어고은 기자 입력 2026.10.13 06:30

공공기관들이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 전후로 하청 노조와의 교섭을 회피하려고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지급하고 법무법인·노무법인에 컨설팅을 맡기거나 자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리스크’로 보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강조해 온 모범사용자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1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기후에너지환경부·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 7곳의 개정 노조법 관련 컨설팅 용역 현황을 받아 분석해 보니 공공기관들은 노동위원회 법률대리인 선임 같은 사후적 대응만이 아니라 법 시행 전부터 원·하청 노사관계 변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모회사가 자회사 노조의 교섭요구를 거부하거나 회피할 방안이 있는지 대형로펌에 직접 문의한 공공기관도 있었다.

컨설팅 수행업체는 도급계약서에서 삭제해야 할 ‘리스크’를 진단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원청이 교섭단위 분리를 먼저 신청하도록 제안했다. 이러한 내용의 용역계약에 공공기관은 최대 2억2천만원을 지출했다.<표 참조>

“교섭 거부·회피 방법” 대형로펌에 물어본 지역난방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는 개정 노조법 시행 전후 사용자성 진단을 위한 컨설팅을 노무법인에 의뢰하고 대형로펌에 두 차례 법률자문을 하는 등 총 2천300만원을 지출하며 원·하청 노사관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문제는 그 대응이 교섭 거부나 지연 방안 모색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해당 로펌이 지난해 10월28일, 올해 3월6일 작성한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노사관계 리스크 검토’ 보고서를 보면 공사는 교섭절차 단계별 검토 사항부터 사용자 범위까지 구체적인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았다. 질문 내용은 “모회사에 단체교섭 요구시 거부·회피할 수 있는 방법과 응하지 않을시 법적책임 여부” 같은 교섭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방안이나, “협력업체와 계약기간 종료를 예상하고 단체교섭 지연전략을 펴는 경우 발생할 문제는”처럼 교섭 지연 전략 등이었다.

“모회사가 현재와 같은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실질적 지배력 문제가 발생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라는 공사의 질의에 해당 로펌은 “자회사와 모회사의 사업 관련성을 낮추고 자회사의 독립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하거나 그러한 기록을 남기는 것을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변했다. ‘다음과 같은 행위’로는 △자회사 의사결정에 대한 지휘·승인·감독·보고·결재 △용역계약 체결시 임률도급 방식의 도급비 책정 등을 명시했다.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에 받은 컨설팅 결과도 성실교섭보다는 리스크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노무법인이 3월23일 작성한 ‘컨설팅 용역결과 보고서’에는 부서별 하도급 계약서 전반에 대한 검토와 구체적인 개선방안이 담겼다.

불공정한 계약 내용을 바로잡는 것을 넘어 사용자성·불법파견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자회사에 운영관리를 위탁한 고객상담센터 업무와 관련해 신규 상담사 교육을 2주 이상 이수했거나 상담업무 경력이 6개월 이상인 직원을 투입해야 하고 센터장은 경력이 3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불법파견 판단요소에 해당’하므로 수정을 권고하고, 시설 유지관리 용역 과업지시서에 포함된 인력 배정을 특정한 내용을 제외하라고 하는 식이다. 실질적으로는 달라지는 게 없는데 단순 문구 조정·변경으로 교섭의무 등을 회피하려 한 것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같은 노무법인에 컨설팅 맡긴 한수원·한전KPS
도급계약서상 ‘노무비 관리 조항’ 삭제 권고도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KPS는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같은 노무법인에 자문용역을 맡겼다. 계약 내용은 원·하청 교섭 관련 노동위원회 사건 대응만이 아니라 사용자성 인정 여부에 대한 검토 등을 포괄한다.

해당 노무법인은 한수원·한전KPS ‘개정 노조법 시행에 따른 대응 방향 최종보고서’에서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시 대응절차를 거의 동일하게 제시했다.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면 “정규직 노조와 다른 2차 협력회사와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한수원과 한전KPS는 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다. 원·하청 교섭 관련 노동위 사건은 대부분 하청 노조가 사건을 접수하는 만큼 사용자가 먼저 교섭단위를 분리해 달라고 나섰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노동위에서 한수원은 노동안전·작업환경 관련 노동조건에 대해서만 노조법상 사용자 지위에 있다며 다른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사용자성을 부정했다. 한전KPS는 교섭단위를 분리해 달라고 신청하면서도 주위적으로 사용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노무법인 최종보고서에는 이러한 사용자성 최소화와 교섭범위 축소에 대한 대응전략이 담겼다. 향후 대응방안으로 ‘도급운영 계약 및 관행개선(사용자성 징표의 최소화)’를 제시하면서 “도급운영상 문제점들을 개선함으로써 향후 협력업체(또는 2차 협력회사)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시 회사의 부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실질적 지배 영역과 비지배 영역의 분리 대응’을 권고하며 “교섭요구 전까지 개선노력을 통해 교섭의제의 불필요한 확대 예방”을 주문했다. 노동위는 두 기관 모두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사용자성 지우기’ 정황도 담겼다. 노무법인은 한전KPS 도급계약서를 노동안전·작업환경·근로시간·작업방식·임금 수당 등 분야별로 분석해 ‘리스크’를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노동안전 분야에서 “일상적 안전관리까지 직접 지시, 보조하도록 하는 구조로 해석될 위험(이) 존재”하므로 “하청의 독자적 안전관리를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시방서상 도급범위와 운영시간 등을 구체화 및 근무체계·투입인원 개입 금지를, 임금 수당에 대해선 △노무비 관리 조항 전체 삭제를 권고했다.

발전5사 용역보고서 ‘불법파견 리스크 관리’ 강조

한국수자원공사가 받은 컨설팅도 ‘선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교섭절차 전략으로 제시했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1월 1천800만원 규모로 한 노무법인과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노무법인은 “개정 노조법에 따라 자회사 또는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시 공사는 교섭의무를 법적으로 확인받기 위한 전략적 필요에 따라 교섭요구 사실을 미공고하는 방안과 선제적으로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공사는 전략적으로 노동위에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공사 상황에 적합한 유형의 교섭단위 분리유형을 사전적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근거 논리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성실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 컨설팅 수행기관도 있다. 발전5사(중부·남동·서부·남부·동부발전)는 ‘노조법 개정 관련 컨설팅 용역’을 노무법인에 맡겨 계약금액 2억2천만원을 분담했다. 노무법인이 작성한 ‘개정 노조법의 이해 및 발전사 대응 실무가이드’를 보면 “발전사의 업무특성 등을 고려할 때 협력업체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고 보고 “사용자로서 성실하게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적정 도급 운영을 위한 노력’ 부분에서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거나 공정 관리를 강화하려는 조치가 파견법상 불법파견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구조적·제도적 지원과 개별적·직접적 통제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관리자 행동가이드를 통해 ‘해도 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발전5사측은 박 의원실에 “보고서 내용은 용역사의 독립적인 분석 및 검토 결과로 회사의 공식적 입장이나 견해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해철 의원은 “공공기관부터 사용자성 인정을 ‘리스크’로 여기고 교섭 회피에 혈안이 돼 있다면, 민간기업이 성실교섭에 나설 리 만무하다”며 “노동부가 개정법의 현장 안착을 위해 역할과 책임을 다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전반의 교섭 회피 실태를 점검하고, 공공기관이 모범사용자로서 교섭 의무를 이행하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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