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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6-30 11:21
“왜 지금 파업? 내 노동이 인정받는 세상 만들기 위해서죠”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101  


▲ 서울시 학교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비정규직 완전 철폐 등을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급식 조리원을 비롯한 전국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날 파업에 들어가며 일부 학교는 급식이 중단되고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오기도 했다.

“왜 지금 파업? 내 노동이 인정받는 세상 만들기 위해서죠”

대기업·공공부문 중심이었던
기존 민주노총 총파업과 달리
비정규직 10만 주축돼 총파업
30일 광화문 광장서 본 집회

“명분 없는 파업” “문재인 정부에 대한 촛불청구서” “문재인 정부 발목잡기”

민주노총 산하 비정규직 노동조합들이 30일 ‘총파업’을 한다. 언론을 비롯한 세상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파업이라면 이유 불문하고 눈에 쌍심지부터 켜는 보수는 물론이고, 일부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도 너무 성급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파업은 정말 명분이 없는 것일까.

무엇보다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조합원을 중심으로 ‘총파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했던 ‘양대지침 폐기’, ‘성과연봉제 폐기’ 파업이나, 촛불정국에서 이뤄졌던 ‘박근혜 정권 퇴진 파업’처럼 현재까지 민주노총 파업의 주된 동력은 대기업·공공부문 노조였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 준비된 이번 파업은 민주노총 산하 ‘비정규직 노동자’ 10만명이 주축이다.

또한 이번 파업은 불법파업이 아니다. 이번 파업에 참가하는 조합원들은 일선 학교의 급식실 조리사, 방과후 강사 등 학교 비정규직과, 대학(병원) 청소노동자, 대기업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각각의 사업장에서 사용자들과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벌이다,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한 뒤 ‘합법파업’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소속은 아니지만 ‘사회적 총파업’에 함께하는 취지로 아르바이트노동조합도 참가하고, 이에 연대하는 정규직노동자·시민사회단체들도 힘을 보탠다.

이들은 30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연다. 이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요구는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 보장’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노동존중사회’를 기조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동자들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보장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겨레>는 이번 파업에 참가하는 노동자 5명에게 파업을 하는 이유와, 이번 파업에 대한 세상의 평가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27~28일 서면으로 진행됐다.

학교 비정규 노동자

“1년이든 10년이든 같은 임금
‘함께 사는 세상’ 만들었으면”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 노동자

“재벌개혁·적폐청산 촛불처럼
파업도 국민의 주권행사라 생각”


맥도날드 알바노동자

“알바도 직업으로 인정받는 세상
최저임금 1만원으로 만들었으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노조 가입동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정유정(42) 강원도의 특수학교에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특수교육 지도사로 11년째 일하고 있어요. ‘보조’라는 이유로 인권침해를 당할 때가 많았죠. 2012년 1박2일 현장학습 지원을 갈 때 학교에 초과근로수당 지급을 요청했지만, “비정규직은 초과근로대장에 이름을 적을 자격이 없다”는 말에 참을 수가 없었어요. 딸 둘을 데리고 사는 한부모 가정인데 2년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려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노조에 가입했습니다.

김지훈(30)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9년째 휴대전화를 수리하고 있습니다. 근무가 끝나고 나면 수리받은 고객에게 ‘해피콜 점수 잘 받게 해달라’는 전화를 돌리라는 지시를 받아요. 실적에 따라 급여를 받는데 실적 압박이 너무 심해요. 그런데 관리자들은 고정급을 받고 있었죠. 정당한 몫이 사원들에게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해 노조에 가입했습니다.

박준규(31) 맥도날드에서 버거 만들기, 카운터에서 주문받기 등 4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안정된 직장을 가진 친구들과 내 처지가 비교될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알바’들이 더이상 천한 일이나 일시적으로 거치는 일이 아니라,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되는,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파업 요구사항은 무엇인가요? 문재인 대통령은 “1년 정도 기다려 달라”는 말도 합니다.

정유정 우리 같은 교육공무직은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기본급이 동일한, 일할수록 박탈감만 생기는 임금체계 아래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근속수당 인상이 요구입니다. 교육청과 단체협상은 3년째, 임금협상은 6개월째 하고 있는데, 교육청에서는 정부 정책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한다며 한발짝도 못 나가고 있어요.

파업으로 불편한 학생과 교사들도 있겠지만, 파업을 통해 ‘함께 사는 세상’이 무엇인지 학교 구성원에게 알려주고 싶고,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다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외치고 싶었어요.

김지훈 저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삼성’이라는 적폐 청산과, 원청과의 직접교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간접고용 노동자인데 실제 센터 사장님들은 노조와 교섭을 할 때 아무런 권한이 없거든요. ‘진짜 사장’과 얘기해서 우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싶어 파업에 나섰습니다.

양선희(50·학교 급식실 조리사) 모든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대우받는 세상을 제 자식들, 그리고 자식들의 자식들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조금 기다려 달라고 하지만, 우리는 오랜 기간 참고 기다리는 데 익숙해 있어요. 그나마 우리가 노조에 가입하고 몇년째 싸우고 파업하면서 세상이 조금씩 변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인천공항 노동자들이 싸우지 않았다면 이뤄지지 못했을 거예요.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에 ‘촛불 청구서’를 보낸다”는 말도 있는데요.

박준규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단순히 박근혜 정권 퇴진만 외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는 사는 게 힘든데, 사회 지도층이라는 사람은 왜 저런 짓만 하고 있냐’는 생각에 사람들이 나온 것이라고 봅니다. 노동자·여성·장애인 등 억눌려 있던 사람들의 발언이 촛불집회에서 박수를 받았죠. 이번 파업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지훈 저도 촛불을 들고 이재용 구속과 박근혜 퇴진을 외쳤어요. 적폐를 청산하고 재벌을 개혁하자고도 했고요. 그때 우리가 왜 촛불을 들었는지 시민들도, 우리도 기억합니다. 촛불이 대한민국 국민의 주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하잖아요. 파업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주권행사라고 생각해요.

새 정부에, 삼성에 우리가 끝까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양선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동안 무시당하고 저임금을 받아왔던 것을 바꾸고 싶어 파업하는 거예요. 촛불은 스스로 권리를 외치고, 부당함과 불평등에 맞서 스스로 싸운 것입니다. 누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가 나서 권리를 요구하고 싸우는 것이 촛불의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이승금(56·학교 급식실 조리사) 정부에선 무기계약직도 정규직이라고 해요. 저는 15년째 일한 무기계약직이지만 한번도 정규직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서 무기계약직이 빠져 있는데, 가만히 있는다고 정부가 알아서 해줄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었던 것은 예전과는 다른 희망이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희망을 위해 싸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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