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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8-06 13:17
[9개월 이상이면 상시·지속업무인데] 8개월로 줄인 지자체 '쪼개기 계약'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295  
[9개월 이상이면 상시·지속업무인데] 8개월로 줄인 지자체 '쪼개기 계약'에 우는 산림병해충 예찰·방제단 비정규직기간제법 회피 방법 만든 산림청, 노동부는 질의회시 하고도 '모르쇠'

박대근(가명)씨는 최근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으로 비정규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당혹스럽다고 했다. 5년 넘게 울산의 여러 기초자치단체에서 산림병해충 예찰·방제단(병해충방제단)으로 일했지만 여전히 계약직 신분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5일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병해충방제 업무는 산이 없어지지 않는 한 상시·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일인데 왜 수년째 계약직을 전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규직화 하랬더니 되레 계약기간 축소

 병해충방제단은 소나무 제선충 같은 산림병해충을 예방하고 피해를 입은 나무를 찾아 방제하는 업무를 한다. 병해충방제단이 하는 일은 상시·지속업무다. 고용노동부는 2010년 질의회시에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적용 대상이라고 확인했다. 산림청도 이를 알고 있다.

그런데 박씨는 울산시 산하 지자체에서 5년 넘게 일하면서 매년 재고용을 위해 이곳저곳을 계약직으로 떠돌았다. 10개월 단위로 울산시 A차치단체에서 일하고 다음해엔 B자치단체에서, 그 다음해엔 또다시 A자치단체나 C자치단체에서 일했다. 매번 채용 과정을 밟았다.

지난해 7월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뒤에는 계약기간마저 줄었다. 울산시 지자체 대다수가 기존 10개월이던 계약기간을 올해 일제히 8개월로 줄여 채용공고를 냈다. 박씨는 “지자체가 정규직 전환을 피하려 계약기간을 줄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정규직 전환 대상인 상시·지속업무 기준 근무기간을 ‘연중 9개월 이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울산 중구청 관계자는 “9개월 이상 일하면 (상시·지속업무로 보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발표돼 근무기간을 줄였다”며 “울산시 전체 구·군이 대부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기간제법에 따르면 2년 넘게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한 사용자는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의무를 진다. 박씨는 “정규직 전환을 기대했더니 오히려 쪼개기 계약이 심해졌다”며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도 계약 8개월 뒤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나 막막함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엇박자 내고 책임 떠넘기는 산림청·노동부

 산림청은 병해충방제단 업무가 정부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이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친다. 기간제법에 따르면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는 기간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하지만 노동부는 2010년 병해충방제단이 기간제법 적용 대상인지를 묻는 질의에 “병해충방제단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따른 일자리 제공 사업으로 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회시했다. 노동부는 “(해당 업무는) 산림을 보호해 국토를 보전하고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전형적인 공공행정 서비스로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산림청과 노동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는 셈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해당 업무가 상시·지속업무는 맞지만 지금은 기획재정부·노동부 등 정부부처 간 협의를 거쳐 일자리사업으로 편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병해충방제단 예산이 일반사업예산으로 편성돼 있다가 이후 노동부 일자리사업으로 편성됐다”며 “(질의회시가 나왔던 2010년 당시) 예전 사업과 지금 사업은 사업 성격이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는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으로 분류돼 있고, 올해는 산림청에서 문의가 별도로 오지 않아 검토된 바 없다”며 “질의회시와 관련해서는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산림청 지침으로 꼼수 조장?

산림청이 기간제법을 피하기 위해 근거를 만든 정황도 확인된다. 산림청은 ‘산림병해충 예찰·방제단 운영 지침’을 통해 병해충방제단 근무기간을 매년 1월부터 12월의 기간 중 10개월간으로 명시했다. 노동부의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전형적 공공행정 서비스”라는 질의회시와 대비된다. 산림청은 “근무기간을 12개월이 아닌 10개월로 끊은 것은 연간사업이다 보니 채용과 모집을 위해 2개월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산림청은 기간제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은 매년 ‘산림병해충 예찰·방제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기간제근로자 고용 관련 법령 해석례'를 첨부한다. 기간제법에 따라 정규직 전환의무가 생기는지 여부를 안내하는 내용이다. 사업계획을 보면 "단원은 매년 공개모집에 의해 채용하며, 무기직 전환 관련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음 사항을 철저 이행"이라는 문구 아래 "연례적 반복 참여는 최대 2년까지 허용, 2년 초과시 1년간 참여 제한"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2018년 사업계획에서는 이 문구가 빠져 있다. 산림청은 '반복참여 제한'을 요구하면서 "참여시작 예정일을 기준으로 해서 직전 3년 이내에 2년 이상 직접일자리사업에 참여한 이력이 있으면서, 최근에 참여한 직접일자리사업 종료 후 1년이 경과하지 않은 신청자는 참여를 제한하라"고 주문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일자리사업 자체가 한시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취지다 보니 2년까지 허용하라는 내용을 담은 것이지 기간제법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은 “병해충방제단 업무가 상시적인 업무라면 정부 지침 이전에 벌써 정규직으로 전환했어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계약기간을 줄이는 등 기간제법의 약점을 이용해 정규직 전환을 피하는 꼼수를 부리는 것은 비판받아야 할 행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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