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고용유지·소득지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과 일자리안정자금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정책 수혜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광범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확인되고 있는 고용안전망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고용보험 적용 확대·실업부조 도입·유급병가와 같은 새로운 노동 정책을 검토·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본격화하고 있다.
고용유지 위한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급증했지만 사업장 다수 ‘무급휴직·희망퇴직’ 시행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3일을 기준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휴업·휴직 계획을 신고한 사업장은 4만9천163곳이다. 지난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은 사업장 1천514곳의 30배를 훌쩍 넘었다. 기업이 휴업·휴직하겠다고 신고한 노동자 규모는 46만명을 넘었다. 지원요건을 완화하고 휴업수당의 90%를 정부가 지원해 주기로 한 데 따른 증가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한 사업장 모두가 이 같은 고용유지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적지 않은 사업장은 유급휴업·휴직보다 무급휴직이나 권고사직, 계약종료·해고를 선택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에서 상주해 일하는 노동자 7만6천800여명 중 지난달 27일 기준 무급휴직·희망퇴직·유급휴가 대상인 노동자는 2만5천560명이다. 무급휴직자(1만5천390명)와 희망퇴직자(1천420명)가 3분의 2에 육박한다. 고용보험 가입장 노동자 다수도 고용위기·임금손실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취업자의 고용·생계위기는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취업자 중 고용보험 가입자 비율은 49.4%다. 근속 7개월 이상인 고용보험 가입자는 41.6%다. 고용과 해고를 반복하는 파견·간접고용 노동자, 특수고용직,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다수가 고용보험에 가입조차 않고 일한다.
고용보험의 넓은 사각지대는 소득지원 정책의 효과도 반감시킨다. 정부 노동정책 중 실업자에 대한 소득지원 제도는 고용보험 구직급여(실업급여)가 유일하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이날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고용지원정책의 현황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실업자 중 실업급여 수급자 비율은 45.6%다.
고용보험 미가입 노동자 상황은 더 어려울 듯 취업자 모두에 고용보험을 … 전례 없는 노동정책 도입
전문가와 노동계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례 없는 노동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소득이 급감했으나 실업급여는 수급하지 못하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긴급실업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지원 대책으로 재원을 투입하면서 고용유지 조건을 기업에 부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감염이나 격리로 일할 수 없는 노동자와 가족의 생계를 위해 급여가 안정적으로 지급돼야 한다”며 “사업주가 제공하는 유급병가와 사회보험에서 지원하는 상병수당 등 상병제도가 없다는 것은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고용보험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저소득구직자(실직자) 지원제도인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서둘러 도입하자는 주장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특수고용직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등 모든 취업자를 고용보험 적용대상에 포함하자는 제안도 이어지고 있다.
이병희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자는 취업자의 절반도 되지 않고, 고용보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일수록 실직 위험이 크기 때문에 실업급여 사각지대는 고용보험 사각지대보다 더 넓을 것”이라며 “생계형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고용보험을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제도 개편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자리를 유지하고 불가피한 실업자의 소득을 지원하는 것은 방역 정책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특수고용직을 고용보험 적용대상으로 포괄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한국형 실업부조라 불리는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과 관련한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을 위한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20대 국회가 종료하는 5월이 지나면 두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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