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파업으로 손해" 하청업체에 26억2천만원 청구노동계 "전례 없는 갑질" 반발 …
한국지엠 "주의 차원 공문" 해명
한국지엠이 창원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파업과 관련해 하청업체에 수십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원청이 파업을 한 비정규직 당사자가 아닌 소속 협력업체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한국지엠이 사용자 책임은 회피하면서도 우회적인 방식으로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 3권을 제약하려 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지엠 "불법행위·계약위반 손해 물어야"
9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지난 7일 1차 하청업체 8개 중 하나인 디에이치인더스에 공문<사진 참조>을 보내 “귀사로 인해 당사가 재산상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한국지엠이 손해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파업이다. 지회는 지난달 한국지엠에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회사가 예고한 차체부 인스톨 등 4개 공정 인소싱에 반대하며 10여차례 부분파업을 했다.
대법원은 2013년과 지난해 한국지엠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라고 판결했지만 회사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되레 최근 하청업체에 맡기던 4개 공정에 정규직을 투입하는 인소싱 계획을 발표했다. 인소싱 시행은 비정규직 해고를 뜻한다. 한국지엠은 "귀사는 10월 파업(11회)으로 도급작업을 정상적으로 이행하지 못했다"며 "차체 인스톨 도급공정과 도장실링 도급공정 라인 가동이 중단돼 당사에 중대한 생산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지엠은 이어 “당사의 생산손실 발생분에 대해 아래와 같이 청구한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지회 파업으로 차체·도장·조립부문에서 각각 2천2대·2천291대·1천764대의 생산손실이 발생했다고 적시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해 총 16억3천600만원을 청구했다.
한국지엠은 또 “(파업으로 인한 생산손실은) 도급계약서상 귀사 또는 귀사 소속 근로자의 계약위반 및 불법행위, 고위나 과실 기타 안전사고 등으로 당사 또는 당사 소속 근로자에게 생명·신체 및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경우에 해당한다”며 “귀사는 민사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지엠은 같은 이유로 1차 하청업체 천보에게도 9억8천4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사용자 책임 회피하고 노동 3권만 제약하나
노동계는 한국지엠의 행위에 대해 “새로운 유형의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사용자 책임은 회피하면서 하청업체 노사관계에 개입해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 3권 행사를 제약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현대자동차와 KEC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노동자들의 파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적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파업 참여자나 노조에 국한됐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관계자는 "한국지엠 사례는 전례가 없다"며 "원청이 하청노동자 파업권을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환 지회 사무장은 "한국지엠이 지회 합법파업에 할 게 없으니 하청업체에 손해를 물라고 한 것"이라며 "사용자 책임은 회피하면서 노동자 권리를 제약하려는 것으로 노동자에게 직접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보다 더 악랄한 행위"라고 말했다.
지회는 이날도 인소싱에 반대하는 부분파업을 했다. 차체부 인스톨 직군은 1시간, 나머지는 4시간 일손을 놨다. 지회 조합원 150여명 중 80여명이 인소싱 대상자다. 정규직으로 구성된 노조 한국지엠창원지회가 회사 계획에 동의하면 비정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회사는 원청 관리직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려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반발을 샀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한국지엠의 전례 없는 행위는 하청 파업 자체를 불법화하는 것으로 비정규직 노동 3권 제약을 가져올 심각한 갑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국지엠 관계자는 “반드시 손해액을 변상하라는 청구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원청이 보고 있는 피해에 주의하고, 도급계약을 보다 성실히 이행하라고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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