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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4-25 16:24
감정노동자의 인권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3,416  
감정노동자의 인권

최근 서울 대학로에서 막을 내린 연극 <불멸의 여자>(최원석 작·박찬진 연출)는 감정노동자인 대형마트 여종업원의 일상을 통해 자본주의의 허상을 고발한 창작극이다. 2명의 비정규직 여직원은 일터인 마트에서 늘 활짝 웃는 얼굴로 고객을 맞는다. 가족이 사망해도 맘놓고 슬퍼할 수 없다. 누군가와 싸워도 화를 내면 ‘아니아니 아니된다’. ‘진상고객’이 사소한 일로 꼬투리를 잡거나 심지어 “왜 웃냐”고 트집을 잡아도 고객의 감정을 존중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는 웃어야 산다. 웃지 않으면 고객만족센터에 신고되고, 마트 내 폐쇄회로(CC)TV를 통해 불친절한 모습이 포착되면 일자리를 잃는다. 연극에 담긴 여종업원의 습관적 가식은 실제 우리 사회 풍속도다.

미디어산업 사회에선 소비자가 늘 ‘왕’이어야 한다. 승무원, 은행원, 전화상담원, 백화점·마트 종업원 등의 직업군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소비자가 만족할 때까지 친절하게 응대해야 한다. 무심코 전화번호 안내를 받기 위해 누른 114에서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는 말을 듣고 괜히 민망해했던 경험이 필자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2006년부터 시작된 이 말은 올해부터 “힘내세요, 고객님”으로 바뀌었다.

고객의 만족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선 고객이 진상을 부려도 감정노동자들은 시종일관 웃어야 한다. 무조건 ‘죄송’해해야 한다. 그뿐인가. 고객만족 평가에 시달리다 보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거나 해고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화병과 불면증 등을 앓기 일쑤다.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낸 ‘여성 감정노동자 인권가이드’도 감정노동자들이 일상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심리적 안녕에 좋지 못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엊그제 일어난 대한항공 여승무원 폭행사건은 일상적 스트레스 차원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을 타고 미국 LA로 가던 포스코에너지 임원 A씨가 여승무원에게 행한 폭행과 욕설은 인격 테러행위와 다를 바 없다. 라면을 주문하면서 “덜 익었다” “너무 짜다”며 수차례 다시 끓이라 했고 심지어 라면을 주지 않는다고 잡지로 승무원의 눈두덩을 때렸다고 한다. 포스코에너지 측이 사과와 함께 엄중 조치를 다짐했다지만 피해 승무원에게 가해진 정신적 고문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감정노동자도 감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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